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자골퍼 최장타자인 박성현(23)에게 얼마 전 악수를 청했다. 있는 힘껏 잡아보라고 했더니 정말 ‘악’ 소리 날 정도로 잡았다.

보통 악력이 아니었다. 필드에선 늘 바지를 입고 무표정해 선머슴 같다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사진 촬영 때 자연스레 웃음 짓는 모습은 모델을 해도 괜찮을 듯했다.

키 172㎝에 날렵한 몸매다. 그는 마음먹고 때리면 260m쯤 드라이버를 칠 수 있다고 한다. 올해 초청선수로 나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에서도 장타로 인기를 모았다. 그보다 키가 11㎝ 더 크고 몸집도 더 큰데다 온몸을 써서 스윙하는 미국 여자골프의 희망 렉시 톰슨(20)과 견줘도 손색 없는 비거리를 낸다.

어디에서 그런 파워가 나오는 걸까. 타고난 임팩트 능력과 스윙 스피드 등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게 팔굽혀펴기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지난겨울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훈련 일과 중 하나가 팔굽혀펴기를 50회씩 4세트 하는 것이었다.

하루 200번씩 팔굽혀펴기를 하는데 컨디션 좋을 때는 500번도 거뜬하다고 했다. 요즘 골프 선수들은 전문가를 초빙해 각종 기구를 사용한 웨이트 트레이닝과 다양한 동작이 포함된 피트니스를 체계적으로 배우는 게 유행이다.

클럽보다 몸을 먼저 피팅(fitting)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선수가 점점 늘고 있다. 그런데 하고 많은 운동 중에 팔굽혀펴기라니. 박성현은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고 그 효과는 기구운동 못지않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김효주(21)가 훈련하던 골프장에 찾아갔을 때가 떠올랐다. 골프 국가대표 감독을 지낸 한연희 감독이 주니어 골퍼 20명을 가르치는 곳에서 김효주도 함께 훈련하고 있었다.

물 흐르듯 부드러운 김효주 스윙의 비결을 알아보고 싶어 찾아간 길이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을 보게 됐다. 줄넘기를 꺼내더니 10분 정도 가볍게 뛰면서 몸을 풀었다.

한 감독에게 “골프 유망주들이 왜 줄넘기를 해요”라고 물어보았다. 그는 “골프도 기본은 다른 운동이랑 똑같아요. 순발력도 필요하고 생각과 몸의 조화도 중요하고요. 줄넘기는 그런 면에서 제일 효과가 좋은 것 같은데요”라고 했다.

주니어 골퍼들을 따라서 10분 정도 줄넘기를 하고 샷을 해보니 기분인지는 몰라도 훨씬 잘 맞는 것 같았다. 김효주는 지난해 하반기 체력 난조로 고생을 하고부터는 달리기에 맛을 들였다. 태국 전지훈련 때는 무더위 속에서도 하루 5㎞씩 달렸다.

일단 골프에 발을 들여놓으면 끊을 수 없는 욕망 두 가지가 있다. 100타를 깨는 파백(破百)부터 시작해 스코어를 줄여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장타다. 10야드만 더 멀리 칠 수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주말 골퍼들을 자주 보게 된다. 봄을 맞아 필드에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보자.

그런데 그 출발을 소박하게 팔굽혀펴기나 줄넘기, 달리기로 시작해보자.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그 효험을 보증해주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돈 안 드는 비법들이다.


▒ 민학수
서울대 정치학과, 조선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현 조선일보 스포츠부 골프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