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 1척당 1조원이 넘는 엄청난 고가의 무기다. 사진 위키피디아
한국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 1척당 1조원이 넘는 엄청난 고가의 무기다. 사진 위키피디아

짧은 기간에 엄청난 이득을 얻는, 이른바 ‘대박’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업가라면 당연히 자신이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가 많이 팔리기를 원한다. 원론적으로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으로 가격이 형성되기는 하나, 그런 와중에 내가 만든 제품을 더 많이 팔고자 한다면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 일단 가격과 질이 충분히 조화를 이뤄야 한다.

가격과 품질은 비례하는 요소이므로 일반적으로 비싸면 질이 좋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같은 가격이면 좋은 제품을, 같은 품질이면 싼 제품을 선택하는데 이는 굳이 경제 이론을 거론할 필요도 없는 인간의 본능이다. 사람들은 두 가지 기준을 고려해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합리적으로 소비한다. 즉, 싸다고 무조건 많이 거래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여유가 있는 이들은 대중적인 제품보다 일부러 값비싼 제품을 취하기도 한다. 고가라고 반드시 품질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가 효용 가치를 느낀다면 가격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비싸도 기꺼이 지갑을 연다. 이처럼 소비와 관련된 기준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구매 능력에 따라 상이하다. 중요한 것은 소비하면서 얻을 수 있는 만족도다.

이른바 명품이라 불리는 사치품이 여기에 포함되는데, 이보다 더한 경우가 무기다. 브랜드 명성 등의 이유로 과할 정도로 비싼 사치품과 달리 무기는 대부분 가격과 성능이 비례한다. 갈수록 무기의 양보다 질이 전쟁의 승패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추세여서 어느 나라 군대건 여건만 허락하면 당연히 비싼 무기를 보유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전면전처럼 아무리 경제적인 고려가 후순위가 되는 상황이라도 무기는 어지간한 국력을 가진 나라가 아니면 일선에서 원하는 대로 도입해서 운용하기 어렵다. 많이 만들어져 끊임없이 사용되어 왔음에도 성능이 선택 기준이 되면서 역사적으로 항상 비싼 재화에 속했다. 제작에 당대 최고의 기술력이 투입되는 경우라면 특히 더하다.

예를 들어 제1차 세계대전 때 사용된 전투기의 성능은 오늘날 개인이 레저용으로 사용하는 경비행기보다도 못하다. 그런데도 당시에 대단히 고가의 무기였다.

그런데 오늘날 최신 전투기들은 1000억원 이상을 호가할 정도여서 물가 수준을 비교한 상대 가격으로 따져도 과거보다 더욱더 비싼 무기가 됐다. 즉, 갈수록 비싸지는 추세다.

설령 비싸도 구매할 수 있는 수요자가 존재한다면 공급자는 이 글의 처음에서 언급한 것처럼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업체가 원하는 대로 만들고 팔 수 없고 반대로 소비자가 원하더라도 쉽게 구매할 수 없다. 여타 공산품과 달리 무기는 거래할 경우 정치적인 요소까지 고려되는 재화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무기를 구매한 나라가 갑자기 적대국이 되거나 교전 상대로 바뀔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란은 미국이 최신 무기를 먼저 공급해준 우방이었지만, 1979년 혁명 이후 순식간에 적대적으로 바뀌면서 애를 먹었다. 이 때문에 상업적 이익 여부와 관련 없이 무기는 매우 제한적인 상대와 거래한다.


현재 자타가 최강의 전투기로 첫 손 꼽는 F-22. 배치가 시작된 2005년 당시 가격이 1800억원인 고가의 장비다. 현재까지 미국이 대외 판매를 금지한 무기여서 설령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다. 사진 위키피디아
현재 자타가 최강의 전투기로 첫 손 꼽는 F-22. 배치가 시작된 2005년 당시 가격이 1800억원인 고가의 장비다. 현재까지 미국이 대외 판매를 금지한 무기여서 설령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다. 사진 위키피디아
현재 순차적으로 폐기 중인 국군의 M48 전차. 다행히도 실전에서 사용되지 않았다. 사진 위키미디어
현재 순차적으로 폐기 중인 국군의 M48 전차. 다행히도 실전에서 사용되지 않았다. 사진 위키미디어

사용하지 않을 때 좋은 상품

공산품, 특히 내구재는 구입하자마자 본전을 뽑기 위해 마르고 닳도록 사용한다. 얼리어답터처럼 유행에 민감하거나 싫증이 나서 교체하는 경우도 있지만, 특별히 불편함이 없다면 작동이 멈출 때까지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대로 비싸게 구매했는데 폐기할 때까지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면 상당히 비효율적인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무기는 개발 용도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단지 보유만 하다가 내구연한이 지나서 그냥 사라질 때 가장 값어치가 있다. 무기가 연습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된다는 것은 전쟁 또는 이에 준하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전쟁은 반드시 살상과 파괴를 동반한다. 따라서 무기가 개발 목적대로 충실히 사용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비극이다.

물론 무기가 필요한 원초적인 이유는 남을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도발을 받았다면 당연히 이를 이용해서 적을 격퇴해야 한다. ‘전쟁을 원하지 않으면 전쟁에 대비하라’는 격언에서 알 수 있듯이 사용되지 않기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계속 만들고 성능을 향상하는 것이다.

무기는 상품이다. 그런데 자랑하기 위한 사치품도 아니면서 비쌀수록 가치를 많이 인정받는다. 그리고 많이 팔고 싶어도 혹은 반대로 사고 싶어도 이런저런 제약이 많아 거래가 자유롭지 못하다.

정작 비싼 가격을 주고 어렵게 도입했어도 폐기 전까지 사용되지 않기를 간절히 원하는 제품이다. 한마디로 참으로 이상한 상품이다.

남도현 군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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