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11일 오후 서귀포시 제주해군기지 남부해상에서 국제 관함식 해상사열이 열리고 있다. 사진 해군
2018년 10월 11일 오후 서귀포시 제주해군기지 남부해상에서 국제 관함식 해상사열이 열리고 있다. 사진 해군

여성이나 청소년처럼 군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는 사람이더라도 길거리에서 병사가 착용한 군복을 봤을 때 해군만큼은 쉽게 구분한다. 흔히 ‘세일러복(Sailor Suit)’이라 불리는 특징적인 수병 복장 때문에 쉽게 눈에 띄기 때문이다. 모든 군인의 공통이라 할 수 있는 전투복을 착용한 경우는 예외로 하고 말이다.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세일러복은 만국 해군의 공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챙 없는 모자, 통 넓은 바지 그리고 일종의 액세서리인 네커치프(neckerchief) 등은 여타 군복과 확연히 차이가 있다. 그중에서 목 뒤에 스트라이프 무늬가 들어간 커다란 사각형 깃은 세일러복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얼핏 보기에 군인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네커치프의 유래에 대해서는 설왕설래하지만, 많이 언급되는 내용이 배 위에서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때 깃을 세워 소리를 모으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병사가 사고나 전투로 인해 바다에 빠졌을 때 네커치프를 잡아 쉽게 올릴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세일러복은 실용적인 목적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기능이 진짜인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해군의 상징 중 하나인 세일러복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됐다. 기록에는 나폴레옹 전쟁이 끝난 19세기 초반에 영국 해군의 수병용 복장으로 세일러복이 처음 등장한 것으로 나와 있다. 영국 해군은 16세기 엘리자베스 1세 치세 당시에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파하고 세계 최강의 위치에 오른 이후 세계 해군의 바로미터였다.

그것은 군함이나 전술 같은 군사적인 부문은 물론이거니와 복장 같은 문화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이폰이 최초는 아니었지만 스마트폰의 역사를 실질적으로 개척하며 수많은 후발주자들의 탄생을 이끈 것처럼 말이다.

세계 해군 가운데 ‘넘버 원’이었던 영국 해군이 만들거나 시작한 것을 모든 나라의 해군이 벤치마킹했고, 그러다 보니 규범으로 자리 잡았다. 세일러복이 기능적으로 훌륭한지에 대한 근거는 미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만국 공통으로 사용되고 있다. 즉 오랜 기간을 거치며 해군의 기본 복장이 됐다는 뜻이다.


에드워드 7세의 왕자 시절 초상화. 최초로 그림으로 기록된 아동복 스타일 세일러복이다.(왼쪽) 세일러복 스타일의 일본 여학생 교복. 여성 패션으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오른쪽)
에드워드 7세의 왕자 시절 초상화. 최초로 그림으로 기록된 아동복 스타일 세일러복이다.(왼쪽) 세일러복 스타일의 일본 여학생 교복. 여성 패션으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오른쪽)

울긋불긋…누가 봐도 멋졌던 옷, 군복

해군의 세일러복이 일반인에게 낯설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다. 여성이나 아동도 세일러복을 입기 때문이다. 1846년 그려진 에드워드 7세의 네 살 때 초상은 복장사(服裝史)에 가장 오래된 세일러복 스타일의 아동복 기록이다. 이 초상은 이전부터 세일러복이 아동복으로 널리 유행하고 있었다는 증거로 여겨지기도 한다. 사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유럽에서는 귀족들을 중심으로 아동에게 군복을 입히는 사례가 많았다.

일단 아이들도 좋아할 만큼 군복이 멋있기 때문이었다. 오늘날 군복은 전투를 위한 의복이므로 실용성과 위장 효과가 가장 우선시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100년 전인 제1차 세계대전 발발 당시만 해도 눈에 잘 띄는 울긋불긋한 멋있는 군복을 입고 전투를 벌이다 무수한 병사들이 발견되기 좋은 표적 역할을 하다 죽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이유는 프로이센(훗날 독일제국)-프랑스 전쟁(1870~71년) 이후 유럽에서 큰 전쟁이 없었던 반면 그사이에 무기의 발달이 엄청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지휘 편의를 위해 병사들이 피아가 뚜렷이 구분되는 튀는 색깔의 군복을 착용했다. 당시 소총의 성능이 50m 앞에서도 명중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좋지 않았기에 튀는 군복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유럽 군복은 누가 봐도 멋있는 옷이었다. 이 때문에 상무정신을 높게 사는 유럽 상류 사회에서 아동복으로 많이 사용했다. 특히 세일러복은 특이하게도 여성복으로도 인기가 많다. 1909년 3월 30일 ‘피츠버그 프레스(Pittsburgh Press)’에 여성용 세일러복에 관한 기사까지 나왔을 정도로 역사가 길다.

특히 일본은 오래전부터 세일러복을 여학생 교복으로 애용하는 나라다. 일제는 학교를 준군사조직 형태로 운용하면서 남학생은 전투복 스타일, 여학생은 세일러복 스타일의 교복을 입도록 강제했고, 한국에도 영향을 줬다. 교복 자율화가 시행된 1980년대 중반 이전의 우리나라 여학생 교복 대부분도 세일러복 형태였다. 이때부터 세일러복은 여학생 교복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덧씌워졌다. 그러면서 어느덧 패션의 한 종류로 진화했다. 패션과 그다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군사 분야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다.

남도현 군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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