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코골이는 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쳐 기억력 감퇴, 학습 능력 저하, 성격 변화 등을 일으킬 수 있고 아이의 성장을 방해할 수도 있다.
소아 코골이는 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쳐 기억력 감퇴, 학습 능력 저하, 성격 변화 등을 일으킬 수 있고 아이의 성장을 방해할 수도 있다.

코골이 하는 아이를 본 부모들은 ‘낮에 열심히 놀아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무심코 넘기는 경우가 많다. 점차 코를 고는 정도가 심해지면 그때서야 코골이 치료를 고려하곤 한다. 사실 3~12세 어린이 중 10~25%가 코를 고는데, 이 중 10%는 무호흡이 동반된다. 전문가들은 “소아 코골이는 수면 습관이나 피곤해서 일어나는 증상이 아니라 수면장애인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며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소아 코골이의 주된 증상은 잠을 잘 때 입을 벌리고 자거나, 수면 중에 호흡할 때 숨소리와 함께 잡음이 들리는 것 등이다. 성인은 수면 중에 가끔 코골이 소리가 나는 반면 아이들은 지속적으로 코 고는 소리가 나는 게 특징이다.

코골이와 구강호흡 등 수면호흡장애는 성장기 어린이의 뇌 발달에 치명적이다. 기억력과 학습 능력을 감퇴시키고, 아이가 공격적으로 변하거나 성격이 급변해 과잉행동을 보이는 등 성격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코를 고는 동안 뇌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에는 산소 공급이 줄어들고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는데, 이는 뇌의 집행기능(주의력·기획·조직)과 행동억제기능, 감정조절기능 손상 등으로 이어진다.

미국국립보건원 어린이보건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소아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30%에서 과잉행동장애 증상이 나타났고, 기억력과 집중력을 떨어뜨려 IQ(지능지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증이나 중등도의 수면호흡장애가 있는 어린이도 잠재적으로 정신 행동적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소아 코골이의 또 다른 문제는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잠을 잘 자야 한다. 그런데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아이의 이런 단잠을 방해한다. 우리 아이의 건강과 성장을 지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코를 고는구나’ 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이른 시일 내에 원인을 찾아 치료해주어야 한다.

소아 코골이 환자를 둔 부모들이 가장 많이 고려하는 것은 편도 수술이다. 비대한 편도가 호흡을 방해한다고 믿기 때문인데, 실제로는 편도의 크기와 소아 코골이의 원인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코골이의 원인은 무척 다양하기 때문에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호흡곤란지수, 혈액 내 산소포화도 등 다양한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

만약 수면다원검사 결과 아데노이드(코의 뒤쪽에 있는 삼각형 모양의 림프 조직)나 편도의 비대 등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면 수술 치료로 90% 이상 완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치료 시기는 턱뼈와 얼굴뼈가 성장하기 전인 4~6세가 좋다.

다만 편도를 제거하고 코골이 증상이 줄어들면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속적인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코골이가 재발할 우려도 크다. 평소에 코가 충혈되거나 막히지 않도록 관리·치료해야 한다. 적절한 운동과 체중 관리도 필요하고, 잘 때는 옆으로 누운 자세가 도움이 된다.


▒ 한진규
고려대 의대 외래교수, 한국수면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