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특급호텔 ‘블루트레인’은 아프리카에 대한 단견을 깨뜨리기에 충분하다. 럭셔리 열차여행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가 하면 차창 밖으로 아프라카 대륙의 속내를 접할 수 있다.
달리는 특급호텔 ‘블루트레인’은 아프리카에 대한 단견을 깨뜨리기에 충분하다. 럭셔리 열차여행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가 하면 차창 밖으로 아프라카 대륙의 속내를 접할 수 있다.

블루트레인(Blue Train). 세계 명품 열차의 대명사격인 레일크루즈다. 지구촌을 누비는 호화열차도 여럿 있지만 여행가들은 블루트레인을 단연 세계 최고로 꼽는다.

여행 마니아들이 죽기 전에 꼭 한번쯤은 타보고 싶어한다는 이 열차는 과연 우아함 그 자체다.

빅토리아풍 객실에 누워 영화를 감상하다가 고품격 바에 나가 쿠바산 고급 시가와 명품 와인을 곁들이는가 하면 최고급 요리에 승무원들의 극진한 서비스가 이어진다. 이쯤 하면 영화 속 주인공이 따로 없다.

이전에는 체험하지 못한 럭셔리 열차 여행의 감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차창 밖으로 생생한 다큐멘터리가 펼쳐진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을 출발해 프리토리아까지 1600㎞, 1박2일의 대장정 동안 검은 대륙은 그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차창은 그야말로 편집 없는 자연 그대로의 다큐 스크린으로 아프리카 사람들의 생생한 삶과 이색 자연 풍광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가을빛이 내려앉은 와이너리
가을빛이 내려앉은 와이너리

달리는 특급호텔 ‘블루트레인’

‘달리는 특급호텔’이라는 별칭이 따라붙는 블루트레인은 아프리카 호화 여행의 결정판이다. 출발부터 럭셔리하다.

블루트레인에는 별도의 라운지와 카운터가 마련돼 있다. 19세기 유럽의 살롱처럼 고풍스러운 전용 라운지에 들어서 호텔식 체크인을 하는 것으로 승객의 수고는 끝이다.

라운지에 앉아 음료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는 동안 ‘버틀러(담당 승무원)’가 열차 객실까지 짐을 옮겨 준다.

라운지에서 객차까지는 블루 카펫이 깔려 있다. 여기에 발길을 내딛는 순간 블루트레인 탑승을 실감케 된다. 열차 외부는 블루 컬러다. 그다지 럭셔리해 보이지 않는 외관이다. 기관차는 오렌지 빛깔일 때도 있다. 블루트레인의 감동은 객차에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된다. 빅토리아풍 다이닝카와 바, 객실은 그야말로 화려함 그 자체다.

블루트레인은 18∼20량의 객차로 구성된다. 길이 4m, 너비 2m의 객실마다 전용 샤워실과 화장실이 설치돼 있고, 원목으로 만든 객실 옷장에는 목욕 가운도 걸려 있다. 꽃병이 놓여 있는 탁자와 의자는 밤에는 안락한 침대로 변신한다.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버틀러가 침실을 꾸며 놓는다.

한마디로 레일 위에 작은 호텔을 옮겨 놓은 셈이다. 방 안의 TV는 내비게이션 기능에 영화도 감상할 수 있다. 또 기관차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 대자연의 풍광도 접할 수 있다.

블루트레인의 품격을 실감케 하는 것은 승객 대비 승무원 숫자다. 74∼80명의 승객에 28명의 승무원이 서비스를 펼친다. 버틀러는 담당 승객의 취향과 식성, 관심사까지 금세 파악해 극진한 서비스를 선보인다.

블루트레인은 고품격 열차답게 저녁식사 시간 승객들에게 ‘정장’ 차림을 요구한다. 저녁식사는 와인을 곁들인 풀코스로 5성급 호텔의 정찬 이상이다.

열차 안에서 고품격 환대를 접하는 동안 차창 밖엔 아프리카 자연의 서정적 다큐멘터리가 흐른다. 블루트레인의 또 다른 매력으로 아프리카의 이색 자연 풍광과 터전에 깃들어 살아가는 이들의 생생한 삶을 접할 수가 있다.

케이프타운을 출발하며 푸른 바다와 테이블 마운틴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잠시 후 목가적 풍광 사이로 아프리카의 현실도 함께 비친다. 양철 지붕을 얹은 거대한 빈민촌이 나타난다. 케이프타운의 화려한 면모와는 생경한 모습이다.


블루트레인의 빅토리아풍 다이닝카와 바, 객실은 화려함 그 자체다.
블루트레인의 빅토리아풍 다이닝카와 바, 객실은 화려함 그 자체다.

차창 밖에 펼쳐지는 검은 대륙

블루트레인의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는 중간 기착지 투어다. 27시간 여정 중 한두 곳에 들러 승객들의 무료함을 달래준다.

케이프타운 출발 후 4시간쯤을 달렸을까. 열차가 마티에스폰테인역에 멈춰 섰다. 다이아몬드 산지로 유명한 킴벌리나 와이너리에도 정차하는 경우가 있다.

승객들은 나팔을 부는 가이드를 따라 19세기 말 영국 식민지 시절에 건설된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으로 기착지 여행을 체험한다. 플랫폼 주변에는 인근 마을 아이들이 나와 승객들의 ‘친절’을 기대하고 있다.

함께 사진 촬영에 응해주고 나름의 멋진 포즈로 고마움을 표시할 줄 아는 아이들이다.

1박2일의 여정 동안 차창 밖엔 ‘동물의 왕국’도 펼쳐진다. 기린, 물소, 임팔라, 플라밍고 등 남부아프리카의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눈앞에서 명멸해 간다. 특히 카루 국립공원 호숫가는 수천 마리의 플라밍고(홍학) 떼가 장관이다.

분홍색 플라밍고 무리가 나타나는가 싶더니 이내 물소 떼가 출몰하는 등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2016년식 버전이 빠른 속도로 펼쳐진다.

아프리카 대륙의 속내를 훑고 달려온 블루트레인이 프리토리아의 빅토리아역에 멈춰 서면 1박2일의 화려하고도 생동감 넘치는 여정이 마무리된다.

이처럼 블루트레인은 아프리카 평원을 가로지르며 검은 대륙의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환상적인 자연부터 제국주의의 잔영과 빈부차의 현주소까지. 때문에 블루트레인을 단순 ‘호사 여행’으로만 취급할 수는 없다.

긴 레일을 따라 아프리카 대륙의 근현대사도 음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문화 역사기행’이다.


▒ 김형우
성균관대 철학과, 관광경영학 박사, 한국관광기자협회장, 청와대관광정책자문위원, 서울시관광진흥자문위원 역임

MEMO
가는 길 한국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향하는 직항편은 없다. 홍콩에서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까지 남아공항공(www.flysaa.com)을 이용한다. 아시아나항공과 남아공항공의 공동운항 협정으로 항공권 발권 및 갈아타기가 쉽다. 인천∼홍콩 3시간 40분, 홍콩∼요하네스버그 13시간, 요하네스버그∼케이프타운 2시간 10분 소요.

TIP

블루트레인 홈페이지(www.bluetrain.co.za)에서 블루트레인을 예약할 수 있다. 케이프타운∼프리토리아 왕복 노선을 월 3∼4회 운행한다. 블루트레인 요금은 디럭스 스위트 기준 1인 120만원부터(2인1실). 저녁식사 때는 정장을 갖춰야 한다.

날씨와 시차 남반구에 위치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계절은 한국과 반대. 가을철인 4∼5월 기온은 14∼22도로 우리의 초가을처럼 선선하다. 하지만 아침 저녁의 일교차가 있어 긴소매 옷이 필요하다. 시차는 한국보다 7시간 늦다.

상품 아프리카 전문 여행사인 인터아프리카(www.interafrica.co.kr·02-775-7756) 등에서는 케이프타운과 빅토리아폭포-초베국립공원 등의 여정이 포함된 ‘남부아프리카+블루트레인 10일’상품을 운영한다. 요하네스버그에서 케이프타운에 도착한 뒤 희망봉과 펭귄 서식지, 물개섬, 테이블 마운틴, 와이너리 방문 등을 소화하고 블루트레인 27시간(1박2일), 빅토리아폭포 등을 여행하게 된다.

요금은 499만원부터(출발인원 및 항공좌석 상황에 따라 요금 변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