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왼쪽 두번째) 회장이 1988년 부친 고 정주영(오른쪽 두번째) 현대그룹 창업주와 이른 새벽에 출근하고 있다. <사진 : 조선일보 DB>
정몽구(왼쪽 두번째) 회장이 1988년 부친 고 정주영(오른쪽 두번째) 현대그룹 창업주와 이른 새벽에 출근하고 있다. <사진 : 조선일보 DB>

경영자의 모습에는 그가 경영하는 회사 아이템이나 생산하는 제품의 특성이 담겨 있다. 철로 만든 단단한 외형에 종횡무진 어디나 스피드를 내며 달리는 자동차, 바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신화를 만들어낸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의 인상에 담겨 있는 특성에 다름 아니다.

올해 80의 나이에도 여전히 위풍당당 회사를 챙기고 있는 정몽구 회장은 얼굴이 동(同)자 형이다.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의 차남으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지만, 아버지의 그늘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일가를 이룰 수 있는 귀한 경영자의 상이다. 큰 코와 큰 입, 넓은 턱, 큰 체구를 보면 공업과 관련된 일과 궁합이 맞다.


연한 눈썹,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는 스타일

특히 선친을 닮아 손이 크고 두툼하기로 유명한데, 큰 손은 부와 강한 에너지를 의미한다. 손이 크면 대담하고 공격적이다. 그는 일근천하무난사(一勤天下無難事), 즉 한결같이 부지런하면 천하에 어려운 일이 없다는 좌우명처럼 현장을 누비며 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에너지가 온몸에서 넘쳐난다.

정주영 회장이 생존해있을 때 정몽구 회장의 이마는 둥글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이마가 조금씩 꺼져가는 변화를 보인다. 그의 얼굴에서 이마가 상대적으로 약하기에 부친에게 그룹을 물려받을 때 문제가 있었다. 지금의 이마는 예전보다 꺼져 있다. 이제는 자신을 끌어주는 존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 양옆이 시원하게 넓어 해외 운이 매우 좋은 글로벌 경영자다. 현대차의 세계적 도약과 위상은 이 이마에 담겨 있다. 귓바퀴가 둥글지 않고 직선으로 내려오고 귓밥이 좋아 차남이지만 장남 역할을 한다.

눈썹이 연해 인맥을 활용하기보다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는 스타일이다. 눈두덩이 두둑해 스태미나가 강하고 전답, 즉 부동산이 많은 사람이다. 눈두덩이 넓고 턱이 튼실하면 마음이 너그럽고 노복도 많다. 눈두덩이 넓어 여유를 가지고 생각하는 면이 있는가 하면 눈 가로 길이가 짧아 어지간해서는 일을 미루지 않는다. 어떤 일이든 해결할 일이 있으면 즉각 처리해야 하고, 현안이 있으면 새벽에라도 사람을 불러 처리해야 직성이 풀린다.

눈과 눈 사이 콧부리 윗부분인 산근이 들어가 역시 급한 성격이다. 자동차 납기 마감을 위해서는 주야를 불사하고 반드시 납기 맞추기를 요구한다. 현대차의 ‘속도경영’은 짧은 눈과 들어간 산근 부위의 성정에서 나온 것이다.


넉넉한 콧방울, 멀리 내다보며 과감히 투자

젊은 시절에는 눈꼬리가 올라갔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눈꺼풀이 삼각형으로 각이 졌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으로, 안일함과는 거리가 멀고 늘 노심초사하며 돌다리도 두들기는 스타일이다. 이 각진 눈으로 매사를 세심하게 살피며 심사숙고한다. 오늘날의 현대차를 만든 ‘품질경영’의 뿌리가 이 눈에 있다.

양 눈썹 사이 가파른 산근에 해당하는 나이인 40대 초반엔 위기와 변화의 운기가 있었다. 그 무렵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대한 특혜 분양과 관련해서 당시 현대산업개발의 사장이었던 그가 정주영 회장과 함께 조사를 받고, 아버지 대신 법적 책임을 지고 75일 동안 수감생활을 한 것도 이 산근과 무관치 않다.

위상을 드러내는 코가 튼실하고 양옆으로 관골이 탄탄히 받쳐주니 명예운이 매우 좋다. 콧방울도 넉넉하게 둥글어 대세에 지장이 없으면 따지지 않고 멀리 내다보며 과감히 투자한다. 치밀하게 계산하기보다 어림짐작으로 돈이 들어올 것이라 느끼면 일을 추진하는 타입이다. 자동차 애프터서비스(AS)센터를 만든다고 치면, 손익계산부터 먼저 하지 않고 AS센터부터 만들어놓고 본다. 그 선견지명이 적중해 오늘날 굴지의 기업 현대차가 만들어졌다.

정 회장은 인중과 턱이 좋아 좋은 후손을 두며 역시 잘 받쳐주는 좋은 부하를 거느린다. 개인의 아버지를 넘어 수만명의 직원을 거느린 거대 기업의 회장으로서 손색이 없는 하관이다. 턱에서 귀를 향해 살이 올라와 있는데다 턱 아래 닭 벼슬처럼 늘어진 주름까지 있어 장수하는 상이다. 목살이 늘어진다는 것은 젊은 시절 목이 두꺼웠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강이 그만큼 좋았고 그 에너지가 오래오래 이어진다. 이런 목과 턱을 가진 사람은 성인병에만 주의하면 장수한다.

아직도 건강 에너지가 강한 모습을 보면 언제쯤 회사를 자녀에게 물려주게 될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현대차가 후계자에게 넘어갔을 때 어떤 모습이 될지 알려주는 열쇠가 있다. 바로 이마에 난 두 개의 주름이다. 위 주름은 선친 대에 일가를 이루는 주름이고 아래 주름은 자녀 대에 또 한 번 일가를 이룬다는 주름이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 이후에도 승승장구해 대한민국의 이름을 빛내면서 새 역사를 써가는 기업이 될 것이다.

▒ 주선희
국내 첫 인상학 박사, 20여년간 대학교·정부·민간 기업체에서 강의, 주요 저서 ‘얼굴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