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동해전력 건설 현장을 둘러보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오른쪽). <사진 : 조선일보 DB>
GS동해전력 건설 현장을 둘러보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오른쪽). <사진 : 조선일보 DB>

한눈에 보이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인상적 특징은 훤칠한 키와 긴 얼굴이다. 초년·중년·말년 운기는 이마에서부터 턱까지 3등분으로 나눠서 읽는데, 얼굴이 긴 형이 균형과 조화가 잘 맞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허 회장의 경우는 균형이 잘 맞아 있다. 이는 인생 전체가 조화롭게 잘나간다는 뜻이다.

얼굴이 길면 대대손손 내려온 귀족 집안으로 고고한 선비형이다. ‘재계의 신사’라는 허 회장의 별칭은 온유한 품성과 올바른 행동에서 나온 것이겠지만, 첫인상으로도 영국 신사 같은 느낌을 준다. 둥글면서 넓게 발달한 이마를 보면 훌륭한 학자가 될 타입이다. 사회에 보여주는 사업가 이미지로는 강하고 활달한 모습이지만 눈썹이 옅고 코가 길어 혼자 있을 때는 아마도 고독한 선비 같은 모습일 것이다. 실제로 허 회장을 봤을 때 왕성한 사업가로서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조용한 느낌이었다.


LG그룹서 분리, GS그룹 본격 성장 이끌어

허 회장은 럭키금성(현 LG그룹)을 만든 증조부로부터 기업을 이어받았다. 잘생긴 이마를 보면 선친으로부터 부는 물론 총명한 머리와 성품까지 좋은 DNA를 물려받았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이마 가운데가 약간 들어가 있다. 이는 아버지로부터 경영수업까지 잘 받았다기보다는 자신의 실력으로 밑바닥부터 다지며 올라왔음을 의미한다. 흔히 재벌 집안 자녀들이 중역부터 시작하는 것과 달리 그는 사원으로 시작, 해외 파견까지 다니면서 두루 경력을 쌓았다.

이마에 뚜렷한 주름이 3개면 맨 위는 부모, 가운데는 본인, 아래는 자녀의 위상을 일러준다. 허 회장의 경우는 부모로부터 잘 물려받았는데도 부모의 자리 주름은 없고, 본인과 자녀를 의미하는 주름 2개만 보인다. 아마도 선친이 구씨 가문과 함께 경영하던 기업이 GS와 LG로 분리, 오롯이 허씨 가문 기업으로 본인 대(代)에 확고하게 자리잡게 된 것이 얼굴에 나타났을 것이다. 이마 주름을 보면 자녀 대에서도 기업이 발전하게 될 것이다.

허 회장의 눈은 크지 않으면서 눈꼬리가 약간 내려와 각을 이루고 있다. 쌍꺼풀이 아닌 눈 위 줄을 보면 매사 조심스럽게 고뇌한 후 처리하는 성격이다. 한 걸음 한 걸음 신중을 기하며, 힘들어도 혹은 잘나가도 드러내지 않고 표정 관리를 하는 사람이다.

선비형인 그가 사업가로 거듭난 이유는 빵빵한 콧방울에 답이 있다. 콧방울에 탄력이 있으면 공격과 방어에 뛰어나다. 아랫배에 힘을 주고 전력투구하다 보면 콧방울에도 단단한 근육이 생긴다. 그 콧방울에 은근한 고집과 패기가 들어있다.

실수 없이 완벽을 기하는 눈의 기질이 코에 와서 강한 추진력을 받아 무슨 일이든 완성될 때까지 밀고 나간다. 위기를 극복해 기회로 만드는 탁월한 그의 경영능력이 이 눈과 코에 담겨있는 것이다. 얼굴이 길어 코가 가늘어 보이지만 실은 아주 튼실한 코다. 코에 힘이 실려 실천적이고 현장경영에 능하며 자신의 위상도 튼실하다.

그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을 유임했다. 이후 이름을 한국기업연합회(한기련)로 바꿨다. 얼굴형으로 보면 허 회장은 대책 없이 자리를 던질 사람이 아니다. 얼굴이 둥근형들은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지만 이렇게 긴 형들은 그런 데에 능숙하지 않다. 그래서 한기련 회장직도 썩 내키진 않지만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허 회장의 눈썹을 보면 차분히 누워있지 않고 털이 흩어져 있다. 이런 사람은 순발력 있게 계산해서 위기를 모면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젊었을 때부터 눈썹이 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폭넓은 대인관계를 추구하는 스타일은 아니고, 친한 사람들 몇몇과 어울려야 편한 사람이다. 사업에도 많은 인맥을 활용하기보다는 꼭 필요한 사람과 교류하며 자신의 실력으로 이끌어나간다. 아마 한기련의 현안도 맨투맨으로 설득해가면서 해결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기련 쇄신과 전면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는 빵빵한 코와 큰 입의 기질로 해낼 것이다.


조용하면서도 강한 에너지 지녀

허 회장은 재계에서 의리 있기로 유명하다. 베트남 사업 실패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장을 부회장 자리를 마련해 유임시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암에 걸린 계열사 사장이 사표를 냈지만 이를 수리하지 않고 계속해서 사장 자리에 둔 적도 있다. 일을 하지 않으면 더 빨리 몸이 쇠락할 것을 우려한 배려였다.

허 회장의 의리는 입과 미소선인 법령에 담겨있다. 입이 상당히 큰 편이라 통이 크다. 얼굴형에 비해 입술도 두꺼운 편이라 건강도 좋다. 법령이 코에서 내려오고 턱에서도 올라가 확실한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이런 사람은 의리가 있고 원칙도 중요시한다. 허 회장이 투명경영을 강조하는 것도 여기서 찾아 볼 수 있다.

목에 벼슬처럼 처진 살이 보이는데, 젊은 시절에 목이 두꺼운 사람이 나이가 들면 이렇게 된다. 목이 두껍다는 것은 그만큼 스태미나가 강하고 건강하다는 뜻으로 장수형이다. 여기에 긴 눈썹까지, 허 회장은 상당히 장수할 것이다.

리더의 얼굴은 그 기업의 얼굴이다. 기업가의 얼굴에서 읽을 수 있는 다양한 기질은 그 기업의 경영철학이나 경영방침과 닮아 있다. 거꾸로 기업의 모습은 기업가의 얼굴이 된다. 그러므로 기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으면 기업가의 얼굴에도 좋지 않은 기운이 감돈다.

허 회장의 얼굴에서 본 GS그룹의 미래는 탄탄하다. 조용하면서도 강한 에너지가 골고루 담긴 그의 인상에서 ‘100년 장수기업의 DNA’가 보이기 때문이다.


▒ 주선희
국내 첫 인상학 박사, 20여년간 대학교·정부·민간 기업체에서 강의, 주요 저서 ‘얼굴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