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가장 큰 매력은 청정대자연이다. 세계 그 어느 명소와 비교가 안 될 순수미를 간직하고 있다. 때문에 캐나다의 대자연 속에 들어서자면 몸과 마음이 다 개운해짐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캐나다는 연말연초 일상의 찌든 상념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원기를 채우기에 좋을 최적의 여행지로도 꼽힌다. 특히 겨울철 캐나다 대자연의 또 다른 매력인 ‘오로라’ 감상은 우주가 펼치는 빛의 신비를 통해 나의 근원을 되새김할 수 있어 좋다. 북극 밤하늘 광활한 캔버스 위에 펼쳐지는 색채의 마법은 천변만화 그 자체다. 초록, 연두, 보라…. 화려한 빛의 띠가 부드러운 커튼처럼 흘러내리는가 하면 역동적인 용트림을 이어간다.

저마다 빛의 향연에 대한 해석은 제각각. 오로라의 황홀경에 젖어 지난 시절의 추억도, 멋진 인생의 구상도 드넓은 북극의 밤하늘에 담아낼 수 있으니 이처럼 멋진 화폭이 또 있을까 싶다. 북위 62도, 캐나다 옐로나이프의 겨울밤이 주는 낭만의 오로라 홀릭이다.


우아하고 신비한 빛의 향연 ‘오로라’

흔히 아름다운 밤하늘을 얘기할 때 사막을 예로 든다. 실제 사막의 밤하늘은 순간 몰입을 가져다 줄 만큼 별빛이 환상적이다. 까만 밤하늘에 금세라도 쏟아져 내릴 듯 무수히 박혀 있는 별빛의 향연이란 황홀경 그 자체다. 나 또한 십여년 전 아프리카 나미브사막(나미비아)에서 마주했던 낭만의 밤하늘을 잊을 수가 없다. 고요 속에 펼쳐지는 영롱한 별들의 잔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밤하늘로 각인되었다. 적어도 캐나다 옐로나이프의 밤하늘을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극지방 밤하늘에서 펼쳐지는 빛의 향연 ‘오로라’는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 극지방 맑게 갠 밤하늘을 채워가는 우아하고 환상적인 ‘빛의 쇼’는 경이롭다. 해가 지고 밤이 깊어지면 멀리 지평선에서 흐릿한 빛의 띠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띠는 더 밝게 빛나고 어느덧 다양한 색이 덧칠되며 현란한 빛의 신비가 순식간에 밤하늘을 채워나간다. 마치 캄캄한 밤하늘에 부드럽고 우아한 커튼을 드리우고 거둬들이는 듯한 모습이란 신비로움 그 자체다. 색채의 마법, 오로라는 태양풍이 발산한 플라스마 입자가 자석 성질을 지닌 지구의 극지방 주변을 둘러싸면서 생긴 에너지띠다. 에너지가 빛으로 전환되며 나타나는 현상으로 초록, 보라, 혼인색 등 다양한 색상으로 표출된다. 북반구의 오로라는 여름철(8월 말~10월 초)에도 나타나지만 겨울시즌(11~4월)이 오로라 관측의 적기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태양활동이 유독 활발해져 멋진 오로라를 감상할 수 있다.



‘옐로나이프’ 밤하늘의 판타지에 빠지다

세계적 오로라 감상의 포인트로는 노르웨이 트롬쇠, 아이슬란드,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캐나다 옐로나이프, 핀란드 사리셀케 등을 꼽을 수가 있다. 전문가들은 그중에서도 캐나다 북부 지방을 최고의 오로라 관측 장소로 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너른 평원이 발달한 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의 옐로나이프를 가장 적지로 꼽는다. 시야 확보가 좋아 사방에서 오로라를 감상 할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게다가 바다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으니 맑게 갠 날이 많다.

오로라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을 ‘오벌’이라 부른다. 이 오벌 지역은 대략 북위 62도대에 모여 있는데, 이들 지역 중에서 옐로나이프가 접근성(항공)과 숙박여건 등 관광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옐로나이프’라는 도시의 명칭은 1771년 처음 이 곳을 찾은 외지인 ‘사무엘 한’이라는 사람이 그레이트슬레이브 호수 근처에 도착했을 때 만난 원주민이 항상 동(銅)으로 만든 칼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옐로나이프족’이라 부른 게 그 시초다.

옐로나이프에서의 오로라 감상은 도심에서 30여분 차를 타고 나간 시 외곽 오로라빌리지에서 이뤄진다. 인공의 불빛이 없는 이곳은 관광객이 새벽까지 오로라를 감상하며 쉴 수 있는 베이스캠프다.

오로라 빌리지는 ‘티피’로 불리는 인디언 텐트와 다이닝홀 등의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빌리지에서는 영하 30~40도 혹한의 추위에 견딜 수 있는 별도의 방한복과 카메라 삼각대 등을 대여해준다. 일반적으로 10여명이 들어 갈 수 있는 티피는 페치카 난방으로 따뜻하다. 이곳에서 차를 마시며 중간 중간 언 몸을 녹일 수 있다.

오로라 관찰은 티피 앞에 펼쳐진 오로라호수 위에서 주로 이뤄진다. 꽁꽁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의자에 앉거나 서서 오로라를 감상한다. 다양한 앵글의 사진촬영을 위해서라면 오로라빌리지 뒤편 버펄로 언덕도 괜찮다.

오로라를 감상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동상이다. 오로라의 황홀경에 빠진 나머지 자칫 동상에 걸릴 수도 있다. 옐로나이프의 1~2월 기온은 영하 30~40도를 오르내린다.

오로라 관측은 대성공이었다. 두 차례 찾아가 모두 레벨 4급(뚜렷한 녹색 빛과 다양한 모양을 볼 수 있고 움직임이 있는 멋진 오로라)의 광경을 관찰할 수 있었다. 허연 서리를 뒤집어 쓴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대며 밤하늘을 지켜보자니 서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언제 이처럼 긴 시간 밤하늘을 응시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실컷 북극의 밤하늘을 우러러 보았다. 신비한 빛의 판타지에 도취해 영하 30도의 혹한조차 까맣게 잊었다. 옐로나이프의 겨울밤이 빚어낸 오로라홀릭이다. 물론 오로라 감상은 실패확률도 있다. 밤에 눈이 내리거나 흐리면 관측이 무산된다.

오로라빌리지는 전 세계의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요즘에는 주로 새로운 도전을 앞두거나 소망을 빌기 위해 찾는 경우도 종종 있다. 광활한 북극 밤하늘을 화폭 삼아 멋진 인생을 설계해보겠노라는 여행객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 김형우
성균관대 철학과, 관광경영학 박사, 스포츠조선 여행전문기자, 한국관광기자협회장·청와대관광정책자문위원·서울시관광진흥자문위원 역임.

TIP

추위 대비 오로라 감상의 가장 큰 준비는 방한이다. 오로라 관측지에서 체험 프로그램 신청 시 특수 방한복과 방한화-모자-장갑 세트를 빌려 주지만 핫팩 등 발열제품과 안면 마스크 등을 준비하면 더 좋다.

카메라도 혹한 대비 오로라 촬영은 야간에 이뤄지는 관계로 삼각대-릴리스가 필수다. 밤하늘 빛의 쇼를 담기 위해서는 광각렌즈가 있으면 더 좋다. 예비 배터리도 충분히 챙겨야 한다. 아울러 일단 차가운 외부 공기에 노출된 카메라는 휴식 때에도 실내 반입을 해서는 안 된다. 결로현상이 생겨, 이를 들고 다시 밖으로 나가면 카메라가 얼어붙어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진다. 촬영을 마친 뒤에도 카메라를 외부에서 비닐 등으로 밀봉한 뒤 가방에 넣어야 한다. 실내로 들어와서는 서너 시간 이상 지난 뒤 작동해야 에러를 방지할 수 있다.

북위 62도 ‘옐로나이프’의 겨울 액티비티

차 안에서 즐기는 ‘얼음낚시’
옐로나이프는 호반도시다. 때문에 다양한 수상레저활동이 가능하다. 겨울철 꽁꽁 얼어붙은 호수에서는 얼음낚시를 즐길 수 있다. 여름에는 낚싯배로, 겨울에는 ‘낚시차’로 빙원을 누비며 파이팅 넘치는 손맛을 본다. 그레이트슬레이브호숫가 선착장에서 바퀴 대신 궤도가 달린 얼음낚시 전용 6인승 설상차에 오른다. 설상차는 눈 덮인 호수를 달려 포인트에 차를 세우고는 전동드릴로 1m 두께의 얼음바닥에 구멍을 여러 개 뚫는다. 설상차 바닥의 구멍과 일치시켜 따뜻한 차 안에서 낚시를 즐긴다. 주로 잭피시(노던 파이크)를 노린다. 수중카메라를 넣어 물밑을 모니터로 살핀 뒤 잭피시가 미끼를 무는 순간, 낚싯대를 채 올리는 과학적인 낚시를 한다.

자작나무 숲을 달리는 ‘개썰매’
오로라빌리지 인근 호수 한쪽에는 개썰매체험장이 마련돼 있다. 썰매 끌기에는 10마리의 개가 동원된다. 평소 잘 훈련받은 영리한 개 한 쌍이 맨 앞에 배치되고 그 뒤로 두 마리씩 지능 순서로 배치한다. 썰매는 눈 덮인 자작나무 숲 속을 시속 20~30㎞ 속도로 달린다.

옐로나이프 시내투어
캐나다 노스웨스트준주의 주도인 옐로나이프는 작은 도시다. 비록 도시 규모는 작지만 국방부, 법원, 행정부 등 정부기관이 모두 사무소를 두고 있다. 시내에는 KFC, 영화관 등이 있다. 노스웨스트준주 의회, 파일러 모뉴먼트, 프린스오브웨일스노던헤리티지센터박물관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술은 리쿼숍에서만 구입할 수 있으며, 스시 바도 영업 중이다.

스노모빌 운전
얼어붙은 호수를 가로지르며 스노모빌을 즐길 수 있다. 광활한 설원을 질주하는 묘미가 있다. 오로라빌리지에서는 야외 체험 동안 따뜻한 커피, 차, 쿠키가 제공된다.


여행 메모

가는 길 서울 직항편은 없으며 주로 에어캐나다를 이용한다. 인천 출발(매일) AC064편 오후 5시45분 출발, 같은 날 밴쿠버에 도착(10시간30분소요). 밴쿠버~캘거리(1시간20분), 캘거리~옐로나이프(2시간). 밴쿠버~에드먼턴~ 옐로나이프 항로도 있다.

여행팁 옐로나이프의 겨울 평균기온은 영하 28.8도, 시차는 한국보다 16시간 늦다. 겨울철에는 낮이 짧다. 오전 10시 30분쯤 해가 떠서 오후 3~4시면 해가 진다. 전원은 110V(11자형), 설원 지대이니 고글, 선글라스, 선크림 필수.

오로라빌리지 오로라 감상의 전진기지다. 오로라 감상객을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숙박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묵었던 익스플로러 호텔이 가장 럭셔리호텔로 꼽힌다.
‘코스트 프레이저 타워’는 주방이 딸려 있어 가족, 친구들끼리 여행에 적합하다.

오로라 여행상품 오로라 상품은 휘슬러 스키 또는 윈터 로키 등과 연계된 상품 등 다양하다. 오로라만 단독으로 보고 오는 3박5일 상품(에어캐나다 이용)의 경우 235만원부터. 캐나다 오로라 여행 상품은 하나투어(http://www.hanatour.com) 와 인터파크( http://tour.interpark.com) 등 여러 여행사에서 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