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회장은 바이오 선진국을 찾아다니며 치열하게 공부했고, 사업 성공 터전을 마련했다. 사진 조선일보 DB
서정진 회장은 바이오 선진국을 찾아다니며 치열하게 공부했고, 사업 성공 터전을 마련했다. 사진 조선일보 DB

3월 6일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전 세계 72개국 2208명의 ‘2018 억만장자(10억달러 이상)’를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86억달러로 61위, 뒤를 이어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119억달러로 126위에 올랐다.

서 회장은 재벌 2세나 3세가 아닌 자수성가한 기업가다. 2002년 5000만원 자본금으로 시작한 바이오 벤처를 불과 16년 만에 시가총액 65조원, 한국 재계 랭킹 5위의 글로벌 종합생명공학 기업으로 만들었으며, 본인은 ‘포브스’ 선정 국내 2위의 억만장자가 됐으니 서 회장만한 벤처 기업가는 아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월 9일 코스피로 이전상장하기 전까지 셀트리온은 코스닥의 대장주였다. 기업 리더는 그 기업 얼굴이요, 이미지다. 서정진 회장은 ‘대장’이라는 대명사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인상을 지니고 있다.


두툼한 코와 큰 눈, 강한 에너지 느껴져

최근 서정진 회장을 만났다. 2013년 처음 그를 만났을 때는 사실 조금 걱정됐다. 풍모는 두말할 것 없이 장수의 그릇이었지만 얼굴에 푸른 기운이 돌고 피부 탄력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이래저래 고초를 겪었다. 이번에 본 그의 인상은 사뭇 달랐다. 살색과 탄력, 스태미나가 좋아 보이고 유머와 여유가 있었다.

서 회장은 184㎝ 장신에다 두상이 크다. 크기에 비례해 머리가 뛰어나 바이오에 문외한이었는데도 바이오 산업에서 미래 시장성을 앞서 찾아냈다. 양옆까지 넓은 그의 이마는 셀트리온의 해외 운을 말해준다. 국내보다 해외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인정을 받은 것이 이 덕분이다.

이마와 하관이 좋은 사람은 아주 늦은 나이까지 일하며 생각의 지평이 넓다. 내 집, 내 회사를 걱정하기보다 내 나라를 생각하고 세계를 생각한다. 무엇보다 낯간지러운 일은 하지 못한다. 어떤 문제든 자신이 다 안고 가는 타입이며 지구력과 투지가 강하다. 받쳐주는 아랫사람도 많다. 관골이 풍윤해 명예를 중시하고 정면 승부한다.

어떤 리더건 심지어 구멍가게 주인도, 그만큼 지고 갈 책임이 무겁다. 서 회장은 회사 성장과 함께 끊임없이 안고 갈 일도 늘어나는 사람이다. 하지만 늘 스스로 채찍질하며 남다른 사명감으로 회사를 이끌어간다. 서 회장의 귀가 이를 말해준다. 전형적인 공학도 귀로, 뒤로 붙어 정면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많은 사람 얘기를 경청하고 지혜를 모아 사업을 해나가지만 결론을 내리기 위해 결국 혼자 자신과 끊임없이 싸운다.

눈썹이 진하고 가지런하게 잘 누워 대인관계도 원만하다. 그는 사업 초기에 도와준 사람들과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해 ‘의리 있는 사람’으로 평판이 났다. 눈썹 산이 들렸다 내려와 자신의 분야에서는 일인자다.

눈이 크고 출안(出眼)이라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아이디어가 번득이며 독창적이어서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찾아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며 전진한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삼성그룹과 한국생산성본부를 거쳐 대우자동차에서 컨설팅을 했다.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눈에 띄어 대우자동차로 스카우트, 30대 최연소 임원으로 ‘잘나갔던’ 운기가 눈썹과 눈에 담겨 있다.

1999년 대우차가 공중분해되자 서 회장은 졸지에 백수로 전락했다. 40대 초반에 해당하는 콧부리 부분인 산근이 낮아 이때 역경을 맞았다. 셀트리온 창업 후 그는 엄청난 자금 압박에 시달려 명동 사채시장까지 드나들며 피눈물 나는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바이오에 문외한이었던 그에게 찾아온 필생의 업, 바이오로 전환한 인생 2막의 시기가 이 산근에서 시작됐다.

장신, 구릿빛 피부, 부리부리한 눈, 두툼한 코, 큰 입, 널찍한 턱에다 쩌렁쩌렁한 목소리까지 강한 에너지가 넘쳐난다. 처음 만나면 압도되는 것만 같고 범접하기 어려운 상대로 보인다. 하지만 그와 대화를 나누다보면 ‘의외로’ 겸손하고 따뜻한 사람임을 알게 된다. 이런 겸손의 덕은 그의 얼굴에서 유일하게 부족한 이 산근에서 시작한다.

코끝이 둥글면 일을 만들어내는 추진력이 뛰어나다. 그는 바이오 선진국을 찾아다니며 바이오에 대해 치열하게 공부했고, 사업 성공 터전을 마련했다.


가지런한 이에 긍정의 힘 담겨

힘든 시기였던 50대 후반 운기는 관골선을 넘어설 정도로 살이 많은 뺨에 있다. 당시 뺨 탄력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60대 운기가 입으로 넘어오며 셀트리온은 불과 몇 년 사이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다. 두툼하고 큰 입은 시원시원하게 통 큰 그의 기질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입술선 외에도 살집 있는 입은 강한 스태미나 창고다.

가지런한 이는 그가 지닌 긍정의 힘을 담고 있다. 어려운 일이 닥치면 사람들은 이를 악물고 견뎌내느라 치열이 뒤틀린다. 벤처 신화를 만들어내기까지 서 회장에게도 힘든 시절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위험 감수가 없으면 그것은 사업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수년 전 출국 금지가 됐을 때도 ‘기내식이 뭘로 바뀌었나 궁금했다’고 여유 있게 넘길 정도로 그에겐 어려움을 흘려버릴줄 아는 담대함이 있다.

여기에 목소리가 인간미를 더한다. 서 회장의 목소리는 토성이다. 다른 이를 많이 배려하는 목소리다. 토성인 사람은 특히 목소리가 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목소리가 쉬면 길가다가도 맨홀에 빠질 수가 있다. ‘잘나가다’ 보면 주변에 시샘과 방해 세력이 많을 수 있다. 서 회장 본인은 특유의 담대함으로 이런 장애물을 잘 넘어갈 것이지만 주변의 응원도 필요하다.

큰 입과 튼실한 턱, 탄력 있는 뺨을 보면 60대 이후 서 회장이 이끄는 셀트리온의 미래는 탄탄하다. 윤기 나는 구릿빛 살색과 탄력 있는 피부를 유지하며, 성인병을 조심한다면 서 회장은 오래도록 ‘대장’ 기업가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 주선희
국내 첫 인상학 박사, 20여 년간 대학교·정부·민간 기업체에서 강의, 주요 저서 ‘얼굴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