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비뇨기과 전문의가 불임남성에게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한 비뇨기과 전문의가 불임남성에게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최근 결혼 시기가 늦어지면서 자연스레 불임이 증가하고 있어 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이 많다.

불임은 1년 정도 피임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성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임신이 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과거에는 칠거지악(七去之惡)의 하나로 간주해 여성만의 문제로 인식했지만, 사실 전체 불임의 절반 정도는 남성이 원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남성불임 환자 수는 2011년 3만9333명에서 2015년 5만2902명으로 4년 만에 1.5배가량 증가했다. 남성 불임 환자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만큼 이제는 남성도 불임 검사와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을 필요가 있다.

40대 초반인 A 사장은 늦은 나이에 결혼해 빨리 아이를 가지고 싶어 했지만, 몇 년째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몸에 좋은 음식도 먹어보고, 각종 민간요법까지 시행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고민 끝에 아내와 함께 불임클리닉을 찾았다. 진단 결과, 아내에게는 문제가 없었지만 A 사장은 ‘남성 불임’ 진단을 받았다.


건강한 정자 생산 여부가 가장 중요

임신에서 여성의 정상적인 배란 여부가 가장 중요하듯, 남성 불임은 건강한 정자 생산 여부가 핵심이다. 기본 검사로 정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정액검사를 진행한다. 검사는 3일 이상의 금욕 기간을 갖고, 1~3주 간격으로 3회 이상 반복 시행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해 놓은 정상 기준은 △정액량 1.5~6㎖ △정자 수 1㎖당 2000만 이상 △운동성 40% 이상 △생존 정자 60% 이상 △정상 모양 50% 이상이다. 이외에도 혈액, 소변, 호르몬, 고환조직 검사 등이 필요할 수 있고 음낭·경직장 초음파 검사, 정관 조영술 등의 영상의학적 검사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남성 불임의 원인은 △고환에서 정자가 제대로 생성되지 않는 경우 △정자 배출 통로의 이상 △정자의 운동성 저하 △발기부전 △사정불능 등이다. 남성 불임의 60~70%는 환경오염, 과로, 스트레스, 흡연과 음주 등으로 인해 건강한 정자가 생성되지 않아 발생한다.

한의학에서는 남성 불임을 ‘불육(不育)’으로 표현한다. 동의보감에서는 불육의 원인을 ‘천(天)·루(漏)·건(犍)·겁(怯)·변(變)’의 ‘오불남(五不男)’으로 분류한다. 현대적으로 풀이하면 △천(天): 성기의 기형 △루(漏): 유정이나 몽정 △건(犍): 거세나 외상 △겁(怯): 발기부전 △변(變): 반음양(半陰陽)을 뜻한다. 천(天)·건(犍)·변(變)은 선천적 원인이나 외상에 해당하므로 루(漏)와 겁(怯)을 현대 남성의 불임 원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루(漏)와 겁(怯)을 한의학에서는 비뇨생식기 계통의 기능을 총괄하는 신(腎)이라는 장기의 허약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방 치료는 건강한 임신을 위해 비뇨생식기 계통의 신(腎)을 보충하는 치료다. 또 일상생활에서 지킬 수 있는 습관인 취정지도(聚精之道)를 강조한다. 취정지도는 △과욕(욕심을 버릴 것) △절로(과로하지 말 것) △식노(화내지 말 것) △계주(과음하지 말 것) △신미(음식 절제) 등 다섯 가지로,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다.


▒ 안세영
대한한의학회지 편집위원, 대한한방내과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