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좋아했으나 바쁜 생활 탓에 즐길 여유가 없었던 중견회사 CEO 이모(62)씨는 최근 등산, 탁구 등 다양한 운동을 하고 있다. 그러다

‘몸짱’에 도전해보기로 결심, 하루에 300개씩 팔굽혀펴기를 했다. 한 번에 20개씩 15회 나눠서 했다. 가슴 근육이 단단해지는 것 같은 뿌듯함도 잠시, 5개월여 만에 어깨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 진단해 보니 어깨 회전근개가 심하게 파열된 것으로 확인됐다.

산행을 즐기는 여성 CEO 장모(60)씨는 하산 때 무릎이 시큰거리는 증상이 점점 심해지는 것을 경험했다. 병원에서 치료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자가 진단한 그는 운동으로 해결해보겠다고 결심하고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비스듬히 누워서 다리로 무거운 중량을 밀어 올리는 레그 프레스(leg press)가 무릎 주변 근육을 튼튼히 해줄 것으로 생각한 그는 이 운동에 집중했다. 그런데 무릎 통증이 점점 더 심해졌다. 그는 무릎의 ‘뚜껑뼈 연골연화증’으로 진단됐다.

최모(65·여)씨가 운동을 시작한 배경은 과체중. 키 158㎝인 그의 체중이 70㎏에 근접했고 숨이 가빠 계단을 오르기 힘들었다. 딸의 조언에 따라 헬스클럽에서 PT(Personal Training)를 받았다. 운동시작 3개월여 만에 체중은 3㎏ 줄었다. 하지만 러닝머신 뛴 것이 탈이 났다. MRI 검사 결과 무릎 물렁뼈가 찢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운동부상 환자는 대부분 운동선수 아니면 20~30대 젊은 층이었다. 하지만 ‘꽃중년’ ‘실버 몸짱’이란 유행어가 생기는 사회적 영향 탓인지 50~60대 환자가 늘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몸이 예전 같지 않아 운동을 시작했다’ ‘치료받을 정도로 아프지는 않았다’ ‘운동으로 근육을 만들어 멋지게 늙고 싶다’.

언론도 나이를 먹을수록 근력 운동이 필요하다는 기사를 쏟아낸다. ‘술 권하는 사회’의 21세기 버전이 ‘근육 권하는 사회’쯤 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근육 운동의 장점만 부각되고 부작용 또는 부상에 대한 정보는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 운동은 장점이 많지만 부상 위험이란 단점도 분명히 있다. 특히 중장년 이후에는 △심혈관 질환 △근골격계 부상 위험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중장년 이후에는 무리한 근육 운동을 함부로 시도해서는 안 된다. 무거운 중량을 드는 기구들만 부상 위험이 있다고 오해하기 쉬운데, 과도한 팔굽혀펴기나 아령도 근육과 관절 부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감소하기 때문에 근육 운동이 필요한 것은 맞다. 다만 젊은 사람들처럼 식스팩을 만들거나 울퉁불퉁한 근육을 만들겠다는 욕심은 금물이다. 운동을 해도 근육이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꼭 필요한 근육은 허벅지, 엉덩이, 등, 배 등의 몸 중심부를 지탱하는 ‘코어(core) 근육’이다. 이 근육을 강화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운동은 걷기다. 먼저 평지를 걷고 어느 정도 적응되면 계단 걷기가 좋다.

기구 운동을 하고 싶다면 ‘준비 운동→본 운동→마무리 운동’의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아울러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고 운동 강도를 서서히 높여 나가는 원칙도 지켜야 한다.


▒ 서동원
고려대 의대 졸업,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전문의, 하버드 의대 스포츠손상 및 스포츠의학 연수, 2012년 런던 올림픽 국가대표팀 주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