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경제 대명사로 꼽히는 넷플릭스. 사진 블룸버그
구독경제 대명사로 꼽히는 넷플릭스. 사진 블룸버그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고 주위를 돌아보면 눈에 밟히는 용어가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다. 언제부터인가 서점 매대에 ‘플랫폼의 미래, 서브스크립션’이란 제목의 책이나, 구독 경제란 표현을 제일 먼저 사용했다고 알려진 티엔 추오의 ‘구독과 좋아요의 경제학’이란 책이 올라온 것을 보면 구독 경제가 유행인가 싶기도 하다.

그렇구나 싶다가도 조금만 고개를 돌려보면 갸우뚱하게 된다. 이는 매달 구독료를 지불하면서 종이신문을 본 세대는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서 ‘넷플릭스’를 보는 행위가 별반 새롭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글로벌 조사기관인 가트너가 “2023년에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 중에서 75%가 구독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언 아닌 단언을 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또 구독 경제가 뭔가 싶다.

가까이는 넷플릭스부터 지식 콘텐츠를 구독할 수 있는 퍼블리, 영양제를 정기배달해 주는 필리까지.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니 궁금한 것은 당연하고 다양한 해석이 붙는 것일지 모른다.

소비자의 소비 패턴이 소유에서 공유로 바뀌었고, 다시 구독의 형태로 진화했다는 식의 해석은 결과론적인 이야기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는 법이지만, 하늘이 다르면 같은 것이라도 새로운 법이기도 하다. 구독이 이전에도 존재했던 것이지만, 오늘날 새롭게 조명받는 것은 디지털이란 환경 때문이다.

소유해야만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은 무언가의 차별적 가치가 지속적일 때 가능하다. 소유는 욕망이란 단어와 동의어다. 소유는 단순히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가지고 있어 남들과 다르다는 차이점이 있다. 따라서 소유하는 것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은 소유가 나의 차별을 보장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차별적인 상품의 생애 주기가 짧아졌고, 새로운 상품의 출시 주기가 빨라져서 소유로 인한 욕망의 유효 기간이 짧아졌다는 말이다. 유효 기간은 짧아졌는데 차별화할 수 있는 상품 가격이 올랐다면, 결국 선택할 수 있는 욕망의 법칙은 소유가 아니라 이용을 통한 차별화일 것이다. 그것이 구독이란 형태로 드러났다고 보는 것이 어쩌면 더욱 합리적인 욕망 경제학일 수 있다.

바뀐 세상에서 구독 경제를 선택해서 제공해야 하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피를 말리는 작업이다. 과거와는 다른 범위(scale)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난이도 높은 사업이다.

이 대목에서 구독의 의미를 렌털, 대여제 등과 구별해야 한다. 구독 경제의 난이도는 약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약정은 과거 구독형 모델의 변태 과정일 뿐이다. 현재 디지털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요소는 바로 약정 기간이 최소인 구독 서비스다.

넷플릭스, 어도비(Adobe),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 혹은 뉴욕타임스의 월정액 서비스를 구독형 서비스의 대표주자로 삼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독 경제를 구독이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렌털형 구독 서비스 등과 혼용하기 시작하면 의미가 희석될 여지가 많다.


“구독, 공급자 중심의 렌털형 서비스와 달라”

과거의 구독형 서비스가 공급자 중심이었다면, 지금의 구독형 서비스는 수요자 중심이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낱개로 판매하던 사람들이 판매 방식을 구독형으로 전환하는 순간, 수익은 감소하고 비용은 증가한다. 이 일련의 과정을 버티고 버텨서 가입자를 늘릴 수 있어야만 수익은 늘어나고 투자는 감소하는 단계로 전환된다. 이 시간을 버틸 수 있는 뱃심·능력·계산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 구독형 서비스다.

2500달러를 내면 영구히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판매하던 어도비가 매달 몇십달러의 돈으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매출액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눈에 보이는 숫자는 너무도 명료하다. 오늘을 사는 이에게 이러한 역성장은 불안감을 조성한다. 그러나 내일을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다른 선택을 한다.

내부에서 이 미친 짓을 왜 하느냐고 했지만,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를 판매하는 방식에서 구독 방식으로 사업 모델을 전환한 어도비 CEO는 ‘과거로 돌아가는 플랜 B(Plan B·비상 대책)는 없다”며 배수진을 쳤다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도 클라우드 기반 구독형 서비스로 전환한 후  매출액이 감소했었다. 하지만 일정한 시간이 흐르자 높은 가격에 적정 고객에게만 제공하던 라이선스 매출액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가격은 내려갔지만, 수요가 늘어 총액은 증가하는 마법의 순간이 발생한 것이다. 핵심은 해당 서비스의 지속 여부는 가입자가 쥐고 있고, 가입자의 고객 경험과 만족도가 높아야만 지속 가능하다는 점이다. 고객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손사래를 친다면 그때는 물고기의 배를 불릴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구독형 서비스는 혁신을 유예하지 못한다. 과거의 구독형 서비스가 사람들이 잊어버릴 만하면 기억할 만한 서비스를 내세워 고객의 손과 발을 묶었지만, 오늘날 구독형 서비스는 매일매일 새로워야 한다.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의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의 서비스를 만들어야만 고객의 선택을 받는다. 무한 혁신과 무한 만족이 있어야 존치할 수 있다.

신규 고객을 모셔 와야 하고 기존 고객을 지켜야 한다. 경쟁사로 가려는 사람을 붙잡아야 하고, 경쟁사에 있는 사람이 자발적으로 올 수 있게 해야 한다. 남의 빈자리를 어떻게든 채워야 하는 것이 이 사업의 본질적 속성이다. 이 어려운 것을 해낼 수 있어야 가능한 것이 바로 구독형 서비스다.

현재의 구독형 서비스는 혁신의 산물이며, 디지털 혁신으로만 지속될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조영신 SK브로드밴드 성장전략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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