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잇은 실험에 실패한 접착제를 이용해 만들어낸 발명품이다. 3M을 대표하는 제품 중 하나다.
포스트잇은 실험에 실패한 접착제를 이용해 만들어낸 발명품이다. 3M을 대표하는 제품 중 하나다.

복권 당첨자들은 처음엔 ‘하늘이 주신 운’이라며 감사를 표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날 때부터 천운을 쥐고 태어나서 반드시 복권에 당첨될 수밖에 없었던 운명’이라고 결론 내린다고 한다. 이들의 불행에 대한 생각도 바뀐다. 복권에 당첨될 정도로 운이 좋으니, 이 세상의 불행은 자신을 비껴 갈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렇기에 많은 당첨자가 당첨금을 흥청망청 쓰게 된다. ‘그 어렵다는 복권에 당첨된 것을 보면, 나는 인생의 다른 면에서도 운이 좋을 것’이라고 인과 관계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사업에서 ‘대박’을 치는 경험이 위험으로 작용하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물론 치열한 노력이 수반됐겠지만, 비즈니스에서 적당한 성공이 아닌 대박을 터뜨리려면 운이 따라줘야 한다.

그런데, 성공한 사람들은 ‘운’에 대해 감사하기보단 자신의 노력, 공들였던 시간 덕에 대박을 터뜨릴 수 있었다고 결론 내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은 과거의 성공 경험을 기반으로 또 한 번 대박을 꿈꿔보지만, 다음번엔 운이 따라주지 않아 맥없이 실패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과거의 성공을 도왔던 요건들은 과거의 것일 뿐이다. 이를 맹신하다 보면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느낄 때 과거에 집착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는 시대가 아닌가. 낡은 처방은 오히려 실패를 재촉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복권 당첨자들이 예전에 자신이 복권에 당첨된 적이 있으니, 다음번에도 천운이 자신을 도울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과거 실패 기록 않는 게 가장 어리석어

성공한 과거의 경험을 고집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은 과거의 실패를 기록하지 않는 것이다. 3M은 실패로부터 새로운 성과를 낼 수 있는 조직을 구축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3M은 이전의 실패가 임직원들의 학습으로 연결되는지 측정한다. 그리고 이것이 추후 생산적인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는지까지 추적하고, 이에 대한 기록을 꾸준히 축적하고 관리한다. 이 지표를 ‘실패의 생산성’이라고 부르며, 혁신의 지표로 받아들인다. 생산성이 있는 ‘좋은 실패’의 경우 회사에서 파티를 열어주고 격려한다.

널리 쓰이는 사무용품인 ‘포스트잇’도 실패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3M의 연구원 스펜서 실버가 접착력을 강화하기 위한 실험을 하던 중, 실험 의도와는 반대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잘 붙기는 하지만, 잘 떨어지는 접착제를 발명한 것이다. 그는 이 실패의 결과물이 분명 쓰임새가 있을 것이라 믿고, 사내에서 자신의 실험 결과물을 홍보하는 데 열중했지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실패의 결과물인 이 접착제가 다시 주목 받은 시점은 스펜서 실버의 실험 이후 4년 만이었다. 3M 테이프사업부 연구실의 아트 프라이 덕이었다. 아트 프라이는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그날 부를 찬송가의 악보를 찾기 쉽도록 종이를 끼워 넣는 습관이 있었다. 하지만 매번 그 종이가 자꾸 빠져나가 원하는 페이지를 찾느라 허둥대곤 했다. 그러다 스펜서 실버의 ‘실패한’ 접착제가 생각났고, 그에게서 이를 얻어 종이에 발라봤다. 접착제를 바른 종이는 쉽게 붙였다 뗄 수 있고, 떼어낼 때 찬송가 책이 찢어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메모지, 포스트잇이 탄생한 배경이다.

포스트잇은 실패를 부끄러운 것으로 몰아세우지 않고, 이를 축적해 관리한 3M의 정책이 낳은 발명품이다. 실패를 통해 분명 배울 것이 있으리라는 조직의 믿음이 있었다. 성공 아니면 모두 쓸모없는 것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로 스펜서 실버의 실험 기록을 폐기해 버렸다면, 포스트잇은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직원들의 실험을 독려한다. 사진 블룸버그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직원들의 실험을 독려한다. 사진 블룸버그

직원의 실험 독려하되 실패 경험 축적을

제약회사는 신약을 출시할 때 수많은 임상시험을 통해 실패 경험을 거친 후 성공적 신약을 만들어 낸다. 이처럼 비즈니스의 영역에서도 혁신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실험적인 실패를 용인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실패 경험을 기록하고 축적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누적한 실패 경험을 통해 구성원들이 무언가를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험이라는 자연과학 분야의 기법을 경영의 원리에 적용할 것을 제안해본다. 경영에서는 자연과학에서처럼 운에 의해 작동되는 어쩔 수 없는 요소들을 통제하며 엄격한 실험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자신의 전략이 특정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할 것인지 실험할 수는 있다.

가령, 하나의 전략을 작은 부서에서부터 시작하고, 이를 점차 전사적으로 확대하는 식이다. 한 명의 직원이 실험을 해보고, 성공했을 때 이를 여러 직원과 함께해보는 것도 이런 실험에 포함된다. 일단 작은 범위에서부터 시작하고, 다른 분야로 이를 확장해보는 것이다.

‘실험’의 문화를 갖춘 대표적인 기업은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사업 실험 플랫폼을 운영한다. 아마존 직원들은 모두 자신의 실험을 위해 회사의 자산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 실험 플랫폼에서 실험 성공을 위한 방법론, 가설, 실험통제 등을 도와줄 전문가들도 고용했다. 전문가들은 사업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경영적 실험만을 할 수 있도록 자원 낭비를 줄인다. 그리고 일일, 주간, 월간, 연간으로 실험 횟수를 계산한다.

윤정구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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