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으로 에어컨 사용이 늘면서 냉방병 환자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폭염으로 에어컨 사용이 늘면서 냉방병 환자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장은경 경희대학교한방병원 간장·조혈내과 교수 경희대 한의과대학 한의학박사, 현 대한한방내과학회 정회원
장은경 경희대학교한방병원 간장·조혈내과 교수 경희대 한의과대학 한의학박사, 현 대한한방내과학회 정회원

냉방된 실내에서 장시간 근무하는 사람들이 여러 가지 건강상의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냉방병’은 우리의 몸이 갑자기 더운 곳에서 추운 곳으로 다시 더운 곳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몸의 항상성이 제대로 유지되지 못해 생겨나는 여러 증상을 말한다. 실내와 실외의 온도 차가 10℃ 이상일 경우 인체의 체온 조절 기능에 이상을 초래해 혈관이 수축하고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게 된다.

환기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장시간 냉방을 하거나 더운 외부와 서늘한 실내를 자주 출입하는 경우, 실내 습도가 급격히 떨어져 점막이 마르고 저항력이 약해지면서 호흡기 질환이나 체온 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서 냉방병이 발생한다.

자율신경은 우리가 외부 변화에 적응하도록 자동적으로 조절되는 신경이다. 기온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가면 자율신경계에서 이를 감지해 정상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열을 발산시켜 땀이 나게 되고, 기온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할 경우에는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자율신경은 장운동 조절, 뇌의 혈류량, 혈압, 스트레스에 대한 적응, 호르몬 순환 등에 영향을 미친다. 냉방된 실내에서는 기온 차에 의한 체온 유지로 자율신경이 지쳐 뇌 혈류량이 감소, 장운동 저하, 근육 수축의 불균형, 호르몬 이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냉방병 증세는 한두 가지로 뚜렷이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고, 나이와 성별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여름 감기에 걸려 잘 낫지 않고 코가 막히고 목구멍이 불편하며, 기침과 가래가 계속되거나 피로, 두통, 관절통, 요통, 현기증, 메스꺼움, 복통, 설사, 특히 호르몬 분비가 불완전한 갱년기 및 사춘기 여성에서 생리장애와 냉증세, 정서장애 등을 수반하는 경우 냉방병을 생각할 수 있다. 노인들은 안면신경마비 등 근육마비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전신 증상으로는 솜이 물에 젖은 듯 온몸이 무겁고, 두통과 근육통이 자주 생기며 식욕이 떨어지고 만사가 귀찮은 무력감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소화 기능이 떨어져 복통, 설사 등 위장 장애가 일어날 수 있으며 여성의 경우 냉기로 인해 생리 주기가 달라지거나 생리통이 더 심해지기도 한다. 냉기에 오래 노출되면 뼈, 관절, 근육, 인대 등을 수축시켜 근골격계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냉방병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적외선 체열촬영(DITI)을 통해 전신의 순환 상태 및 냉증 부위와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치료는 전신의 순환과 자율신경 및 호르몬 기능을 조절하는 약물과 침, 뜸, 부항, 적외선치료, 전신수압마사지 등 다양한 치료법을 병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 환자의 전신 상태나 호소하는 증상, 냉감을 느끼는 부위나 정도에 따라 허실을 구분하고 적절한 처방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의학에서는 냉방병을 더위 때문에 생기는 병(暑病) 중에서도 음서(陰暑)의 범주로 본다. 음서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장시간 바람을 쐬거나, 차가운 것을 많이 먹어 속이 냉해졌을 때 나타나는 질환이다. 땀을 많이 흘리면 양기가 외부로 발산되고, 몸속 기운이 떨어지면서 몸이 차가워지고 여름 감기, 수족냉증, 소화장애와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

치료는 증상에 따라 다른 처방을 활용하는데, 여름 감기로 호흡기 위주의 증상에는 이향산(二香散)을, 팔다리가 싸늘해지고 몸이나 머리가 쑤시고 아프며 복통과 설사를 수반하는 경우에는 오적산(五積散)이나 곽향정기산(藿香正氣散) 등을 사용한다.

냉방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실내외 온도 차는 5℃가 넘지 않도록 하고 에어컨은 가능하면 1~2시간 가동 후 30분 정도 정지하고, 창문을 열어 실내외 공기를 환기한다. △혈액순환을 돕기 위해 맨손 체조나 가벼운 근육 운동을 수시로 하고 자세를 자주 바꿔주며 스트레칭을 한다. △차가운 물이나 음식을 너무 많이 자주 먹지 않도록 한다 △잠잘 때 배는 항상 따뜻하고 이불을 덮어준다. △과음하지 않는다. △매일 가벼운 운동으로 적당히 땀을 흘리고 샤워를 한다. △과로와 수면 부족으로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