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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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KT 부사장 겸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서울대 공학박사, 현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장,  전 SK인포섹 대표이사
신수정 KT 부사장 겸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서울대 공학박사, 현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장, 전 SK인포섹 대표이사

‘히말라야산맥 정상에 더 많이 올라간 팀의 특성이 무엇일까.’ 한 책을 읽다 보니 지난 100년간 히말라야산맥 등반대 5104팀을 분석한 연구가 있었다. 정상에 더 많이 올라간 팀의 특성이 무엇인지 살펴보니 ‘위계질서가 강한 팀’이었다. 카리스마형 강력한 리더십으로 ‘하면 된다’라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리더가 있는 팀, 위계질서가 명확한 팀이 히말라야산맥 정상 정복을 훨씬 더 많이 이뤄냈다.

사실 이 연구 결과는 일반인의 통념과 대략 일치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등반 성공의 비결은 강력한 카리스마 리더십과 위계질서다’라고 사람들에게 알려야만 했다. 그런데 연구자들은 다른 아이디어가 생겼다. 이에 질문을 바꿔봤다. ‘정상에 오르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죽은 팀의 특성은 무엇일까.’

그 결과가 나오자 연구팀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정상에 가장 많이 오른 팀의 특성과 동일했다. 바로 위계질서가 강한 팀이었다. 이러한 팀의 리더는 과도한 위험을 무릅썼다. 위험을 이야기하는 구성원의 말을 무시했다. 리더의 과도한 긍정성과 ‘하면 된다’라는 의지가 불행하게도 팀의 동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기도 한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성공에 대해 분석할 때 몇 가지 오류를 범한다. 하나는 ‘생존 편향’에 빠지는 것이다. 즉, 성공한 사례들을 중심으로 공통점을 분석하고, 실패한 사례들은 확인하지 않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기의 취약점을 보강한 이야기는 생존 편향의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당시 미군은 전투기들의 외상을 분석해 취약점을 보강하는 계획을 세웠다. 분석 결과, 비행기의 외상 대부분이 날개와 꼬리에 집중돼 있었다.

미군 기술자들은 손상이 집중된 날개와 꼬리를 보완하려 했으나 한 전문가는 전혀 다른 주장을 했다. 그는 조종석과 엔진을 집중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비행기 각 부분이 적군의 총탄에 손상을 입을 확률이 비슷한데, 조종석과 엔진에만 총탄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조종석과 엔진이 총탄에 손상을 입으면 치명타를 입어 살아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전투에서 살아남은 비행기를 통해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찾으려는 분석은 자칫 판단의 오류로 이끌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오류는 ‘무엇을 성공으로 정의하는지’에서 나타난다. 많은 기업에서 성과 관리를 위해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목표와 핵심 결과)’이나 ‘KPI(Key Performance Indicator·핵심성과지표)’ 방식을 활용한다. 그런데 너무 많은 쥐 때문에 골치였던 어느 도시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잡은 쥐를 가져오면 돈을 주자 오히려 쥐를 사육하는 사람이 늘어 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사례가 있었다. 이처럼 의도는 좋고 분명히 목표한 지표들을 달성했는데, 오히려 체질이 안 좋아지고 진짜 성공과 멀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러므로 어떤 도구도 전능하지 않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항상 양면을 고려해야 한다. 적극적인 도전과 위험 관리의 균형이 필요하고, 위계와 수평의 균형, 단기와 중장기의 균형, 눈에 보이는 지표와 숨겨진 본질 간의 균형이 필요하다.

2023년 다들 불황의 위험을 말한다. 이러한 시기일수록, 큰 성공과 성공 요인에만 집중하지 말고 실패를 최소화하고 대응할 부분까지 같이 고려해야 한다. 균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