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앞줄 왼쪽)이 한화큐셀 진천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 조선일보 DB>
김승연 회장(앞줄 왼쪽)이 한화큐셀 진천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 조선일보 DB>

15년 전 지인의 집을 방문했다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조우한 적이 있다. 다소곳이 두 손을 앞에 모으고 인사하는 김 회장의 첫인상은 참으로 겸손하고 예의바른 느낌이었다. 그룹 회장으로, 목에 힘이 들어가 있을 거라는 선입견을 깨끗이 지울 수 있었다.

인상학에서는 이마가 둥글고 넓으며 살이 두툼하면 매우 귀한 상으로 본다. 그런데 김 회장이 바로 그 삼박자를 갖춘 이마를 갖고 있었다. 머리에 포마드를 발라 뒤로 곱게 빗어 넘겨 이마가 더욱 두드러지도록 한 것은 ‘나는 귀한 사람이고, 다른 사람도 귀하게 여기겠소’라는 암시와 다름없다. 이마가 고루 발달해있으면 지혜가 출중하고 직관력도 뛰어나다.

김 회장의 얼굴은 전체적으로 선이 가늘고 고운 편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얘기를 나눌 때 수첩을 꺼내들고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직원들과의 ‘의리’ 지켜

김 회장은 눈썹이 특히 잘 누워있어 상대를 배려할 줄 알고 두루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다. 이런 눈썹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거스르지 않으며 잘 풀리지 않는 매듭도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그런 그가 2007년 아들을 위한 보복 폭행을 해서 구설수에 올랐다. 인상학적으로 보면 그 행동은 폭력적인 성격 때문이 아니라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지나쳐서 생긴 행동에 더 가깝다. 눈이 가늘어 부성애가 강하고 칼귀라 성격이 급한 까닭이다.

김 회장에게는 ‘의리’라는 덕목이 따라다닌다. 자회사 매각 때면 손해를 보더라도 전 직원 고용승계를 조건으로 내세웠고, 교통사고로 휠체어를 타게 된 직원을 임원 승진시켰으며, 천안함 사태 유족을 직원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한화이글스에 보약을 돌리기도 하고, 여성 인력에게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는 그의 섬세한 ‘배려 경영’은 바로 이 눈썹에 있다. 여기에 두둑한 눈두덩과 넒은 이마가 이 기질을 더 북돋우고 있다. 한편 두둑한 눈두덩과 몇 가닥의 긴 눈썹은 강한 스태미나를 보여주므로 장수할 상이다.

김 회장은 눈썹 위 근육이 상당히 튀어나와 있다. 29세에 회장직을 이어받았던 나이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이리폭발사건으로 부친이 90억원을 사회에 헌납한 직후 오히려 빚을 안고 회장직을 맡은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당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사업을 했다고 한다. 발달한 눈썹 근육이 이런 근성을 말해준다. 눈은 옆으로 길지 않고 짧고 작은 편이어서 빨리 해결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눈동자가 작은 걸 보면 책을 가까이 하고 사색을 즐기는 편이다.

김 회장의 코는 얼굴에 비해 적당히 작고 가늘어 보여 높은 지위에 비해 겸손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코가 내려오다 중간에 살짝 들어간 부분이 있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으면 바로 표현한다. 누군가 자신의 위상을 흔드는 사람이 있으면 앞뒤 체면 차리지 않고 바로 조처하고야 만다.

김 회장이 회상하는 가장 어려운 시기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다. 당시 그는 집도 내놓고 경영권 포기각서까지 썼다. 이때가 관골에 해당하는 46, 47세다. 우뚝 솟은 코를 중심으로 신하 격인 좌우 관골이 떡하니 받쳐줘야 좋은데 콧대가 두껍지 않다. 인상학적으로 가장 아쉬운 부분이나 이미 지나간 운기다.

김 회장의 인상에는 섬세함과 겸손에 상반되는 기질도 숨어 있다. 첫인상은 이마와 눈썹에서 느껴지는 고운 이미지로 시작하지만, 좀 더 깊숙이 들어가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는 강한 기질이 드러난다. 그건 빵빵한 콧방울과 그 위로 조금 들어간 듯한 콧대, 연골이 튀어나온 칼귀다. 빵빵한 콧방울은 밀어붙이는 힘을, 희미하게 들어간 콧대는 억울하거나 지고는 못 산다는 것을, 눈과 눈 사이 산근이 살짝 들어가면서 짧아 보이는 코는 순발력이 있다. 돌출된 칼귀라 성격도 급할 것이다. 이 귀는 창의적이면서 도전적이다. 얼굴 가운데 부분인 중년 에너지가 강하므로, 그의 40대는 도전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흔히 한화그룹의 성장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 결과였다고 하는데 그 힘의 근원이 바로 이 인상에 있다. 더구나 눈썹 위 근육이 발달해 현재 있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것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다.


역동적인 에너지로 미래 성장 기대돼

IMF 외환 위기로 힘들었다고 하지만 김 회장에게 가장 어려운 시기는 최근 몇 년간의 수감생활일 것이다. 활동적이며 역동적인 에너지를 지닌 그에게 작은 감방생활은 참으로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 시기의 운기는 입에 담겨있다. 입이 60대인데 입꼬리가 내려가 있다. 그러므로 60대 초반에서 입꼬리에 해당되는 64~65세가 가장 힘들었을 것이다. 수감생활에 이어 셋째 아들 구설수, 국정농단 사건 연루로 법정 출두까지 고역을 치른 시기다.

이제 올해 66세로 김 회장의 인생에서 어려운 시기는 지나갔다. 그의 가장 좋은 부분은 이마와 턱이다. 그의 일생에서 가장 좋은 시기는 초년과 만년이다. 한화는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춘 신성장 사업전략 찾기에 심혈을 기울이며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김 회장은 피부가 윤택하다. 윤기는 얼굴의 탄력에서 온다. 포마드 바른 머리와 반들거리는 피부는 아직까지도 청년 같은 에너지를 지녔다는 것을 시사한다.

김 회장의 얼굴은 곧 한화그룹의 얼굴이다. 그의 얼굴에서 탄력과 윤기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한화 역시 성장에 탄력을 받을 것이고 기업 환경도 윤택해질 것이다. 탄력을 유지하는 얼굴경영은 많이 웃으면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 것이다. 둥근 얼굴의 원만함과 잘 누운 눈썹에서 나타나는 배려심을 더 잘 살리고 주변 사람들을 더 많이 사랑한다면 김 회장의 만년은 탄탄대로로 뻗어가리라 본다. 한 가지 더, 턱 밑에 살아있는 점이 보인다. 인기가 많을 점이다.


▒ 주선희
국내 첫 인상학 박사, 20여년간 대학교·정부·민간 기업체에서 강의, 주요 저서 ‘얼굴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