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감기지 않고 입이 한쪽으로 틀어져 있고, 양치질을 하는데 물이 흘러 나옵니다. 혹시 중풍인가요?”

중소기업 대표인 K씨는 최근 사업 확장 때문에 평소보다 많은 스트레스와 과로가 쌓여가던 중 이런 증상이 생겨 깜짝 놀라 병원에 오게 됐다. 다른 부위는 이상이 없고 얼굴 부위에만 증상이 있다면 뇌혈관 질환인 중풍인 경우보다는 ‘말초성 안면신경마비’일 확률이 높다.

한의학에서는 안면마비를 구안와사, 와사풍이라고 한다. 현대의학에서는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특발성인 경우 벨 마비(Bell’s Palsy), 귀에 바이러스성 수포가 동반된 경우 람세이헌트(Ramsayhunt)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외상으로 인한 두개골 골절, 뇌종양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얼굴 양쪽에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는 단순한 안면신경마비가 아닌 길랑바레 증후군 같은 심각한 질환인 경우도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하다.

안면신경은 12가지 뇌신경 중 하나로,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담당한다. 안면신경이 마비되면 얼굴 표정을 마음대로 지을 수 없다. 또 혀의 앞 3분의 2 부위가 마비돼 맛을 잘 못 느끼고, 안면신경이 눈물샘·침샘 등 분비 기능의 일부를 맡고 있으므로 눈물 조절이 잘 안 되며, 귀 주변이 아프거나 소리가 정상보다 크게 들리고, 어지러움증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안면신경마비의 가장 흔한 원인은 바이러스성 안면신경 손상이다. 스트레스 또는 과로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지면 바이러스가 안면신경에 염증을 일으켜 부종과 신경 손상이 생길 수 있다. 안면신경마비가 왔다는 것은 그동안 몸을 너무 혹사해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라는 의미다. 병이 생긴 초기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안정을 취해야만 더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안면마비, 휴식과 초기 치료 중요

안면마비 발병률은 대략 10만 명당 20~30명 정도다. 남녀의 차이는 없고, 모든 연령층에서 발생할 수 있다. 당뇨병, 임신 말기, 출산 초기에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 재발은 10명 중 1명 정도이며, 이전에 발병했던 쪽과 반대쪽에서 재발할 확률은 비슷하다.

안면마비가 있다고 모두 중풍은 아니고, 뇌질환이 아닌 말초성 안면신경마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신경 손상의 정도에 따라 예외가 있을 수 있으므로 여러 신경학적 검사와 함께 필요시 CT, MRI 등의 영상의학 검사도 필요하다.

단순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라면 10명 중 7~8명은 2~3개월 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신경 손상률이 90% 이상인 경우에는 6개월 이상 치료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안면근육이 조이거나 당기는 안면구축, 눈과 입의 근육이 함께 수축하는 연합운동, 식사할 때 눈물이 나는 악어눈물 같은 후유증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신경 손상률이 높다고 처음부터 불안감과 절망에 빠지기보다는 긍정적 마음가짐으로 치료해야 한다. 가벼운 특발성 안면신경마비는 양·한방 어느 쪽에서 치료해도 잘 나을 수 있다. 다만, 중등도 이상인 경우에는 한·양방 협진을 통해 약물치료와 침구치료 등을 병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중증인 경우 민간요법은 주의해야 한다.

최선의 치료는 예방이다. 현대 사회에 살면서 스트레스와 피로가 전혀 없이 생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스트레스 등이 누적되지 않게 틈틈이 적절한 휴식과 긍정적 마음가짐으로 관리만 잘해 준다면 적어도 안면신경마비로 미소를 잃는 일은 없을 것이다.


▒ 이상훈
경희대 한의대 침구과 교수, 경희 한방병원 안면마비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