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무호흡증이 위‧식도 역류를 일으킬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이 위‧식도 역류를 일으킬 수 있다.

서울에 사는 권모씨는 요즘 음식을 입에 대기가 두렵다. 위‧식도 역류 증상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 음식을 먹지 않아도 트림이 계속 나고, 기분도 다운되기 십상이다. 저녁에 적게 먹어도 잠들기 위해 누워있으면 속이 더부룩하고 답답하다. 권씨가 겪고 있는 위‧식도 역류질환은 섭취한 음식물이 위나 식도로 역류해 가슴 쓰림이나 위산 역류 등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식도에 염증을 일으켜 가슴 쓰림이나 산 역류 같은 불편한 증상을 유발한다.

보통 위‧식도 역류의 원인으로 수면장애를 의심하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수면무호흡증도 수면 중 호흡을 중지시키기 때문에 위‧식도 역류를 일으키는 주범이 될 수 있다. 특히 수면 전에 폭식하면 폐쇄성 무호흡증을 악화시키고, 종종 식도 역류 질환과 연관돼 있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수면무호흡증 환자 중 위‧식도 역류를 동반하는 환자가 68%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의 위장학자인 켄 드볼트(Ken DeVault) 박사는 “수면무호흡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구강호흡을 하면서 호흡이 멈췄을 때 위산이 역류해 식도염을 유발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역류성 식도염의 증상이 발생하면 내과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고 약을 먹거나 적절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특히 호전되지 않는 등 장기간 완치가 되지 않거나, 치료 후에도 자꾸 재발한다면 수면무호흡증 때문은 아닌지 확인해봐야 한다.


수면무호흡증, 방치 시 사망까지도

또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심각한 질환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위‧식도 역류질환뿐만 아니라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게다가 낮에 심각하게 졸 수 있고, 이로 인한 교통사고 등도 유발할 수도 있다. 특히 요즘과 같은 환절기에 수면무호흡증을 치료 안 하고 방치하면 뇌혈관이나 심장혈관에 무리를 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수면무호흡증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수면다원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원칙이며, 수면무호흡증 치료가 당뇨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수면무호흡증 치료 중 첫 번째 방법은 양압기 치료이며, 초반 적응만 잘하면 100%에 가까운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 다행히 7월 1일부터 수면무호흡증 관련 수면다원검사와 양압기 치료가 급여화돼 비용 부담이 많이 줄었다. 역류성 식도염의 치료가 어렵거나, 혈압약을 먹어도 혈압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해보고 확인해보기 바란다.


▒ 한진규
고려대 의대, 한국수면학회 이사, 고려대 의대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