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에게 담배는 ‘상술’과 ‘낭만’이라는 두 가지 이미지가 있는 듯하다. 상술은 고급 제품 출시로 나타난다. 신상품은 품질을 조금 높여 가격을 비싸게 책정하고, 기존 제품 가격은 변함이 없다. 소비자인 애연가는 신상품인 고급 제품을 찾게 된다. 자연스럽게 가격 인상 효과가 있다. 이를 애연가들은 ‘전매청 수법’이라고 한다.

낭만은 디스크자키와 연관 있다. 1970~80년대에는 뮤직 박스가 설치된 음악다방이 흔했다. 잔잔한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풍부한 성량의 디스크자키는 신청 사연을 시인보다 더 아름다운 시어로 들려줬다. 청춘들은 감미로운 음악과 사연에 빠지며 연신 뽀얀 담배연기로 솜사탕을 그렸다.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죽치고 있으면 한 번쯤은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가 들려왔다. 밀폐된 공간은 금세 담배연기로 자욱해졌다.


흡연으로 인한 활성산소가 탈모 유발

중년층에게 이렇게 애증으로 추억되는 담배는 건강 측면에선 백해무익하다. 담배엔 니코틴과 노르니코틴을 비롯해 에테르 추출물, 일산화탄소, 단백질, 질소 등 4700여가지 성분이 있다. 담배의 독성은 일산화탄소와 시안(CN) 등 유해물질이 포함된 질소화합물과 탄화수소물에서 나온다. 특히 발암물질이 함유돼 있는 담배연기는 암을 비롯해 호흡기 질환, 심혈관 질환 유발 가능성을 높인다.

담배의 니코틴은 모발 건강도 위협한다. 담배 1개비엔 0.1~2.0㎎의 니코틴이 함유돼 있다. 니코틴은 직접 머리카락을 빠지게 하지는 않지만 두피와 모발의 건강 환경을 악화시킨다. 그래서 흡연은 탈모의 간접원인으로 작용한다.

흡연의 탈모 위험 중 첫째 요인은 활성산소다. 담배를 피우면 두피 내 활성산소가 과잉 생성된다. 지나치게 많아진 활성산소는 탈모를 유발하는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 생산을 촉진하는 환원효소 억제 유전자를 공격, 변이시켜 탈모를 일으킨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에 의하면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DHT 13%가 증가했다.

또 활성산소는 당화작용으로 혈관을 손상시키고, 항산화제를 파괴해 혈관 노화를 촉진한다. 두피와 모낭에 영양분과 산소 공급이 적어지면 세포는 기능이 저하된다. 게다가 활성산소는 DNA를 공격해 모발성장 촉진 유전자 설계도를 망가뜨린다. 또 두피 혈관을 좁게 하고 모공을 막으며 모낭 세포를 공격한다.

산소공급 저하도 탈모 간접원인 중 하나다. 두피에 산소공급이 적어지는 것은 담배가 타면서 생성되는 일산화탄소와 관계가 있다. 담배연기 한 모금의 양인 500㏄엔 약 800의 일산화탄소가 포함돼 있다. 흡연으로 발생한 일산화탄소는 혈액에서 헤모글로빈과 결합한다.

일산화탄소의 헤모글로빈 흡착력은 산소에 비해 230배나 강하다. 흡연은 혈중 산소 농도를 낮게 해 심장기능을 떨어뜨리고 각 조직으로의 산소 운반력도 낮게 한다. 두피의 모발 세포도 산소 부족으로 힘을 잃게 된다.

비타민C는 흡연에 취약하다. 비타민C 부족도 모발의 건강도를 떨어뜨린다. 담배 한 개비를 피우는 동안 비타민C 25㎎ 정도가 파괴된다. 비타민C는 모근 파괴 물질인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지속적인 흡연은 간의 해독력과 대사력을 원활하지 않게 하고 두피도 생기를 잃는다.


▒ 홍성재
원광대 의대 졸업, 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