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안개 증상이 나타나면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집중력과 기억력 등이 저하된다.
뇌 안개 증상이 나타나면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집중력과 기억력 등이 저하된다.

중견 방송인 K씨는 언제부터인가 아침에 일어나도 몸이 찌뿌둥하고 머릿속은 안개가 낀 것처럼 맑지가 않다. 처음에는 커피를 마시면 좀 좋아졌지만, 점점 증상이 심해져 지금은 커피를 하루에 너덧 잔씩 마셔도 소용이 없다. 머리가 멍하니 집중력이 떨어져 일에 지장이 생긴다.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는 것은 기본이고, 중요한 약속을 놓쳐서 하마터면 방송계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치매가 온 것은 아닌가 해서 병원에 가서 MRI도 찍어보고 혈액 검사도 해보았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다고, 일을 줄이고 쉬라는 의사의 충고만 들었다.

이처럼 집중력이나 기억력 등 뇌의 기능이 저하되는 증상을 흔히 머릿속의 안개(brain fog·뇌 안개)라고 하는데, 의학적으로 병은 아니다. 우리 뇌를 각성시키는 뇌간의 망상계와 시상핵 그리고 이들과 연결돼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 조직의 기능이 저하된 ‘상태’다.

뇌 안개의 첫 번째 원인은 수면 부족이다. 뇌가 노폐물을 제거하고 정상적인 기능을 회복하려면 7~8시간의 수면이 필요한데, 현대인은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아침식사 거르기’다. 대개 아침에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대신 커피만 마시고 업무에 들어가는 이가 많은데, 그러면 우리 뇌는 부족한 에너지를 갖고 무리해서 일을 해야 하고 결국 고장이 나기도 한다. 최근 다이어트 열풍으로 탄수화물 섭취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식이요법이 유행인데, 최소한 아침식사에는 탄수화물이 적당량 포함되는 것이 좋다.

세 번째는 호르몬이다. 특히 임신과 폐경과 같은 여성호르몬의 변화는 인지기능에 영향을 주어 뇌 안개를 일으킨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남성도 노화로 인해 남성호르몬이 감소하면 비슷한 증상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네 번째는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는 주의 집중을 담당하는 뇌의 조직을 극도로 흥분시켜 단기적으로는 기능을 향상하지만, 장기적으로 이 조직을 탈진시켜 주의 집중에 큰 문제를 일으킨다. 이런 환자들은 검사를 해보면 스트레스를 견디게 해주는 호르몬 수치가 떨어져 있고 스트레스에 대한 자율신경 반응이 둔화되어 멍한 상태가 많다.

마지막으로 약물의 영향도 있다. 수면제나 우울증약, 소염진통제, 알레르기약 등 진정 작용이 있는 약물은 각성을 저해해 뇌 안개를 일으킨다. 항암 치료나 류머티즘 관절염, 갑상선 기능저하증, 빈혈 등의 만성질환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머릿속의 안개에 관한 가장 중요한 치료는 정확한 원인을 찾아 그것을 해결해 주는 것이다. 수면이 부족한 경우는 수면을 보충해 주고, 영양 불균형이 있는 경우는 그를 교정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호르몬이나 스트레스 호르몬의 경우, 영양제나 약물 등을 통해 이를 교정해 주면 매우 효과적으로 증상을 교정할 수 있다. 따라서 뇌 안개를 경험하는 사람은 검사를 통해 영양과 대사 상태를 파악해 보는 것이 좋다.


▒ 김범택
연세대 의대 졸업, 아주대병원 비만 클리닉, 대한가정의학회 교육위원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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