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다가올 백세시대가 어쩌면 많은 사람들에게 축복이 되지 못할 수 있다. 돈이 부족하거나 건강하지 못한 삶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돈도 중요하고 건강도 중요하다. 불치의 병에 걸려 곧 운명할 사람에게는 돈보다 건강이 중요하고, 경제적인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치료받을 돈이 더 중요할 것이다. 돈이 충족되면 건강이 중요해 보이고, 몸이 건강하면 돈이 더 중요해 보인다. 몸도 건강하면서 경제적인 여유까지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러기란 쉽지 않다. 경제적인 문제는 여기서 해결할 수 없으니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기로 하자.


“당신 대신 아파 줄 사람 구할 수 없어”

1980년대 초 동네의원에는 동양화나 붓글씨가 많이 걸려 있었다. 그중에서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재물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요, 건강을 잃으면 모두 잃는 것이다’라는 글귀다. 어쩐지 조금은 겁을 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 마음에 거슬렸던 기억이 난다.

스티브 잡스가 마지막으로 남긴 이야기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당신을 위해 운전해줄 사람을 구할 수 있고 돈을 벌어줄 사람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신 대신 아파 줄 누군가를 구할 수는 없다. 잃어버린 물질적인 것은 다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한 번 잃어버리면 결코 되찾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생명이다.” 다소 시적으로 순화된 표현이지만, 둘 다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몸이 아픈 것은 크게 보면 정신이 나빠지는 병과 육체의 건강이 나빠지는 병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를 대표하는 질병은 치매이고, 후자의 대표 질병은 암이다.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이 후자를 택한다. 치매는 존재 자체를 잃는 것이고, 암은 건강을 잃는 것이기 때문이다. 암에 걸려 곧 존재를 잃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존재하면서도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치매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 몸도 머리도 약해진다. 생을 마감할 때까지 혼자 힘으로 몸을 움직일 수 있고 치매에 걸리지 않는 것이 모두의 바람이다. 백세시대를 건강하게 맞이하기 위해 스티브 잡스가 남긴 말에서 답을 찾아보자. “생을 마치면서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돈이 아니라 사랑 넘치는 기억뿐이다. 이것이 진정한 부(富)다. 신은 우리에게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감각을 선사했다. 사랑하라. 가족을 사랑하라. 배우자를 사랑하라. 친구들을 사랑하라. 타인을 소중히 하라.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남은 인생을 보람 있게 하기 위해 부를 추구하기보다는 인간관계를 넓히거나 예술에 심취하거나 못다 이룬 젊은 날의 꿈을 위해 노력하라. 꿈을 이루기 위해 열정과 노력을 다하라. 자신을 보듬어주라.”

이 말속에 머리와 육체의 건강을 키우는 모든 방법이 숨어 있다. 치매 예방을 위해선 좋은 먹거리를 챙기고, 몸에 해로운 술이나 담배 등을 절제하고, 열심히 운동하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타인을 소중하게 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양한 사회생활과 꿈을 이루기 위한 열정과 노력하는 생활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건강하게 100세를 맞이할 수 있다.


▒ 김철수
연세대 의대 졸업, 가정의학과 전문의, 경희대 한의학과 졸업,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