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 15일은 중국 소비자의 날이다. 이날은 세계 소비자 권리의 날인데 중국에서도 이를 기념한다. 이날 저녁에는 중국 중앙방송국(CCTV)에서 ‘3·15만회’라는 고발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그해 소비자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은 분야나 소비자 권익을 침해했던 기업의 불법적인 행위가 암행 취재 등 방식으로 현장 고발돼 전국에 방송된다. 이 프로그램에 방송된 기업은 그 존폐를 고민해야 할 정도다. 이 정도로 회사 운영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기업은 그해 방송에 자신의 기업이나 관련 업종이 보도되는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2022년에는 온라인 애플리케이션(앱)과 관련한 소비자 권리 침해 행위가 주된 고발 대상이 됐다. 방송의 주요 주제는 ‘인터넷 불공정행위’와 ‘개인정보 보호’였다. 구체적으로 일부 앱은 무료 와이파이 기능을 제공한다며 고객을 유인하고, 고객이 그걸 선택하면 원하지도 않은 다른 앱들이 내려받아져 구동되게 했다. 어떤 앱은 고객 의사와 무관하게 동시에 여러 다른 앱이 자동으로 내려받게 돼 있기도 했다. 워낙 교묘하게 설계해서 이용자로서는 거절할 수 있는 선택 항목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회사는 불법적인 수단으로 고객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내고, 이렇게 취득한 번호를 전자상거래 업체 등에 판매해 마케팅 목적으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행위는 모두 중국 현행법을 위반한 것이다. 중국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 처리는 반드시 합법, 정당, 필요와 신의성실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오도, 기망, 협박 등 방식으로 개인정보를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5조). 또한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데는 반드시 정보 주체인 개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다만 개인이 일방 당사자인 계약의 체결과 이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또는 법에 따라 제정한 노동규장 제도와 법에 따라 체결한 단체협약에 따라 인력자원 관리에 필요한 경우, 본법의 규정에 따라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개인이 자발적으로 공개하거나 또는 기타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인 경우 등은 예외적으로 개인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제13조).
올해 소비자의 날에 고발된 기업들의 행위는 이미 중국 당국에 의해 지속해서 경고음이 울렸던 사항이었다. 중국의 공업정보화부는 2019년부터 지속해서 앱 이용자의 권리 침해 행위에 관한 집중단속 운동을 전개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위법한 앱 1549개에 경고했다. 또 경고 사항을 개선하지 않는 앱 514개를 상대로는 앱 스토어에서 철수하도록 조치했다.
3월 3일에도 행정지도 회의를 열어 앱 내려받기 행위를 규범화해 이용자 동의나 자발적인 선택 없이는 자동 또는 강제로 앱을 내려받을 수 없게 했다. 사전 경고였을까. 올해 3·15만회 방송 하루 전날인 3월 14일에 공업정보화부는 사용자 권익을 침해하는 앱 명단을 추가로 공포했다.
중국은 더는 ‘세계의 공장’이 아닌 ‘세계의 시장’이 됐다. 우리도 중국의 내수 시장 공략을 외친다. 내수 시장 공략이라는 거시적인 목표 바탕에는 중국 소비자 권리를 존중하고 그들의 마음을 사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중국 법규를 잘 준수해야 한다. 나아가 우리가 잘하는 것보다는 중국 소비자에게 없는 것, 그들이 아쉬운 것이 무엇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