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전날 북한의 서해상 방사포 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오후 6시 21분부터 37분께까지 북한의 방사포로 추정되는 항적들을 탐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 연합뉴스
7월 1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전날 북한의 서해상 방사포 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오후 6시 21분부터 37분께까지 북한의 방사포로 추정되는 항적들을 탐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 연합뉴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부연구위원 서울대 법대, 국방대 국방관리대학원 석·박사, 현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 육사 군사사학과 외래교수, 3사 초빙교수
양욱 아산정책연구원부연구위원 서울대 법대, 국방대 국방관리대학원 석·박사, 현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 육사 군사사학과 외래교수, 3사 초빙교수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와 도발로 한반도는 연초부터 위기감에 휩싸였다. 원인은 북한의 의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문재인 정권이다. 이들은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마주하는 쇼(show)를 위해 안보 이익을 기꺼이 희생했다. 

9·19 군사합의로 접적지역(接敵地域) 경계 태세를 약화하는 것은 물론, 북핵 대응의 핵심 전략이었던 한국형 3축 체계(원점 타격, 미사일 요격, 대량 보복)를 뒤흔들었다. 운동권이 주축이 된 문재인 정부에서는 북한의 심기를 거스르는 어떠한 군사적 대비 태세도 용서받지 못했다.


전술핵으로 꽃놀이 패를 쥔 북한

한편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태도는 북한에 이 이상 좋을 수 없는 상황을 제공했다. 미·북 정상회담으로 김정은은 화려하게 국제무대에 데뷔했고, 도널드 트럼프와 회담을 빌미로 드디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며 몸값을 높였다. 

게다가 감시와 검증 없는 위장평화 속에서 북한은 핵 능력을 한층 높일 천우의 기회를 잡았다. 전 정권의 관계자들은 북한의 도발 없는 평화가 이어졌다고 하지만, 이 기간에 북한은 한반도를 불바다로 만들 KN-23·24·25의 차세대 단거리 미사일 3종 세트를 완성해나갔다. 이렇게 차세대 미사일이 완성되자 북한은 ‘전술핵’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술핵이란 군사 목표를 타격하기 위해 전선에서 사용되도록 그 파괴력을 제한한 핵무기를 의미한다. 통상의 핵무기는 같이 멸망한다는 공포로 인해 감히 사용할 수 없다는 통념이 있어 왔다. 즉 상대방에 대한 공포의 교환을 바탕으로 핵전쟁을 억제해 왔다. 그러나 민간의 대대적인 피해를 위협하는 전략핵과는 달리 전술핵은 그 대상을 군사 표적에 제한하여 사용할 수 있는 핵무기로서 가치가 있다.

통상 전술핵 무기는 파괴 범위가 제한되고 파괴력이 5kt 미만일 경우 낙진 피해도 미미하여 적군의 지휘본부나 공군 기지, 병력 집결지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이런 특성에 바탕하여 냉전 시절 절대다수의 보병과 기갑 전력을 보유한 소련(현 러시아)과 바르샤바 조약군에 대응하여,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전술핵을 활용하여 적에 대한 방어 태세를 구축했다. NATO식 핵 공유가 등장한 것도 바로 이런 맥락이다.


3축 체계만으로 과연 제압할 수 있나

2022년 북한은 잇따른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를 위협했다. 올해 7월 중순까지 있었던 18차례의 도발 가운데 무려 17차례가 미사일 발사였다. 특히 북한은 6월 5일 북한 전역의 서로 다른 장소에서 모두 8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한반도 내에서의 실전적인 타격 능력을 과시했다. 북한은 2006년과 2009년에 1·2차 핵실험 3개월 전후로 하루에 7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하루 최다 미사일 발사를 기록했었다. 따라서 하루에 미사일만 8발을 집중 발사한 건 역대 최다 기록이다.

이러한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응하는 방법으로는 미사일 발사 전에 그 원점을 타격하거나 미사일이 발사된 후에 공중에서 요격하는 방법이 있다. 전자를 ‘킬체인’, 후자를 ‘KAMD(한국형 미사일 방어)’라고 부른다. 우리 군은 북한의 1차 핵실험에 즈음하여 2006년에 KAMD를, 천안함·연평도 도발 이후 김정은 집권에 즈음한 2012년에 킬체인을 북핵 대응 전략으로 채용했다.

한편 2016년 5차 핵실험이 실시되자 우리 군은 대량보복전략(KMPR)을 꺼내 들었다. 적의 미사일이 대한민국 영토에 한 발이라도 떨어질 경우 그 보복으로 우리가 가진 화력 수단을 모두 동원하여 평양을 쓸어버린다는 내용이었다. 문재인 정권에서 대량 응징 보복은 부담스러운 용어로 치부됐고, 결국 킬체인과 함께 전략적 타격 체계라는 무미건조한 단어로 바뀌었다.

새롭게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서는 다시 킬체인, KAMD, KMPR로 대표되는 한국형 3축 체계가 소환됐다. 윤 대통령은 이미 대선후보 시절부터 킬체인과 KAMD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대통령이 계룡대에서 직접 주관한 것으로는 최초였던 7월 6일의 전군지휘관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전략사령부의 창설 계획을 확인했다. 

각 군에 흩어져 있는 첨단 무기 체계를 효율적으로 통합하여 북핵과 전쟁 위협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겠다는 복안이다. 전략사령부는 3축 체계의 핵심 지휘부로, 2024년에 창설될 예정이다.


핵 억제의 핵심은 확장 억제와 전략 자산

그러나 대한민국은 핵보유국이 아니며, 3축 체계에 사용되는 무기 중에서 핵무기는 없다. 핵전략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비핵국가가 자국의 재래식 능력만으로 핵 위협을 막아낸 사례는 없다. 핵 강대국이던 미국과 소련은 핵 위협을 감소시키기 위한 조치로 신뢰 구축이나 군축을 추구하기도 했지만, 이에 실패하면 어김없이 군비 경쟁을 통해 상대적 핵전력 우위를 추구해 왔다.

핵 없는 국가들은 핵보유국의 핵우산(nuclear umbrella)에 기대어 안전을 추구해 왔다. 이렇듯 전쟁에 대한 자국의 억제 능력을 동맹국으로 확장하여 제공하는 것을 확장 억제(extended deterrence)라고 부른다. 따라서 북한의 핵 위협을 막는 핵심 능력은 역시 한·미 동맹에 바탕한 미국의 확장 억제에 있다.

확장 억제는 재래식 확장 억제와 핵 확장 억제로 나눌 수 있다. 냉전 시절 공산권의 핵 위협에 대응하여 육·해·공의 핵 3축(nuclear triad) 전력이 주축이 된 핵 확장 억제가 주류였다면, 냉전 이후 핵 위협이 감소함에 따라 재래식 확장 억제가 강조되었다. 핵무기보다는 항공모함이나 스텔스항공기 등 재래식 첨단 무기 체계의 능력에 바탕하여 전쟁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전쟁이 끝난 후 주한 미군에 전술핵을 배치함으로써 막강한 북한의 재래 전력에 대응하도록 했다. 그러나 1991년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격적인 전술핵 철수를 감행함에 따라 더 이상 한반도 전구 역내에 핵전력은 존재하지 않았다. 

현재 대한민국에 전개할 수 있는 핵 확장 억제 전력은 B-52·B-2 폭격기와 B61 Mod 12 전술핵폭탄, 미니트맨-III ICBM, 오하이오급 전략원잠과 트라이던트II D5 SLBM 세 가지다.


역외 억제가 아닌 역내 억제 필요

그러나 핵 전략 자산은 한반도 역내에 없다. 그나마 비핵 전략 자산도 일본 요코스카를 기지로 하는 로널드 레이건 항모전단이 제일 가깝다. 일부 정치인의 주장과는 달리 가장 가까운 전략 폭격 기지인 괌에는 전술핵 폭탄이 없다. 당연히 피폭 국가인 일본에도 미국의 핵무기 저장소는 없다. 즉 한반도 유사시에는 미국 본토에서 날아오는 핵폭격기나 ICBM, 대양 어딘가에서 발사될 SLBM이 북한에 대응하는 핵전력이다. 이에 따라 유사시 북한을 전술핵으로 즉각 타격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미국의 확장 억제는 역내 억제(域內抑制)가 아니라 역외 억제(域外抑制)다. 냉전 말에는 소련이 핵무기를 내려놓으리라는 희망이 있었고 당장 북한에 핵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은 핵무장국이 되었고, 이제 전술핵과 탑재 수단을 개발하여 사용할 수 있는 핵무기를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 3축 체계만으로 만족해선 안 되며, 정치권도 이제 국민에게 솔직해져야 한다. 결국 미국과 핵 확장 억제를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핵 억제의 기본이자 바탕이다. 북핵에 대한 좀 더 심각하고 확실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라도 더욱 강력한 확장 억제 태세가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역외 억제를 역내 억제로 승격시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