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을 정확히 읽으려면 대상자를 직접 만나봐야 한다. 하지만 일일이 만나기 힘든 유명인사나 기업인 등 공인인 경우 주로 인터넷 이미지 검색을 활용한다. 대상의 얼굴을 연대별로 배열하면 ‘사는 대로 변화하는’ 인상까지 읽을 수 있다.

그런데 국내 1위 건축자재 기업 KCC 정몽진 회장의 경우는 거의 동일한 자료 사진밖에 없다. 최근 뉴스도 수년 전부터 사용한, 거의 엇비슷한 자료 사진만을 내보내고 있다. 겨우 찾아낸 가장 최근 사진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17주기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 3월 2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으로 들어서고 있는 장면을 잡은 사진이다. 그나마도 옆모습이다. 다른 현장 사진도 몇 장 있지만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언론 노출을 꺼리고 대외적으로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 ‘은둔형 리더’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반드시 얼굴이 아니더라도 행동 유형 또한 그 사람의 상(相)이다.


헤어 스타일에서 보이는 소탈함

기업 회장의 인상을 보면 대부분 아이돌 노래 제목처럼 ‘주인공은 나야 나’를 웅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헤어스타일에서 그렇다. 이마를 훤히 드러내고 윗머리를 세운 경우가 많은데, 이 스타일은 자신의 격과 권위를 표현하는 왕관과 같다.정몽진 회장은 왼쪽 가르마를 타고 오른쪽 머리를 살짝 내린 헤어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이로 미루어 짐작건대 그는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편안하고 소탈한 사람이다. 임직원들과 삼겹살 소주 파티를 하고, 자녀들을 공립초등학교에 보냈으며 자가용 등하교를 시키지 않았다는 일화가 있다. 현대가(家)의 일원답게 옷차림이 수수해 그를 주차 관리원으로 오해한 사람이 자동차 열쇠를 맡긴 적도 있다고 한다. 그의 인상이 이런 일화를 뒷받침해준다.

정몽진 회장의 얼굴형은 현대가 사람들과는 달리 둥글다. 두루 원만하며 남다른 친화력을 지닌 얼굴이다. 이마 양 옆 변지역마 부분이 널찍해 해외 트렌드를 잘 읽어내며 해외사업 운이 좋다. 측면 얼굴을 보니 미골(눈썹 근육)이 솟아있다.

그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을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본인이 적극적으로 키워가려 고군분투했음을 일러준다. 실제로 그는 부친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일군 KCC 사세를 더욱 확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눈썹이 잘 누워 다른 이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수렴한다. 투자 분야의 인맥을 잘 활용한다는 그의 평판은 바로 이 눈썹 덕분이다. 한편 미골이 분명하여 자기만의 소신도 있다. 

얼굴은 둥글지만 귀가 칼귀다. 여기다 눈꼬리가 올라갔다. 순발력이 있고, 기회를 잘 포착해낸다. 2015년 그는 정주영 탄생 100주년 행사에서 삼성물산 투자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이런 큰 딜은 몇 년에 한 번씩 나오는 것이다. 길게 보면 결과를 알게 될 것이다.” 딜의 결과는 결국 그의 뛰어난 판단력을 증명했다. 한국의 워런 버핏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인 그의 주식투자 실력은 이 칼귀와 올라간 눈꼬리가 하는 일이다. 가늘고 끝이 예리한 눈에는 꾀와 재주가 담겨있다.

정몽진 회장 자료 사진에서는 피부가 뽀얗게 보이지만 최근 옆모습 사진을 보면 피부가 검은 편이다. 건축자재 사업이 본인에게 맞는 사업이다. 눈꼬리도 예전에 비해 내려와 있다. 나이 들며 성격이 유해진 형상이다.

정몽진 회장의 얼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눈두덩이다. 눈이 2~3개가 들어갈 정도로 널찍하다. 사람을 믿으면 끝까지 밀어주고 베풀 줄 안다.


둥근 코끝은 솔선수범 의미

코 뿌리인 산근은 높지 않아 겸손한 성격을 드러낸다. 눈매가 날카롭고 산근이 낮아 35세에서 44세까지는 많이 바빴을 것이다. 전무, 부회장으로 바쁘게 활약했던 이 시기의 성과가 힘있는 관골에 해당하는 40대 중반에 꽃을 피웠다. 그 시기에 사람을 많이 만나고 활발하게 일을 했기에 관골 근육이 발달한 것이다. 46세에 대표이사 회장에 오른 시점이 관골운기에 해당한다. 관골이 크면 명예를 중요시한다. 재벌 후계자에 그치지 않고 사업가로서 본인 능력을 보여주려 애썼을 것이다. KCC를 충분히 키우고도 남을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사업가의 관골이다.

흔히 말하는 ‘육쪽마늘 코’라고 불리는 둥근 코끝을 보면 48세 전후까지도 일을 많이 했다. 이런 코를 가지면 본인이 직접 실전에 뛰어들어 솔선수범한다.

정몽진 KCC 회장이 지난해 3월 경기 여주공장 자동차용 유리 생산라인 2호기에 불씨를 심는 화입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KCC
정몽진 KCC 회장이 지난해 3월 경기 여주공장 자동차용 유리 생산라인 2호기에 불씨를 심는 화입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KCC

인중 가운데 부분은 두둑하지 않지만 미소선인 법령 쪽으로 널찍하게 자리 잡았다. 50대 초반보다는 54~55세 중반 운이 더 좋다. 입꼬리 위 살집이 두둑해 재물이 넉넉하다. 입가 뺨도 살집이 좋아 56~57세도 풍족한 운기를 지닌다. 이 시기에 KCC의 주가가 급등했다.

입매가 야무지고 갈매기 입술이라 화술이 뛰어나다. 턱이 잘 발달해 턱살이 귀 쪽으로 이동, 귓밥도 두둑해졌다. 조직을 잘 이끄는 리더로 발전할 것을 예고한다.

얼굴의 정면은 공적 얼굴이요, 측면은 사적 얼굴이다. 측면에서 보아 탄력이 있으니 사생활은 나름 재미있을 것이다. 오디오를 좋아하는 등 개인적 취미도 다양하다. 얼굴 측면이 돌출형이 아닌 일자형이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처신하는 지혜를 지녔다. 얼굴을 세로로 3등분했을 때 균형이 맞아 초·중년 삶에 큰 굴곡이 없으며, 말년까지 준비돼 있다.

최근 측면 사진을 보면 턱 옆 살이 좀 늘었다. 과유불급, 지나치면 모자람과 같아 이 부분에 해당되는 58세는 사업이 녹록지 않았을 것이다. 귀 아래 어금니가 있는 부분의 찰색이 어두워 이 시기에 어금니를 깨물고 열심히 일하며 힘들게 지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찰색이라면 큰 문제는 없다. 다행히 턱살이 처지지 않고 탄력이 있다. 이제는 한결 여유로워졌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얼굴살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자료 사진 정도가 딱 알맞다. 앞으로도 그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 턱이 더 넓어지면 건강에 적신호가 오기 쉽다.


▒ 주선희
국내 첫 인상학 박사, 20여 년간 대학교·정부·민간 기업체에서 강의, 주요 저서 ‘얼굴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