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코로나19의 변종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중국에서도 심각하게 확산하고 있다. 그중 더 상황이 안 좋은 곳은 중국 동북의 지린성과 경제 중심지인 상하이다. 특히 상하이의 도시 봉쇄와 격리 조치는 중국의 경제 성장률 목표 달성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두 지역 봉쇄로 인해 자동차 산업이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지린성과 상하이는 중국의 자동차 산업 핵심 지역이기 떄문이다. 이 지역들의 자동차 생산량은 중국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 내외 유명한 자동차 브랜드의 생산과 연구개발 기지도 이 지역에 몰려 있다. 자동차 산업은 공급 체인이 매우 길고 부품 산업 간의 유기적인 협조가 고도로 요구되는 산업이다. 그런데 방역 정책에 따라 완성차 생산 기업과 부품 생산 기업들이 생산을 중단하면서 중국 자동차 산업의 공급망이 영향을 받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물류, 반도체, 국제 무역 등 중국의 경제를 떠받들고 있는 핵심 산업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불가피하게 타격받는 상황이다. 이런 충격파는 중국을 넘어 전 세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4월 16일(현지시각) 상하이시는 ‘상하이시 공업기업 복공복산 방역 가이드(제1판)<上海市工業企業復工復產疫情防控指引(第一版)>’를 반포했다. 복공복산이란 조업과 생산을 재개한다는 말이다. 이 가이드는 기업의 조업과 생산 재개를 위한 여러 조건을 규정했다. 우선 조업과 생산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생산과 방역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작업장 공간을 분리하고 기숙사 방역을 철저히해야 한다. 또 직원이 구내식당을 이용할 땐 시차를 두는 등 직원 간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 기업은 또 생산을 위한 물자와 생필품이 공장에 입고되는 경우에 별도의 장소를 마련해야 하며, 고정 인원을 배치해 하역과 소독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 진단키트, 마스크, 손소독제 등 방역 물자는 14일 이상의 분량을 비축해야 한다. 더불어 감염병 확산 방지에 관한 매뉴얼을 제작해 비치해야 한다. 복공복산을 위한 방역 조치에 기업 부담이 느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방역 당국은 방역 정책에 관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우리가 ‘제로(0) 코로나’라고 일컫는 중국 방역 정책은 ‘사회면 동태청영(社會面動態清零)’이라고 한다. 중국 당국은 무조건 코로나19 감염자를 ‘0명’으로 만들겠다는 게 아니라 방역 조치가 적시에 이뤄지는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서 확진자 발생과 전파를 억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확진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추가 전파를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면 반드시 해당 지역을 봉쇄하거나 모든 시민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강제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중국의 의료 수준과 인구 밀집도 등을 고려하면 중국이 사회면 동태청영이라는 방역 목표를 설정한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전파성이 강한 오미크론을 어떻게 조기에 발견하고 그 확산을 차단할 것인지, 다시 말해 방역의 ‘적시성’을 어떻게 확보하고 구체적인 방역 조치의 ‘적절성’은 어느 정도까진지에 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 위에서 갑자기 내려지는 방역 조치는 절차적 정당성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중국이 아무런 예고 없이 엄습한 코로나19로 인한 상처를 최소화하고 복공복산을 통해 일상을 회복하려면 방역 결과보다는 방역 절차의 공정성을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