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에 계속 졸고 있는 초등학생, 대중교통을 이용하다가 깊은 잠에 빠진 고교생, TV 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졸고 있는 아빠.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잠에 빠지는 질환이 있다. 바로 기면증이다. 기면증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등 위험한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는 수면 질환이다. 이 때문에 꼭 치료해야 한다.

기면증은 주간에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잠에 빠지는 수면 질환이다. 갑자기 잠에 빠지기 때문에 ‘수면발작’이라고도 부른다.

기면증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뇌하수체에서 잠을 깨우는 데 영향을 주는 ‘하이포크레틴(Hypocretin)’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거나 부족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이포크레틴은 수면과 각성 조절에 관여하는 뇌 단백질로, 뇌 전반에 고르게 분포한다. 하이포크레틴 부족은 유전(가족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기면증은 대개 중·고등학교 시절인 10대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환자의 약 30%는 중년 이후에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군대까지 면제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고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된다.

기면증으로 확진되면 국가 지원을 받는다. 특히 올해 7월 1일부터 기면증 관련 수면다원검사가 급여화하면서 주간 졸음이 심한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보인다. 주간 졸음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하루 7시간 충분히 잠을 자도 과도한 주간 졸림증이 3개월 이상 지속돼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을 경우 수면다원검사 급여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잠들자마자 2회 이상 렘수면 되면 확진

기면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야간에 행해지는 수면의 질을 평가하는 수면다원검사와 낮에 졸린 정도를 파악하는 다중수면 잠복기 검사가 필요하다. 야간 수면의 질에 문제가 없는데도 주간 졸음 검사에서 5회 동안 잠든 시간이 평균 8분 미만이고, 잠들자마자 꿈을 꾸는 렘수면(REM sleep)에 빠지는 횟수가 2회 이상이라면 기면증으로 확진한다. 기면증이 없는 사람은 첫 꿈을 꿀 때까지 약 80~90분이 걸리는 게 정상이다.

기면증은 현재 완치가 불가능한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하지만 관리만 잘하면 일반인과 같이 생활할 수 있다. 보통 기면증은 약물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다.

환자 증상에 따라 병의 원인인 하이포크레틴 호르몬 역할을 대신하는 약물로 치료하며, 하루 한 알 복용하면 12시간 동안 졸림증이 개선된다. 수면 습관과 환경을 교정하면 주간 졸음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 한진규
고려대 의대, 한국수면학회 이사, 고려대 의대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