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몹시 피곤한데도 불구하고 졸음이 몰려와 누우면 다시 머리가 맑아지고 잠에 못 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
늦은 밤 몹시 피곤한데도 불구하고 졸음이 몰려와 누우면 다시 머리가 맑아지고 잠에 못 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밤새 뒤척이며 원인도 모른 채 선잠을 자다 깨는 경우가 많다. 잠자리에 들었으나 쉽사리 못 자는 사람,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자주 깨는 사람, 원하지 않은 이른 시간에 일어나는 사람 등이 불면증을 앓고 있다.

불면증은 여러 형태로 나타나는 만큼 원인도 매우 다양하다. 피곤해도 잠에 못 드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갑작스러운 생체리듬 변화로 수면리듬이 깨지는 경우다. 단기간 무리한 운동이나 학습을 하면 생체리듬이 깨질 수 있고, 장시간 비행하면 시차적응이 어려울 수 있다. 이런 경우 보통 한 주 정도 단기 불면증에 빠질 수 있다. 이때는 수면유도제 처방과 빛치료 등이 도움이 된다.

두 번째는 뇌 도파민이 부족한 환자인 경우에 해당한다. 몸속 철분이 뇌로 가면 도파민이 형성된다. 무리한 운동이나 노동에 따른 피로는 철분 흡수를 억제해 수면을 방해한다. 치료법으로는 우선 도파민 관련 수면 장애 진단이 필요하고, 결과에 따라 약물치료와 정맥철분치료 등을 받아야 한다. 약물치료가 어려운 경우 파스처럼 붙이는 치료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

세 번째는 야간에 잠을 잘 자기 위해 몸을 피로하게 만드는 경우다. 야간에 운동을 하면 체온이 올라 오히려 수면을 방해한다. 잠 들기 전 최소 5시간 전에는 운동을 마치고 야간에는 체온을 낮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족욕과 반신욕이 있다. 잠자기 2시간 전 족욕을 하면 체온이 떨어져 입면과 숙면을 돕는다.

수면 부족은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쳐 판단력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우울감이나 절망감을 촉진시키는 등 감정조절 기능을 손상할 수 있다. 수면장애로 정신질환이 촉발되는 경우도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불면증이 3주 이상 지속하면 습관화되고, 1개월 이상 지속하면 만성화된다.

불면증이 의심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수면제다. 잠에 들지 못하는 고통이 심하다 보니 쉽게 수면제를 찾고, 약국에서는 수면보조제를 처방 없이 판매하기도 한다. 하지만 수면다원검사 없이 무턱대고 약물에 의지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수면제는 근본적인 치료제가 아니기 때문에 잠이 잘 오지 않으면 계속해서 수면제 용량을 높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중독될 가능성이 크다. 뇌기능이 저하되거나, 인지능력이 상실되는 문제가 있다. 수면제는 억지로 잠자게 할 뿐 치료제는 아니다.

불면증이 몇 달 동안 지속될 때는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원인 및 진단을 정확하게 받은 후 빠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불면증은 원인이 무엇인지 규명한 뒤 그에 따른 적절한 수면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긴장이완, 행동치료 등의 치료법을 시도하고 나서 불면증상이 매우 심할 때 의사의 복용지도에 따라 수면제를 먹어야 한다.

잠자리에 누운 뒤 20분 이상이 지났는데도 잠들지 못한다면 일어나 거실이나 다른 방으로 가서 편안히 있다가 다시 침실로 들어가는 것도 방법이다.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과도한 낮잠을 피하고 취침시간과 기상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거나 매일 오전에 햇볕을 쪼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한진규
고려대 의대, 한국수면학회 이사, 고려대 의대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