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격렬한 로비와 방해를 물리치고 역사적인 반독점법을 이끈 존 셔먼 미국 상원의원. 그의 이름을 따서 셔먼 반트러스트 법으로 불린다. 사진 위키피디아
기업의 격렬한 로비와 방해를 물리치고 역사적인 반독점법을 이끈 존 셔먼 미국 상원의원. 그의 이름을 따서 셔먼 반트러스트 법으로 불린다. 사진 위키피디아

1890년 미국에서 제정된 이른바 셔먼 반트러스트법(이하 독점금지법)은 자본주의 역사를 획기적으로 바꾼 엄청난 것이었다. 이론적으로 자본주의는 공급자와 소비자의 합리적인 결정에 의해 거래가 성사되므로 외부의 힘이 시장에 개입하지 않을수록 좋다. 그런데 이기적인 인간의 본능은 자유방임하에서 종종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범죄처럼 나쁜 짓거리를 통해 편취한 것이 아니라면 축적과 이재(理財)는 결코 비난받을 행위가 아니다. 다만 그러한 과정에서 공공의 이익을 침해한다면 문제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급자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면 품질이 향상되고 가격이 저렴해지는 효과가 나타나고 경쟁력이 없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도태된다.

그런데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덤핑 같은 비겁한 방법을 사용하거나 회유, 협박, 폭력처럼 범죄 행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해서 독점, 과점 혹은 담합의 형태로 극소수의 공급자가 시장을 지배하면 결국 소비자가 손해를 입게 된다. 이처럼 제약이 없으면 공급자, 소비자 모두에게 해가 되고 결국 이익은 극소수만 누리게 된다.

독점금지법은 이를 막고 자본주의가 더욱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었다. 발효 즉시 미국에서 가격을 담합하던 철도 카르텔이 해체되었고 석유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거대 공룡 스탠더드오일이 강제 분할됐다. 이후에도 이 법에 따라 해당 업종의 거인인 IBM, AT&T,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기업들이 차례차례 철퇴를 맞았다.

물론 독점금지법 제정이 논의될 당시에 자본가 측은 이런 제한이 기업의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격렬히 저항했다. 최대한 많은 이득을 취하려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고 기업의 목표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다. 따라서 공급자에게 어느 이상 시장을 장악하지 말라고 강제하는 것은 자본주의 원리상 모순이기는 하다.

독점금지법을 설명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사례가 스탠더드오일의 해체이지만, 정작 물가 수준을 고려할 때 석유 가격은 스탠더드오일의 독점기에 가장 저렴했다. 스탠더드오일을 이끈 록펠러는 가격을 5분의 1로 후려쳐 경쟁자들을 제거해 버렸다. 그런데 시장을 완전히 손아귀에 넣은 후 해체당하기 전까지 15년간 그 가격을 그대로 고수했다.

하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사례일 뿐이고 독점이 이뤄지면 가격이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다수의 공급자가 자유롭게 경쟁을 벌일 경우에 소비자의 이익이 늘어난다는 역사적 경험에 힘입어 오늘날 독점은 철저히 제한받고 있다. 이처럼 자본주의는 시장의 자유와 간섭이 균형을 이루는 과정을 통해 발전하고 있다.


4기만 만들고 양산에는 이르지 못한 아르헨티나의 IAe 33 풀퀴 II 제트전투기. 미국이 절반 정도의 파격적인 가격에 F-86 전투기를 공급해주었던 것도 양산이 좌초된 이유 중 하나다. 사진 위키피디아
4기만 만들고 양산에는 이르지 못한 아르헨티나의 IAe 33 풀퀴 II 제트전투기. 미국이 절반 정도의 파격적인 가격에 F-86 전투기를 공급해주었던 것도 양산이 좌초된 이유 중 하나다. 사진 위키피디아
아프리카 최초의 제트전투기인 이집트의 HA-300. 스페인이 포기한 프로젝트를 인수해 완성했지만 결국 3기만 만들고 양산은 실패했다. 소련이 MiG-21 전투기를 저렴하게 공급해 주기로 약속한 점도 하나의 이유였다. 사진 위키피디아
아프리카 최초의 제트전투기인 이집트의 HA-300. 스페인이 포기한 프로젝트를 인수해 완성했지만 결국 3기만 만들고 양산은 실패했다. 소련이 MiG-21 전투기를 저렴하게 공급해 주기로 약속한 점도 하나의 이유였다. 사진 위키피디아

‘무기 경쟁국’ 뿌리 뽑은 미국과 소련

그런데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서 국가가 나서는 경우가 있다. 오히려 부당하거나 불공정하게 관여하기도 한다. 자국 혹은 특정 국가의 이기주의가 많이 작용하는 해외 무역 분야에서 그런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금은 저유가로 고전 중이지만 지난 세기에 몇 차례 오일 쇼크를 불러온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대표적이다.

이보다 더한 경우도 있다. 비록 대다수 소비자에게는 생소하지만, 무기의 세계는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공급자는 물론 해당 국가가 야비한 방법도 마다하지 않는 분야다.

특히 전투기 같은 고가의 첨단 무기일 경우는 회유와 압력까지 작용한다. 다른 일반 상업 제품과 차이가 큰 무기 고유의 정치·외교적인 특성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화마에서 벗어나 있던 아르헨티나는 패전국의 망명 과학자들을 받아들여 국산 전투기 개발에 나섰다. 1947년에 IAe 27 풀퀴 I(Pulqui I) 실험기를 만들어 남미 최초의 제트기 제작국 반열에 올랐고 1950년에는 미국의 F-86, 소련의 MiG-15 등과 맞먹는 IAe 33 풀퀴 II 제트전투기 비행에 성공했지만 정작 양산은 무산됐다.

1962년 스페인은 독일의 망명 과학자를 받아들여 최초의 국산 제트기인 HA-200 훈련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발판으로 제트전투기인 HA-300 개발에도 나섰으나 여러 이유로 개발을 중단했다. 그러자 이 프로젝트를 이집트가 인수해 제작을 완료해 1964년 하늘로 날렸지만 3기의 실험기를 끝으로 양산에는 이르지 못했다.

아르헨티나, 스페인, 이집트가 전투기 양산에 실패한 원인은 개발 및 양산 비용이 경제에 부담을 줄 정도로 크고 관련 기술력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전투기는 산업으로만 놓고 보면 전통적 강국인 영국조차도 1950년대 이후 독자 개발을 포기하고 국제 분업이나 직도입하고 있을 만큼 어지간한 국가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상당히 어려운 분야다.

여기에 더해 미국과 소련의 방해가 있었다. 미국은 저렴한 가격에 전투기를 공급해주겠다며 아르헨티나, 스페인의 의지를 꺾었다. 소련도 이집트를 그런 식으로 좌절시켰다. 당연히 외교적인 회유와 압박도 함께 가했다.

자국보다 좋은 무기를 보유한 경쟁국의 등장을 원하지 않았기에 그들은 시장을 독점하려 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남도현 군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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