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를 데일리 카가 아닌 위크엔드 카로 원한다면 당신은 인생의 풍미를 알고 SUV의 전통적 가치를 존중하는 멋쟁이임이 분명하다.
어쩐지 SUV가 도심형 차량처럼 여겨진 지 오래지만, 특유의 터프한 감성이 그립다면 이 차들에 주목해보자.

아날로그 감성이 그립다면, 메르세데스 벤츠 G 클래스

메르세데스 벤츠 G 클래스는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도 불린다. 생김새 자체가 태초의 원시적인 느낌이 물씬 난다. 사실 이렇게 네모반듯한 차는 요즘 만들지 않는다. 아니 만들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공기저항 때문이다. 저항을 줄여야 더 빠르게 달릴 수 있고 연료를 덜 소모한다. 그래서 세상 모든 자동차가 연료효율을 위해 차체를 깎아내고 무게를 줄이기 위해 처절하게 애를 쓴다. 하지만 G 클래스는 그런 거 모른다. 이 차는 하고 싶은 거 다 해서 만들었다.

이렇게 각을 살린 스타일은 단순히 남성적 매력을 물씬 풍기기 위한 스케치 결과는 아니다. 이런 직선 위주의 박시한 디자인은 실내 공간 효율성을 높인다. 그리고 차가 찌그러져도 펴기 쉽고 아예 잘라내고 새로운 철판을 붙이기도 용이하다. 즉 이 차는 태생부터 오프로드 DNA를 지녔다는 뜻이다.

G 클래스는 뼈대를 짜 맞춘 모노코크 대신 강철 프레임 섀시를 쓴다. 그것도 2중 구조의 사다리꼴 프레임이다. 요즘 거의 쓰이지 않는 방식을 고수하는 건 무겁더라도 차체가 뒤틀리는 걸 막기 위함이다. 전자식이 아닌 기계식 기어와 힐 디센트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전자식은 고장 나면 야전에서 고치기 힘들다. 그리고 세 개의 디퍼렌셜 록(differential lock). 디퍼렌셜 록이란 바퀴와 바퀴의 회전차가 나지 않도록 고정하는 장치다. 이게 세 개라는 건 앞 양쪽, 뒤 양쪽 그리고 앞뒤로 들어가는 파워를 일정하게 고정하거나 회전차를 없앤다는 의미다. 물론 모두 기계방식이다.

지금 우리가 매일 타는 차 대부분은 노트북보다 처리 속도가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한 컴퓨터가 내장돼 있다. 이 컴퓨터가 차체의 모든 것을 정교하게 컨트롤한다. 인간의 편의와 안전을 위한 조치다. 그런데 때로는 이런 전자장비들이 운전을 방해하기도 한다. 또는 내가 운전하는지 차가 운전하는지 모르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당신이 매일 타는 세단은 모두 전자방식으로 움직인다. 어떠한 부품도 컴퓨터가 없이는 움직이기 힘들다. 주말만이라도 디지털을 내려놓고 아날로그 방식으로 살아보는 건 어떨까? 그런 주말을 원하는 이들에게 벤츠 G 클래스는 완벽한 기계 덩어리다.


여전히 살아있는 SUV DNA,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4

사실 SUV는 많은 짐을 싣고 거친 대륙을 횡단하기 위해 만든 차다. 그 차가 도시로 와서 얌전빼고 있으니 야생성을 잃은 동물원 호랑이 꼴과 다를 게 없다. 요즘 대부분의 SUV가 이렇다. 그런데 SUV 명가에서는 아직도 SUV의 원초적 본능을 간직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바로 랜드로버의 디스커버리 4다.

사실 랜드로버에는 레인지로버라는 더 크고 비싼 차가 있다. 그럼에도 디스커버리 4를 추천하는 이유는 이 차 고유의 풍미와 성격 때문이다. 스타일에서 볼 수 있는 각진 디자인의 디스커버리 4는 오프로드에서 탁월한 성능을 낸다. 레인지로버보다 지상고(노면과 차체의 거리)가 좀 더 길고 휠베이스가 짧아 차체 바닥이 노면에 닿지 않을 확률이 높고 더 깊은 물을 건널 수 있다. 그 뛰어난 오프로드 성능은 모두 설명하기 힘들다. 다만 한 마디만 하자면 랜드로버는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오프로더를 만드는 회사다. 즉 이 차는 어떤 길에서도, 길이 아닌 곳에서도 안정감을 잃지 않는다.

온로드에서는 어떤가. 랜드로버의 별명이 ‘사막의 롤스로이스’인 이유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뛰어난 승차감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롤스로이스보다 뛰어난 승차감을 만들기도 한다. 최고급 가죽을 씌운 넓은 시트, 17개의 스피커가 만드는 뛰어난 음질의 메리디안 사운드 시스템 등은 주중의 피로를 날려버리기 위한 완벽한 솔루션이 될 것이다.

디스커버리 4는 현재 국내에서 3.0리터 디젤 한 가지 엔진만 판매한다. SE(8180만원)와 HSE(9660만원) 두 개의 그레이드로 나뉘는데, 편의장비가 훨씬 더 많은 HSE를 추천한다.


가장 트렌디한 SUV를 찾는다면, 볼보 XC90

10년 만에 풀 모델 체인지되는 볼보 XC90이 2016년 상반기 국내에 들어온다. 이미 2015년 초부터 출시되어 유럽과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이렇게 국내 출시가 늦은 이유는 그 인기가 폭발적이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없어서 못 팔 정도이고 SUV의 나라 미국에서도 주문 후 꽤 오래 기다려야 한다. 이처럼 신형 XC90에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운 이유는 바로 제품력과 신뢰다. 신형 XC90은 단정하면서 고급스러운 디자인이다. 더불어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스타일이다. 예전 볼보 특유의 투박함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실내는 스칸디나비아 특유의 독특함이 있다. 또 센터페시아에는 아이패드만한 초대형 모니터를 세로로 배치하는 과감한 시도가 눈에 띈다.

엔진은 2.0리터밖에 되지 않지만 터보와 수퍼차저를 같이 써 무려 320마력을 뽑아낸다. 이렇게 과급기를 두 개나 쓸 수 있는 건 그만큼 엔진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말이다. 연비를 중시하는 오너에겐 225마력의 2.0리터 트윈 터보 디젤을 추천한다. 볼보 엔진은 예전부터 내구성이 좋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 내구성을 발판으로 출력과 연비까지 높일 수 있는 기술이 더해진 것이다. 승차감은 편하고 안락하면서 어떠한 노면에서도 뛰어난 핸들링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볼보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안전. 이미 유럽과 미국의 안전기관들로부터 모든 평가부분에서 별 다섯 개 만점을 받았다.

벌써 XC90의 국내 품귀현상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이 차에 관심이 있다면 출시 전부터 전시장으로 달려가는 게 좋을 것이다.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은 모델로 늦게 주문하면 하염없이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