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 고은법률사무소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시험 43회,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허욱
고은법률사무소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시험 43회,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2020년 10월 24일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된 금융 서밋에서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馬雲)은 “중국 은행 경영은 전당포 운영 사고에 머물러 있다”며 중국 금융 시스템을 거세게 비판한다. 같은 해 11월 2일 인민은행 등 중국의 금융 감독·관리 실세들은 마윈을 비롯한 알리바바그룹(알리바바) 수뇌부와 만나 대화를 나눈다.

이후 알리바바는 당국과 나눈 이야기 내용을 충실히 실천하고, 지속해서 혁신을 추구하고, 감독·관리를 수용하며, 실물경제에 봉사하고, 민생 발전에 조력하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알리바바는 앤트파이낸셜 상장의 무기한 유예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위 상황에서 중국 감독 당국과 알리바바가 만나 이야기 나누는 걸 ‘약담(約談)’이라고 한다. 약담은 규정을 위반했거나 위반했다고 의심되는 대상에 감독·관리 부서가 권유·권고·경고·비평하는 행위를 말한다.

중국에서 약담에 관한 규정은 곳곳에 있다. 우선 ‘중국공산당 당내감독조례(中國共產黨 黨內監督條例)’ 제31조는 “당 간부의 일반적인 기율 위반 문제에 관한 의견이 접수되면 적시에 본인에게 사실을 확인하고, 대화로 주의를 환기하거나 약속 면담 또는 서면 질의(약담함순·約談函詢)를 통해 해당 간부에게 문제를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민사 판결 집행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 ‘최고인민법원의 집행약담기제 수립에 관한 약간의 규정(最高人民法院關於建立執行約談機制的若幹規定)’을 통해 집행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하급법원에 대한 약담을 규정했다. 생태환경부도 ‘생태환경부약담방법(生態環境部約談辦法)’ 제2조를 통해 “생태환경 보호의 주체로서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기업 책임자에게 약담을 실시할 수 있다”라고 한다. 이렇듯 약담은 중국에서 공산당 안팎과 일반 기업 등에 폭넓게 적용된다.

약담은 단순히 잘못을 일깨우는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니다. 약담을 빙자해 사실상 벌을 내리고, 단순히 약담에 출석하지 않거나 약담 내용에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려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약담이 행정처벌과 같은 효과를 내게 하는 것이다. 공권력의 상대방이 느끼는 부담과 약담에 응하지 않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유무형의 불이익을 고려하면, 약담에 대한 일반적인 근거를 법률 형식으로 통일해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로서는 약담을 행정처벌법상의 행정처벌인 경고나 통보비평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중국은 2021년 1월 22일 개정 행정처벌법(行政處罰法)을 공포하고 7월 15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행정처벌의 정의 규정이 신설된 개정 행정처벌법 제2조를 보면 “행정처벌은 행정기관이 법에 따라 행정 관리 질서를 위반한 공민, 법인, 기타 조직에 대해 권리·이익을 축소하거나 의무를 늘리는 방식으로 징계하는 행위”라고 나온다. 행정처벌의 범위를 상당히 폭넓게 규정한 것이다.

공권력이 국민에게 ‘만나서 이야기나 좀 하자’는 것에도 법률상 근거와 절차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될 때 비로소 중국적 특색의 법치 행정인 의법행정(依法行政)은 완성될 것이다.

허욱 고은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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