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에서도 아름다운 바다로 손꼽히는 럭스 리조트의 해변 <사진 : 이우석>
몰디브에서도 아름다운 바다로 손꼽히는 럭스 리조트의 해변 <사진 : 이우석>

‘아름다운 구속’, 꼭 몰디브를 두고 만든 말처럼 들린다.

철자대로 읽자면 말딥스(Maldives). 이 나라의 국명이 필리핀스(Philipines)처럼 복수형이란 것에 우선 주목해야 한다. 예상하듯 몰디브 군도는 약 1200개의 산호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바다에 떠 있는 산호섬들이다.

몰디브가 가진 아름다운 바다와 섬들은 지구상에 비교할 곳이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특별한 곳이다.

‘허니무너들의 천국’으로 가는 비행 여정은 조금 지루하다. 제트 엔진을 매단 ‘두랄루민 깡통’은 적도를 따라 비행한다. 창밖으로 뜨거움이 느껴진다. 몇 시간째 내비게이션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공중에서 본 말레는 정말 특별한 느낌이다. 딱히 육지라고 할 만한 땅조차 없는 몰디브에서 유일하게 도시를 이룬 곳이 말레다. 밀집도가 엄청나다. 좁은 섬에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것이 이쑤시개 통을 빼닮았다.


섬 하나하나가 관광객들이 통치하는 ‘왕국’

공항에 내려 다시 수상택시를 타야 한다. 택시란 각각의 섬으로 향하는 작은 수상 비행기를 말한다. 마을버스보다 작은 비행기를 타면 몰디브 바다의 고혹적인 색상을 제대로 내려다 볼 수 있다. 하늘에서 본 몰디브는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답다. 자세히 보니 섬들은 현미경 속 미생물처럼 생겼다. 해발 1m. 기껏해야 4~5m도 넘지 않을 것 같은 산호섬이 무려 1200여개가 있다니. 죄다 에메랄드 색 바다에 오팔 색 테두리를 두른 다양한 모양의 부정형 폐곡선이다. 그 폐곡선마다 고급 리조트가 하나씩 들어섰다. 현재 약 400여개의 섬에 리조트가 이미 들어섰거나 공사 중이다. 해발 2~3m에 불과한 섬엔 흙이 별로 없어 전부 인근 스리랑카에서 공수해온 골재와 자재로 짓는다.

이 나라는 낯설다. 동글동글 ‘점자(點字)’를 빼닮은 문자도 있고 ‘랑갈루 하비이로 에뎅’ 어쩌고 하는 고유 언어도 있지만 누구나 영어를 쓴다. 화폐(루피아)도 있지만 리조트에선 US달러와 유로를 받는다. 수많은 섬들은 고객들이 시차에 적응할 수 있게 각각 시간을 알아서 정해 쓴다. 몰디브는 강력한 금주법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각각 리조트에선 고주망태가 돼도 누구 하나 뭐라 하지 않는다. 심지어 칵테일을 만들어보는 클래스도 열린다. 섬 하나하나가 관광객들이 통치하는 왕국인 셈이다.

몰디브는 며칠 새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국가가 아니다. 이 섬에서 다른 섬이 보이지만 그곳에 가려면 다시 수상택시를 타고 말레까지 와야 한다. 제각각 섬마다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자연적인 조건도 조금씩 다르지만 리조트의 분위기에 따라 전혀 다른 색깔을 띤다(하지만 공통적인 색은 에메랄드 빛이다).

몰디브는 한 번 들어가면 나오기 어렵다. 섬에만 있어야 한다. 그래도 행복하다. ‘아름다운 구속’인 셈이다. 물가는 비싸다. 건물을 짓는 데 드는 자재나 생활용품은 물론, 물이며 쓰레기 하수 처리까지 모두 비용이 들어가니 물가가 상당히 비쌀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평균 소득의 40대 회사원이 일 년에 2000만원씩 돈을 모은다고 가정하자. 그가 저축액을 다른 곳엔 전혀 쓰지 않고 휴가에만 쓴다면 1년에 리조트 3곳 정도(2인 기준)를 방문할 수 있다. 몰디브의 리조트를 모두 다 가보려면 산술적으로 100년이 걸린다.  필자는 겨우 두 곳을 갔다. 우선 럭스(LUX). 몰디브에선 상당히 큰 섬에 들어선 리조트다. 몰디브의 섬들은 모두 제각각의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그저 리조트의 이름만 외우면 된다.

보통 상식 선에선 수영장 공사를 할 때 밑바닥을 칠하는 페인트 색이 실제 바다색보다 더 파랗고 곱다. 하지만 적어도 몰디브만큼은 인공 페인트가 바다색을 따라갈 수 없다. 몰디브는 그런 곳이다. 그 물 위에 몰디브의 상징인 ‘워터빌라’들이 줄지어 서 있다.


몰디브의 리조트 해변에서는 매일 다채로운 이벤트가 펼쳐진다. <사진 : 이우석>
몰디브의 리조트 해변에서는 매일 다채로운 이벤트가 펼쳐진다. <사진 : 이우석>

리조트 해변의 낭만적인 이벤트

럭스 리조트는 섬 양쪽에 워터빌라(수상가옥)가 펼쳐지고 해변을 빙 둘러 비치빌라와 7개의 식당 등 부대시설이 뚝뚝 박혀 있다. ‘쉼’을 위한 모든 것이 허락된 곳이다. 바다로 향한 수영장에 하루종일 송장처럼 누워 있거나, 스노클링을 하다 그릴 바비큐처럼 몸을 뒤집어가며 바싹 익혀도 좋다. 수영과 카이트보드 등 해양 스포츠를 즐긴 후 해변 바에서 마시는 맥주의 맛은 말할 필요도 없다.

리조트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3단계의 파란색이다. 새하얀 해변부터는 옥빛이 펼쳐지고, 산호가 끝나는 부분부터는 세룰리안블루, 그 뒤로는 짙푸른 코발트블루가 펼쳐진다.

리조트 측은 아름다운 해변을 이용해 여러 낭만적인 이벤트를 펼친다. 별이 초롱초롱 빛나는 해변에서 촛불로 장식된 테이블에 모엣샹동(혹은 이에 준하는) 한 병을 놓고 쓰러질 때까지 취할 수 있고, 이국적인 새가 울어대는 아침 해변에서 그럴 듯한 식탁을 맞을 수도 한다.

두짓타니(Dusit Tani) 리조트는 태국계 두짓 호텔의 체인이다. 섬이 작아 하루종일 늘어져 있기 좋은 곳이다. 열대 정글숲에 빌라가 있고 바로 앞은 바다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방에서 바로 몇 발짝만 나가면 선탠이나 수영, 심지어 스노클링도 즐길 수 있다.

몰디브에 온 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혹독한 시련이 하나 있는데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짐을 들고 수상택시를 기다렸다. “너흰 이제 가니? 안 됐다.” 바다에 내려앉은 비행기에서 내리는 승객들이 이제 떠나야 하는 내게 측은한 시선을 보낸다.

다시 말레 공항. 필자를 서울로 데려갈 비행기는 벌써부터 씩씩대고 있다. 안전벨트 등이 켜지고 밤하늘로 솟구치는 비행기. 창밖의 천국은 점점 멀어졌다.


▒ 이우석
성균관대 미술교육학과, 여행기자협회 회장, 14년째 여행·맛집 전문 기자로 활동 중


여행수첩

국가 정보 인도 남서쪽으로 340㎞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도서 국가다. 바다까지 포함해 남북 820㎞, 동서 130㎞에 걸쳐 있어 우리나라보다 조금 크지만 실제 땅은 얼마되지 않는다. 인구는 30만 명. 여의도보다 작은 4.5㎢의 조그만 수도 말레에 10만 명이 모여 산다. 뜨거운 열대 기후대에 속하지만 그늘은 시원하다. 겨울 낮 기온 30도 정도. 시차는 한국보다 4시간(말레) 느리다. 전 국민이 무슬림인 이슬람 국가로 입국 시 술 반입을 엄격히 통제한다.

럭스 리조트(www.luxresorts.com)는 91실의 워터빌라를 비롯해 총 196실을 보유한 대규모 리조트(5성급)다. 럭스 미 스파(LUX Me Spa), 센시스 풀(Senses Pool), 벨리 풀(Veli Pool) 등 2개의 인피니티 풀과 밤 10시까지 운영하는 키즈 클럽 등 부대시설이 많다. 압권은 레스토랑. 유로피언·모로코·레바논·인디안 스타일부터 특급 뷔페, 아시안 뷔페, 이탈리안, 재패니즈 데판야키 등 5곳의 특색 있는 레스토랑에서 로맨틱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문의 고오션트래블(02)756-3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