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나오는 명문장이다. 양자택일의 절박한 상황을 알리는 이 대사는 시대상을 반영하며 여러 사람들에게 재치 있게 응용됐다. 외모가 경쟁력이 된 요즘에는 또 하나의 독백이 있다. ‘정력이냐, 머리카락이냐, 그것이 문제로다’이다. 탈모약을 먹는 사람들의 고민이다.

안드로겐형 탈모 치료제로 잘 알려진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탈모약(상품명 ‘프로페시아’)은 테스토스테론을 더 강력한 호르몬인 DHT(디하이드로 테스토스테론)로 바꾸는 5알파-환원효소의 작용을 억제하고, DHT의 양을 감소시켜 탈모를 치료한다. 복용을 멈추면 5알파-환원효소의 작용으로 DHT의 양이 증가해 다시 탈모가 시작된다. 즉 피나스테리드는 탈모의 근원적 치료제가 아니기 때문에 복용할 때만 효과가 있다. 따라서 모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는 평생 복용하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문제는 탈모약 부작용이다. 탈모약을 복용하면서 남성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발기력 저하다. 제약사에서 발표하기로는 부작용이 나타나는 비율은 전체 환자 중 2% 미만이다. 하지만 실제로 진료하다 보면 이 수치보다 조금 더 많은 숫자가 부작용을 호소한다.

의학적으로 탈모약과 성기능 약화는 연결 짓기 어렵다. 정력에 관여하는 호르몬은 테스토스테론이고, 탈모약은 탈모를 유발하는 DHT 생성을 억제할 뿐이다.

발기력과 관계된 테스토스테론은 20대 중반까지는 체내 분비량이 늘어난다. 이후 매년 약 1%씩 감소한다. 40대에 접어들면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정상 수치 아래로 떨어지고, 50대에는 정상수치의 60% 수준, 60대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으면 남성 갱년기 증상이 나타난다.

탈모가 시작돼 병원을 찾는 남성들 중엔 40~50대가 많다.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탈모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점점 정력이 감퇴하는 시기다. 이 연령층이 탈모약을 복용하면 부작용으로 발기력 저하가 나타난다는 무성한 소문을 듣고 심리적 불안감으로 인해 약을 복용한 40~50대에서 정말로 발기력 저하가 나타나기도 한다.


심리적 불안감에 정력 감퇴하기도

발기력 저하가 탈모약 때문인지 아니면 오비이락(烏飛梨落) 격으로 자연적으로 정력이 떨어지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만약 탈모약 때문이라면 복용을 중단하면 발기력이 살아난다. 물론 복용을 중단해도 가끔 발기력이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탈모 치료와 정력, 결국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하지만 탈모약을 복용하는 중년 남성들은 외모도 젊어지고 성기능도 향상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어 한다.

모든 약에는 득(得)이 되는 효과가 있는 반면 부작용도 있다. 흔치 않은 부작용 때문에 약물 사용을 꺼린다면 복용할 약이 하나도 없다. 물론 약을 오남용해서는 안 된다.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탈모약은 발기력 저하, 만성피로, 여성형 유방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탈모를 멈추게 하는 방법 중에 아직 그만한 게 없다.


▒ 홍성재
원광대 의대 졸업, 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