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빨리 병원에 가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어지럼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빨리 병원에 가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골프를 좋아하는 K 변호사는 이번 여름 휴가에 3박 4일 동안 72홀을 돌았다. 연속으로 골프를 치다 보니 몸이 피곤하고 몸살기가 돌았고, 나흘째에 결국 갑자기 심한 어지럼증이 생겨서 쓰러졌다. 세상이 뱅뱅 도는 것 같았고 결국 토하게 되었다. 가까운 병원에 가서 링거와 근육주사를 맞으니 속이 울렁대는 것은 좀 좋아졌으나 어지럼증이 심해서 한동안 고생했다.

어지럼증은 ‘생리적 어지럼증’과 ‘병적 어지럼증’으로 나뉜다. 생리적 어지럼증은 특별한 질환 없이 단순히 피로, 수면 부족, 멀미 등 평형 감각 기관에 과도한 자극이 가해져서 생기는 것으로, 보통 휴식만 취해도 증상이 나아진다. 반면 병적 어지럼증은 인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귀의 평형 기관이나 이를 조절해 주는 중추신경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것으로 자연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인체가 평형을 유지하는 데 관여하는 전정 기관과 세반고리관은 귀의 가장 안쪽에 있다. 여기에는 이석이라는 돌이 있어서 중력에 따라 머리 위치나 움직임의 변화를 감지해 뇌에 신호를 보내고, 뇌는 이를 눈에서 오는 시각 신호와 근육에서 오는 자세 감각을 통합해 균형을 유지한다. 만약 귀에서 오는 신호와 시각 신호가 맞지 않으면 이를 바로잡기 위해 뇌는 자동으로 안구 운동을 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환자는 세상이 강하게 빙빙 도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영어로 버티고(Vertigo), 한국말로는 ‘현훈’이라고 한다.

병적 어지럼증의 원인은 굉장히 다양하다. K 변호사는 이석이 귀에서 떨어져 나온 경우였다. 중년 이후에 많이 나타나는 증상으로, 청력은 멀쩡하지만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강한 어지럼증을 느끼는 것이 특징이다. 내이(內耳)에 감기 바이러스가 들어가도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는데 이를 전정신경염이라고 한다. 이런 경우 대개 어지럼증이 생기기 전에 감기에 걸린 병력이 있고 청력 손실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머리를 움직일 때나 가만히 있을 때 어지럼증의 정도가 똑같이 나타나고 언어 장애, 안면 마비, 사지 마비, 감각 이상 등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뇌간에 중풍(뇌졸중)이 온 것일 수 있다. 귀에 문제가 생기는 말초성 현훈은 증상이 수 시간에서 2~3일 내에 좋아지는 반면, 뇌졸중 때문에 생기는 중추성 현훈은 회복에 일주일에서 수개월이 걸리는 등 지속 기간이 길다. 이런 증상이 없다면 뇌졸중의 가능성은 작다.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거나 몸이 흔들리거나 머리 안이 휑하니 빈 것 같은 어지럼증과 함께 쓰러질 것 같고 식은땀이 심하게 흐른다면, 심인성 어지럼증이나 자율신경 실조증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이는 심한 스트레스나 불안 장애, 공황 장애 등으로 자율신경에 이상이 생겨 나타나는 현상이다.

원인이 다양한 만큼, 어지럼증 치료는 정확한 진단이 필수다. 예를 들어 이석증의 경우 떨어진 돌을 제자리에 넣어주는 에플리(Epley) 치료법을 시행하면 불과 5분 만에 증상이 좋아질 수 있다. 전정신경염은 전정억제제와 항구토제를 사용하고 탈수를 교정해 주면 대개 2~3일 내로 증상이 호전된다. 중추성 현훈은 뇌졸중과 치료 방법이 같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 김범택
연세대 의대 졸, 아주대병원 비만 클리닉, 대한가정의학회 교육위원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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