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현대미술작가인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는 악평과 호평을 동시에 받는 대표적 예술가다. 종종 충격적이고 경악스러운 작품을 선보였던 그에게 ‘잔혹한 현대 예술가’라는 평가는 평범한 것이었다. 일부 평론가들은 심지어 ‘악마의 자식’이라는 악평도 쏟아냈다. 동물의 사체(死體)를 포름알데히드에 담가 전시하기도 하고, 그것으로도 부족한지 데미안 허스트 작품 속 동물들은 절단되고 훼손된 모습으로 박제되어 전시장에 놓여졌다. 심지어 동물사체를 유기한 채 썩어가는 모습을 그대로 노출한 것에 더해 파리떼가 꼬이게 함으로써 전시장을 충격으로 몰아넣기도 했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엽기적이고 잔혹한 묘사를 한 작품 앞에서 그는 냉소를 넘어 장난기 넘치는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 1억 달러(약 1000억원)를 호가하는 ‘신의 사랑을 위하여’는 해골에 백금으로 틀을 씌우고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아 만든 것이다. 사용된 다이아몬드만 1106.18캐럿이고, 이마 중심의 핑크 다이아몬드만 70억원 짜리다.
- 1억 달러(약 1000억원)를 호가하는 ‘신의 사랑을 위하여’는 해골에 백금으로 틀을 씌우고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아 만든 것이다. 사용된 다이아몬드만 1106.18캐럿이고, 이마 중심의 핑크 다이아몬드만 70억원 짜리다.

영국의 현대미술작가인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는 악평과 호평을 동시에 받는 대표적 예술가다. 종종 충격적이고 경악스러운 작품을 선보였던 그에게 ‘잔혹한 현대 예술가’라는 평가는 평범한 것이었다. 일부 평론가들은 심지어 ‘악마의 자식’이라는 악평도 쏟아냈다. 동물의 사체(死體)를 포름알데히드에 담가 전시하기도 하고, 그것으로도 부족한지 데미안 허스트 작품 속 동물들은 절단되고 훼손된 모습으로 박제되어 전시장에 놓여졌다. 심지어 동물사체를 유기한 채 썩어가는 모습을 그대로 노출한 것에 더해 파리떼가 꼬이게 함으로써 전시장을 충격으로 몰아넣기도 했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엽기적이고 잔혹한 묘사를 한 작품 앞에서 그는 냉소를 넘어 장난기 넘치는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수많은 미술평론가들의 혹평에도 그의 작품은 기록적인 가격으로 팔려나가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현존하는 작가 중 작품가격 비싸기로 유명한 그의 작품 중 ‘신의 사랑을 위하여’는 1억달러(약 1000억원)를 호가한다. 이 작품은 해골에 백금으로 틀을 씌우고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아 만든 것이다. 사용된 다이아몬드만 1106.18캐럿이고, 전체 제작비만 우리 돈으로 200억원이 든 이 작품은 재료만으로도 비쌀 수밖에 없다. 이마 중심의 핑크 다이아몬드만 70억원짜리다. 이 작품에 대해 좀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작품이 훌륭해서, 혹은 렘브란트보다 미학적으로 완성도가 있어서가 아니라 원래 그 값어치가 비싼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나이로 이제 50세가 된 영국 태생의 데미안 허스트는 영국의 유명갤러리인 사치갤러리(Saatchi Gallery)의 소유주와 화이트큐브 미술관 소유주의 후원으로 현대 미술시장에서 최고의 호가를 기록하고 있다. 1조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한 역대 미술가 사상 최고 부자지만 그는 여전히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런던에서 부자들이 모여 사는 첼시의 킹스로드(King’s Road)에 있는 사치갤러리 소유주인 찰스 사치는 알아주는 광고재벌이다.

후원자의 이러한 역량은 작품의 가치와 가격을 올리는 데 일조했을 것이다. 그래야만 후원자로서 몫도 두둑하게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속성을 십분 활용한 데미안 허스트와 후원자들의 기획은 그런 측면에서 성공한 것이다. 후원자들은 투자자인 셈이고, 작가 데미안 허스트는 사업가인 셈이다. 데미안 허스트의 ‘의사소통을 위해 한 방향으로 헤엄치는 고립된 존재들’은 사치갤러리 소유주인 찰스 사치에게 1억원을 후원받아 제작해 134억원에 팔았다고 한다. 이런 대박 투자가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데미안 허스트는 영국의 골드스미스대학 졸업을 앞두고 젊은 작가들과 함께 yBa(young British artists)를 결성해 프리즈(Freeze)라는 전시를 기획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들은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방법으로 보는 이들의 감정을 상당히 괴롭게 만드는 작품을 만들었다. yBa를 대표하는 작가였던 데미안 허스트는 동물의 사체를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담근 뒤 마치 실험실에서와 같이 보존하는 것을 작품으로 선보인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그런 작품들은 금세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렸고, 사치갤러리가 작품들을 구매하면서 요란한 등장만큼이나 작품의 가치도 오르기 시작했다. 가격 형성에 있어 미술 작품은 누가 소장했느냐는 이력도 매우 중요한데 사치갤러리의 대량 구매는 이런 측면에서 작가의 가치를 높여준 것이다. 젊은 작가 데미안 허스트는 이렇게 영국을 넘어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작품들을 집안 거실에 놓아둘 사람은 거의 없어 보였지만, 작품은 의외의 높은 가격으로 팔려나갔다. 이는 홍보 마케팅에 능했던 데미안 허스트의 수완 덕분이기도 하다.

데미안 허스트가 작가로서, 그리고 사업가로서 성공한 데는 작가의 기획력도 일조했다. 자신의 작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데 그는 거의 예술적 경지를 보였다. 그는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의식을 가지고 작품의 제목들을 그럴 듯하게 붙여 놓아 관객으로 하여금 작품을 보고 인상을 쓰거나 찌푸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무언가 의미를 찾도록 했다. 해부학 실험실에나 있을 법한 엽기적인 이 작품들을 통해 작가는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며, 삶에 대한 철학적인 고찰과 질문을 아주 거칠고 날카롭게 던져댄다. 그가 죽음과 삶을 작품의 소재로 자주 쓴 것은 그가 대학 시절 영안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이 큰 역할을 한다. 그는 이때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고 이를 작품 세계에 활용하게 된다.

데미안 허스트는 작품 활동이 활발해지자 보다 큰 수익을 얻기 위해 비즈니스 매니저를 별도로 고용하기도 했다. 배우 매니지먼트 업계에서 베테랑이었던 프랭크 던피는 데미안 허스트의 매니저로 활동하며 경매를 통해 직접 작품을 팔았다. 그렇게 거둔 수익이 2300억원에 달했다. 그는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이미지를 활용한 판화, 티셔츠 등으로 만든 아트상품도 기획하여 매우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수익모델을 찾아 나섰다.

일반적으로 작품을 전시하고 위탁 판매하는 조건으로 판매가의 50% 정도를 갤러리에서 가져가게 된다. 이름 있는 작가가 좋은 조건에 계약하더라도 작가의 몫으로 60%를 넘기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데미안 허스트의 경우는 그의 유능한 매니저 프랭크 던피를 통해 판매가의 90%를 할당받는 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프랭크 던피는 미술계에 기반을 둔 사람이 아닌 전문 회계사였기에 미술계의 오랜 관행에 익숙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어 보였지만, 오히려 이러한 점이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에 큰 도움이 되었다.

갤러리 입장에서 그동안의 관행을 깨고 불공정한 듯해 보이는 이 계약을 감수한 것은 그만큼 데미안 허스트와 그의 매니저 프랭크 던피의 수완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거의 대부분의 전시와 경매를 성공시켰다. 타고난 비즈니스맨과 관행과 금기를 과감히 벗어던지는 자유로운 예술가의 만남은 요즘 유행하는 ‘융합(convergence)’의 한 예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 데미안 허스트
- 데미안 허스트
- ‘의사소통을 위해 한 방향으로 헤엄치는 고립된 존재들’은 사치갤러리 소유주인 찰스 사치에게 1억원을 후원받아 제작해 134억원에 팔았다.
- ‘의사소통을 위해 한 방향으로 헤엄치는 고립된 존재들’은 사치갤러리 소유주인 찰스 사치에게 1억원을 후원받아 제작해 134억원에 팔았다.


하진욱 미술전문해설사 
동아대학교에서 철학과 예술학을 전공하고 현재 동아대학교 미술학과와 문화예술대학원에서 미학, 예술론, 문화정책 등을 강의하고 있다. ‘미술해설이 있는 음악회’ 등 여러 공연을 기획하고 출연한 바 있으며, 공공기관 및 기업특강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07년 문화예술교육부문 문화부장관 표창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