오는 10월부터 골드만삭스를 이끌게 된 데이비드 솔로몬. 사진 블름버그
오는 10월부터 골드만삭스를 이끌게 된 데이비드 솔로몬. 사진 블름버그

 초강대국 미국과 세계 금융을 주무르며 ‘거버먼트 삭스(Government Sachs·삭스 행정부·골드만삭스가 사실상 미국 정부라는 뜻)’란 별칭으로 불리는 골드만삭스의 권력이 전격 교체됐다.

골드만삭스는 “데이비드 솔로몬(David Michael Solomon·58)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지명됐다”고 7월 17일(현지시각) 공식 발표했다. 뉴욕타임스의 전날 특종 보도에 대한 대응 형식이었다.

‘월스트리트의 태양왕’ ‘월스트리트의 흡혈 문어’라 불리며 12년 동안 ‘거버먼트 삭스의 대통령’으로 군림한 로이드 블랭크페인(63) CEO는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평소 “(골드만삭스 CEO) 책상에서 죽을 것 같다”는 농담을 자주 하던 그는 같은 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현실로 닥치니 많은 생각과 감정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솔로몬 차기 CEO는 10월 1일 취임할 예정이다. 블랭크페인 CEO가 회장 등 역할을 맡으며 골드만삭스에 남을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솔로몬 차기 CEO는 준비된 후계자다. 2016년 12월 그와 함께 공동 COO로 지명된 하비 슈워츠가 올 3월 전격 퇴임하자 차기 CEO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승계 과정은 전격적이었다. 블랭크페인 CEO의 모호한 태도가 온갖 억측을 불렀다. 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들은 “JP모건 등 경쟁자들에 뒤처지고 있는 현실에 위기감을 느낀 이사진들이 경영진 쇄신을 결심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올 2월 이사진들이 후계자 지명을 거듭 요구하자 블랭크페인 CEO가 솔로몬을 후계자로 지명했다”며 “블랭크페인 CEO는 이사회 직후 솔로몬에게 이 사실을 바로 전하지 않고 아시아 출장을 떠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장은 관망세를 보였지만, 블랭크페인 CEO와 달리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긍정적인 솔로몬 체제 출범 소식이 전해지자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했다.


‘정크 본드 제왕’ 밀켄의 조수 출신

솔로몬 차기 CEO는 1952년 뉴욕주 하츠데일의 유대인 가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알란 솔로몬)는 중소 출판사 임원이었다. 배스킨라빈스와 햄버거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뉴햄프셔 여름 캠프에서 카운셀러로 일하며 학비를 벌었다. 뉴욕 해밀턴대에서 정치학과 행정학을 전공하고 뉴욕의 상업은행 어빙 트러스트에서 금융인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1986년 투자은행 드럭셀 번햄으로 옮겨 ‘정크 본드의 제왕’ 마이크 밀켄을 만났다.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20대 중반이던 그는 매일 아침 6시 밀켄에게 대면 보고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했다. 밀켄의 조수로 일한 4년 동안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에 자금을 조달해주고 고수익을 남기는 과정을 생생하게 지켜보며 금융 기법을 익혔다. 그는 훗날 “엄청난 성공 기회,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 업적주의가 지배하는 그곳에서 수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회고했다. 지금도 여전히 밀켄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밀켄의 조수 시절부터 친분을 쌓은 셀던 아델슨(85) 라스베이거스 샌즈그룹 CEO 회장이 그의 가장 큰 고객이자 가장 강력한 후견인이다. 아델슨 회장이 2014년 그에게 샌즈그룹 경영을 맡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전권을 주지 않을 것 같다”며 거절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카지노의 대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이는 유대인 억만장자’ 3인방으로 꼽히는 아델슨 회장은 그가 골드만삭스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길도 열어줬다.

1990년대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에서 고위험, 고수익 채권 거래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1997년 아델슨 회장이 추진하던 베네치안 호텔 건축 자금 조달 프로젝트 과정에서 골드만삭스 파트너인 존 윈켈리드의 눈에 들었다.

능수능란한 언변으로 아델슨 회장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그의 재능을 탐낸 윈켈리드는 1999년 골드만삭스 파트너로 그를 스카우트했다. 그의 나이 37세 때였다.

골드만삭스로 이직한 뒤 승승장구했다. 2006년 투자 담당 대표가 된 뒤 10년간 매출 규모를 70% 늘리고 11%였던 영업이익률을 22%까지 올려 ‘잠룡’으로 부상했다.

운도 따랐다. ‘골드만삭스의 영원한 2인자’로 남을 것 같았던 게리 콘 COO가 2016년 12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백악관 초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NEC)으로 옮긴 덕분에 하비 슈워츠와 함께 공동 COO로 승진,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블랭크페인의 장기 집권에 염증을 느낀 슈워츠가 작년 말 이후 CEO 지명을 집요하게 요구했지만 승자는 솔로몬 차기 CEO였다. 존 테인 전 메릴린치 회장, 존 손튼 중국 칭화대 교수와의 후계 경쟁에서 밀리던 블랭크페인 CEO가 대권을 잡은 과정과 비슷하다. 블랭크페인은 경쟁자였던 테인이 뉴욕증권거래소 회장, 손튼이 칭화대 교수로 가면서 CEO에 올랐다.


여성 적극 채용 주장하는 ‘워라벨주의자’ 

직설 화법으로 경쟁자를 거칠게 몰아붙이는 등 전형적인 투자 은행가의 모습도 있지만 ‘파트 타임 디스크 자키인 월스트리트 CEO’로 일제히 보도될 만큼 신세대 경영자의 면모도 갖추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축약한 ‘디제이 디-솔(DJ D-SoL)’이란 예명으로 활동하는 그는 지난달 유명 그룹 ‘플리트우드 맥’의 히트곡을 편곡한 싱글 ‘돈 스톱(Don’t Stop)’을 스포티파이를 통해 발표했다. 키보드 연주 실력이 수준급이고 한 달에 한 번은 클럽과 음악 페스티벌에서 공연한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대중과도 적극 소통한다.

주당 90시간에 달하는 직원 근무시간을 70~75시간으로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밤샘 근무하는 젊은 직원들의 퇴근을 독려하는 등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남성 중심인 골드만삭스 문화를 비판하며 여성 직원들을 적극 채용하는 등 고용의 양성 평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딱딱하고 권위적인 정장 중심의 ‘드레스 코드’를 탈피해야 한다며 엄숙한 기업 공개 행사에 고동색 재킷에 긴 스웨이드 팬츠를 입고 등장해 직원과 투자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는 일화도 있다.

솔로몬 차기 CEO에겐 ‘늙어가는 거인’에게 새로운 활력을 부여할 ‘솔로몬의 지혜’가 절실한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고금리 시대로 진입하면서 골드만삭스의 강세 분야인 트레이딩, 투자 사업이 부진한 상황에서 소비자 금융 등 새로운 ‘캐시카우’를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골드만삭스의 주가는 올해 9.5% 하락했다. 당장 소비자 금융 분야에서 실적을 내야 한다. 솔로몬 차기 CEO는 2020년까지 댈러스, 시애틀 등에서 소비자 금융을 확대, 매년 50억달러의 매출을 창출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plus point

고급 와인 수집가로도 유명 “120만달러어치 도난” 액땜

솔로몬 차기 CEO는 디스크 자키 등 음악 활동 외에도 달리기, 자전거, 스키, 요가 등 만능 스포츠맨으로 알려져 있다. 

희귀한 고급 와인 수집가로도 유명하다. 뉴욕의 ‘어퍼 웨스트’ 지역에 있는 2400만달러짜리 고급 아파트 외에 별도의 와인셀러를 가지고 있다. 2010년 관련 협회에서 주는 상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월 그가 120만달러 상당의 와인 컬렉션을 도난당했고 전직 개인 비서가 범인으로 밝혀졌다고 단독 보도했다. 도난당한 와인 중에는 한 병에 최고 4만달러나 하는 프랑스산 명품 와인 ‘로마네 콩티’ 7병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절도범은 캘리포니아 북부의 와인 딜러에게 훔친 와인을 팔려다 덜미가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1989년 메리 솔로몬 여사와 결혼했다. 2018년 연봉은 1500만달러, 개인 자산은 5800만달러로 알려져 있다.

방성수 조선비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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