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리디자인 이전 주얼리 2. 리디자인 과정 스케치 3. 리디자인 완성 진주브로치
1. 리디자인 이전 주얼리 2. 리디자인 과정 스케치 3. 리디자인 완성 진주브로치

2011년 봄 새로운 신데렐라가 탄생했다. 영국의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 윈저 왕자와 결혼한 케이트 미들턴이다. 동화와 같은 결혼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보석. 케이트는 윌리엄 왕자로부터 다이애나비의 결혼반지였던 18캐럿의 사파이어 반지와 함께, 다이애나비가 생전에 즐겨 착용하던 사파이어 귀걸이를 선물받았다. 케이트는 귓불에 붙는 형식의 스터드(stud) 귀걸이를 본인의 스타일에 맞춰 살짝 길이감 있게 움직일 때마다 흔들리는 드롭(drop) 스타일로 리디자인해 착용하고 있다.

국내에서 흔히 재세팅이라고도 불리는 리디자인(redesign) 혹은 리세팅(resetting)은 기존의 주얼리를 활용해 새로운 디자인으로 만들거나 부분을 변형하는 것을 말한다. 서양에서는 주얼리 리디자인이 보편화되어 있다. 세대를 이어 내려오는 보석을 후손이 착용하기 좋게 리디자인하고, 앤틱 주얼리의 부분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으로 디자인해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디자인의 과정은 간단하다. 우선 주얼리에 세팅돼 있는 보석(스톤)을 금속부분에서 분리한다. 금속부분의 합금 여부와 함량을 테스트하고 그 무게를 측정한다. 분리된 보석을 감별해 보석과 금속부분의 진위 여부와 수량, 중량 등의 정확한 정보를 의뢰인에게 전달한다. 분리된 보석을 사용해 의뢰인이 원하는 디자인을 디자이너와 상담한 후 의견교환의 단계를 거쳐 새로운 디자인으로 주얼리를 제작한다. 리디자인의 과정에서 디자인의 완성도를 위해 새로운 스톤이 추가되거나, 사용하는 금의 양이 늘어날 수도 있다. 비용 또한 새로운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와 비교하면 저렴하다. 추가된 재료에 대한 금액에 디자이너와 제작자의 인건비 정도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리디자인을 하는 경우 기존의 주얼리와 같은 아이템으로 디자인하는 경우도 있지만, 새로운 아이템으로 디자인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귀걸이와 목걸이를 브로치로, 2~3개의 반지를 화려한 목걸이로 변신시킬 수 있다. 구매 당시 마음에 들었던 디자인이 유행이 지나거나, 갖고 있는 디자인이 더 이상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순간이 있게 마련이다. 이럴 때 갖고 있는 보석을 활용해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새로운 주얼리를 장만하는 셈이다. 리디자인을 통해 보석에 대한 추억을 간직한 채 새로운 행복을 가질 수 있다.

리디자인을 위해 가장 많이 맡기는 아이템은 바로 결혼예물이다. 자주 착용하지 않은 결혼예물의 경우 오랜만에 꺼내어 보면 낯설고 어딘가 촌스러워 보인다. 주얼리는 착용할 때 그 진정한 가치가 발하게 된다. 착용자를 더욱 빛나게 하는 주얼리를 통해 자신감을 갖고, 자연스럽게 타인의 시선을 느끼면서 주얼리에 대한 애착도 갖게 된다. 보관만 하는 주얼리는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망각하기 쉬우며, 이것은 값비싼 보석이 없는 것만 못하다.

리디자인은 주얼리숍에서 주로 이루어지며, 일반적인 디자인이나 제작과는 달리 한정된 조건에서 디자인과 제작을 해야 하기 때문에 디자이너의 충분한 경험이 가장 중요시된다.

주얼리 선물은 언제나 의미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리디자인한 주얼리 선물은 의미보다는 스토리나 마음이 담겨 있다. 필자는 3부 사이즈의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아버지의 결혼반지를 결혼하는 딸의 목걸이로 디자인한 경험이 있다. 아버지의 오래된 반지가 결혼을 앞둔 딸이 매일 착용하는 심플하지만 특별한 디자인으로 탄생됐다. 아버지의 품을 떠나는 딸이 아버지의 사랑을 항상 느낄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목걸이의 제작은 너무나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