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초반의 김 상무는 전립선비대증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전립선비대증이 생기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김 상무는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하면 간혹 뇌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심란해졌다. 그의 아버지도 일찍부터 전립선이 나빠 고생했고, 지금은 치매로 투병 중이기 때문이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있지만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양이 매우 적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그 반대다.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하면 남녀 모두 치매 발병 위험이 커진다. 특히 남자가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하면 80세가 넘어 치매가 잘 생긴다.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해지면 혈관에 문제가 생기거나 심장 질환, 뇌졸중이 발생하거나 뇌를 보호하지 못해 치매로 이어진다.


테스토스테론 약, 득보다 해가 더 많아

남녀 모두에게 테스토스테론은 기분을 좋게 만든다. 또 기억력을 강화하고 의욕을 높이며, 여러 인지 기능을 향상시켜 뇌 기능을 좋게 하는 호르몬이다.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해지면 기분이 가라앉고 우울증이 생기며, 의욕이 감소하고 성욕이 감퇴하고 면역 기능이 떨어지고 인지 기능이 나빠진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으면 보충하기 위해 테스토스테론을 약의 형태로 먹거나 바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득보다 해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일시에 몸으로 흡수돼 혈액 속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과도하게 높아지고 지방 조직에 저장된다. 일시적이라도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테스토스테론 수용체에 저항성이 생겨 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그러면 뇌와 호르몬 수용체 사이에 소통 문제가 생겨 테스토스테론 생산을 자극하는 강도가 떨어지고, 몸속 테스토스테론이 더욱 줄어들게 된다. 이처럼 외부에서 인위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을 보충하는 경우 증상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하다면 약을 사용하기보다는 혈당을 낮추고 염증을 없애기 위한 식이조절과 생활 양식을 바꾸는 것이 우선이다.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면 인슐린이 과다하게 분비되고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해진다. 또 음식이 몸에 맞지 않거나 소화 기능이 떨어지고, 만성 염증이 있거나 비만이 있으면 만성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고, 테스토스테론 농도도 낮아진다.

식이조절과 생활 양식을 바꿨지만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회복되지 않거나, 인지 저하나 치매 증상이 있는 경우엔 테스토스테론을 이상적인 농도로 사용해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때로는 테스토스테론 농도를 높이는 치료를 받은 뒤 건강이 오히려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 테스토스테론이 에스트로겐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특히 비만 체형이거나 혈당이 높은 경우, 인슐린 저항성 당뇨인 경우에 잘 발생한다. 따라서 테스토스테론 치료를 받을 경우에도 식이조절과 생활 양식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김 상무는 아직 젊다. 나이를 생각하면 테스토스테론 치료를 받기보다 건전한 식이 습관과 생활 양식을 가지는 것이 먼저다. 또 증상에 따라 전립선 치료약으로 치료하는 편이 낫다.


▒ 김철수
연세대 의대 졸업, 가정의학과 전문의, 경희대 한의학과 졸업,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