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대륙의 랜드마크 ‘희망봉’을 품은 도시 ‘케이프타운’은 ‘문명과 자연의 조화’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독특한 매력을 맛볼 수 있는 명품 여행지다. 사진은 테이블마운틴 산정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여행자.
아프리카 대륙의 랜드마크 ‘희망봉’을 품은 도시 ‘케이프타운’은 ‘문명과 자연의 조화’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독특한 매력을 맛볼 수 있는 명품 여행지다. 사진은 테이블마운틴 산정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여행자.

‘여행전문가’라는 타이틀 탓에 ‘가장 권할 만한 여행지가 어디냐?’는 물음을 종종 받는다. 이에 나는 서슴없이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이라고 답한다. 남아공은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 철저히 깨트려지는 여행지다. 무더위 속에 낙후된 오지라는 일반적 인식과는 달리 ‘문명과 자연의 조화’라는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는 곳이다.


테이블마운틴 & 희망봉

남아공 제2의 도시 케이프타운의 다양한 관광명소 중 도시의 전망대격으로 통하는 ‘테이블마운틴(Table Mountain)’이 대표 절경이다. 해발 1086m의 테이블마운틴은 말 그대로 정상 부분이 책상처럼 평평하다. 8억5000만년 전 바닷물에 잠겨 있던 모래땅이 용암의 분출력과 대륙 판 이동에 따른 압력으로 솟아오른 뒤 침식과정을 거치면서 정상부가 평지를 이루게 된 사암 절벽이다.

테이블마운틴의 정상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다. 트레킹코스도 있어 현지인들이 운동 삼아 걸어 오르기도 하지만 관광객들은 360도 회전하는 대형 케이블카에 몸을 싣는다. 그러나 정상에 오르는 것도 운이 따라야 한다. 악천후가 잦은 탓이다.

광활한 평원을 연상케 하는 정상부에는 비비 등 희귀동물과 실버트리, 킹 프로테아 등 1470여종의 희귀식물이 서식한다. 곳곳에 마련된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이 압권이다. 기암절벽과 그 아래 희망봉을 향하는 해안도로와 대서양의 푸른 물결이 지중해의 한 해변을 옮겨다 놓은 듯 수려하다. 키 작은 관목 사이로 이리저리 거닐다가 바위에 걸터앉아 바라다보는 아프리카 대륙의 땅끝에 대한 감흥도 각별하다. 특히 케이프타운 도심과 워터프론트 등 도시 전체를 굽어볼 수 있어 과연 케이프타운 최고의 조망 포인트임을 실감할 수 있다.

테이블마운틴이 케이프타운의 대표 명소라면 아프리카 최남단에 자리한 ‘희망봉’은 아프리카 대륙의 랜드마크 격이다. 케이프타운을 벗어나 해안도로를 달리자면 케이프 반도에 이르고 그 반도 끝이 바로 희망봉이다.

볼더스 비치에서 채프먼스 베이를 거쳐 스카보로를 지나 40분가량을 더 달리면 희망봉 자연보호구로 들어선다. 광활한 평원에는 에리카, 프로테아 등 희귀식물들과 원숭이, 타조 등 야생동물이 서식한다. 천연덕스럽게 길을 가로막고는 차창을 두리번거리는 야생 타조가 아프리카의 야성을 실감케 한다.

희망봉을 보기 위해서는 궤도차를 타고 케이프 포인트 전망대에 올라야 한다. 희망봉과 케이프 포인트는 대서양과 인도양의 접점, 케이프 반도의 남단에 위치해 있다. 케이프 반도 끝은 케이프 포인트. 하지만 위도상으로는 희망봉이 조금 더 남쪽에 있다. 남위 34도21분25초.

사실 희망봉은 착각으로 탄생했다. 1488년 이곳을 발견한 포르투갈의 바르톨로뮤 디아스는 험한 날씨와 폭풍 때문에 ‘폭풍의 곶’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1497년 포르투갈의 바스코 다 가마가 이곳을 통과하면서 인도로 가는 항로를 개척하고 인도 항로를 찾는 희망을 북돋운 ‘곶’으로 여기면서 그 이름을 ‘희망의 곶’, 희망봉으로 개칭했다. 아프리카 최남단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남단은 이곳에서 160㎞ 동남쪽에 있는 아굴라스 곶이다.


해질녘 테이블마운틴
해질녘 테이블마운틴
아프리카 대륙의 남단 희망봉 풍광
아프리카 대륙의 남단 희망봉 풍광


호우트 베이 & 아프리카펭귄 서식지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 케이프타운 앞바다는 해류가 교차하는 지역으로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는 황금어장이다. 따라서 고래와 물개 등 포식자들이 몰려든다. 호우트 베이에서 유람선을 타고 20여분 파도를 가르면 바위섬에서 휴식을 취하는 5000여마리의 물개 떼 장관을 만날 수 있다. 수천마리 대가족이 한곳에서 서식할 수 있을 만큼 케이프타운 주변 해역에는 먹잇감이 풍부하다.

케이프타운의 또 다른 명물은 펭귄이다. 아프리카에 웬 펭귄인가 싶겠지만 케이프타운은 남미대륙 끝자락처럼 아프리카 최남단, 남반구에 자리하고 있다. 호우트 베이 인근 볼더스 해안에 아프리카펭귄 서식지가 있다. 마을 옆 바닷가에서 남극에서나 볼 수 있는 야생 펭귄을 만날 수 있다. 바다 쪽으로 우드 데크를 놓아 뒤뚱거리며 돌아다니는 귀여운 모습의 펭귄들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케이프타운 인근 우츠후룬 타조 농장은 타조에 관한 상식을 배우고 타볼 수 있는 곳이다. 광활한 초록의 배추밭과 목초지 사이에 자리잡은 75ha 농장에 남아프리카산 오스트리치와 오스트레일리아산 이뮤, 남미산 리아 등 3종 300여마리의 타조를 기르고 있다. 점심식사로 타조 고기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케이프타운 여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있다. 로빈 섬이다. 테이블 만 뒤편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자그마한 섬 로빈 아일랜드가 그곳, 노벨 평화상을 받은 흑인 인권운동가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에 항거하다 27년간 복역생활 중 18년을 보낸 곳이다.


▒ 김형우
성균관대 철학과, 관광경영학 박사, 한국관광기자협회장, 청와대관광정책자문위원, 서울시관광진흥자문위원 역임

MEMO
가는 길 한국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향하는 직항편은 없다. 홍콩에서 남아공 요하네스버그까지 남아공항공(www.flysaa.com)을 이용한다. 아시아나항공과 남아공항공은 공동운항 협정을 맺었다. 인천∼홍콩 3시간40분, 홍콩∼요하네스버그 13시간, 요하네스버그∼케이프타운 2시간10분 소요.

TIP
시차와 날씨 시차는 한국보다 7시간 늦다. 남반구에 위치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계절은 한국과 반대로 5월(가을철) 기온은 13∼20도, 우리의 초가을처럼 선선하다. 아침저녁의 일교차가 있어 긴소매 옷이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