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첫 주 온열질환 환자가 총 37명 발생,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는 총 984명으로 사망자는 총 14명이었다. 즉, 올해는 다른 해보다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무더위에 우리 몸이 적응할 수 있도록 자신의 건강상태를 살펴가며 활동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폭염에 취약한 노년층과 당뇨병·고혈압·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폭염 관련 질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흔히 열사병·일사병·열탈진·열경련·열실신 등 폭염으로 인한 질환을 ‘온열질환’이라고 부른다.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질환으로는 열사병과 일사병이 있다. 열사병과 일사병은 일단 발생하면 치사율이 높아 열 관련 응급질환 중 가장 심각한 질환으로 손꼽힌다. 열사병에 걸리면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올라가며 땀이 나지 않고 피부가 건조해진다. 두통과 어지러움을 동반하며 구토가 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의식이 혼미해지거나 심하면 의식을 잃기도 한다. 일사병은 열사병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땀이 많이 난다는 차이가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열사병과 일사병은 무엇보다 환자의 체온을 빨리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의식이 없는 경우 음료를 마시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가급적 빨리 병원 응급실로 가거나 119로 전화해 치료 지도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름하면 빼놓을 수 없는 질환이 ‘냉방병’이다. 과도한 냉방기구 사용으로 두통, 전신피로감, 소화불량, 설사, 근육통, 생리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냉방병이라고 한다. 사무실이나 자동차 안과 같이 밀폐된 공간에서 찬 공기에 장시간 노출되면 두통과 피로감, 근육통, 어지러움, 집중력 저하 현상이 발생하며 어깨, 팔다리가 무겁고 허리에 통증이 느껴지기도 한다. 소화불량이나 복부팽만감, 복통, 설사 등의 위장 증상이나 심한 경우, 메스꺼움과 구토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냉방으로 인해 생리통이 심해지기도 한다. 실내와 외부의 온도 차이로 자율신경계 기능에 이상이 발생해 위장 운동기능이 잘 조절되지 않고 우리 몸의 호르몬 분비와 스트레스 조절반응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다. 특히 창문을 모두 닫고 냉방을 하기 때문에 환기가 잘 되지 않아 실내 공기에 포함된 여러 가지 유해물질과 병원균에 노출돼 인체의 면역력이 떨어지고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조수현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냉방장치는 공기 중 수분을 응결시켜 기온을 떨어뜨리는데 1시간 동안 냉방을 계속하면 습도가 30~40% 수준으로 내려간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호흡기 점막이 마르면서 저항력이 떨어져 호흡기 질환에 쉽게 걸린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냉방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실내 기온이 2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하고 가능한 한 실내외 기온차가 5도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또한 냉기를 직접 받지 않도록 하며, 냉방이 되는 공간에 들어갈 때는 땀을 잘 닦고 긴소매 옷으로 체온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틈틈이 바깥바람을 쐬며 가벼운 운동을 하고, 따뜻한 물이나 차를 마셔 몸에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줘야 한다. 김미영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특히 대형빌딩·호텔·백화점·학교 등의 냉각탑에서 서식하는 레지오넬라균은 중앙 냉방용 에어컨을 통해 전 건물에 퍼져 폐렴을 일으킬 수 있다”며 ‘냉각수 살균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에어컨 내부와 필터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도 냉방병을 예방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여름철에는 휴가지에서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다가 식중독이나 장염에 걸릴 위험이 높다. 조리 후 상온에서 오래 보관된 음식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여름철에는 휴가지에서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다가 식중독이나 장염에 걸릴 위험이 높다. 조리 후 상온에서 오래 보관된 음식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물로 계란 표면을 씻은 뒤 계란을 깨야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
물로 계란 표면을 씻은 뒤 계란을 깨야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


냉방병 예방 위해 실내와 외부 온도차 5도 이하로

집단 식중독 사고가 빈번한 여름철에는 개인위생과 음식 관리가 중요하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여름철에는 기온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고온다습한 날씨가 지속되는 데다, 야유회나 가족 나들이 등 야외 활동이 많아 급식이나 도시락 등으로 인한 집단 식중독 사고가 일어나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런 환경이라면 음식은 더욱 쉽게 부패하기 마련인데, 세균이나 독소에 오염된 음식을 먹은 뒤 수분에서 24시간 이내에 구토나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식중독이다. 조수현 교수는 “대부분 식중독은 전해질 수액요법과 식사를 통해 회복되므로 가정에서는 따뜻한 보리차 등으로 수분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식중독에 걸렸을 때 “지방이 많은 음식, 유제품, 커피, 콜라, 술 등 위장을 자극하는 음식은 먹지 않도록 하고 미음이나 죽을 먹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특히 냉장 보관된 음식이더라도 음식 재료가 이동 중이나 요리 중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오염된 음식 속의 균은 냉장고 속에서도 자라나기 때문이다.

Tip

여름철 청량음료 과다 섭취는 통풍 유발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날엔 시원한 청량음료의 유혹을 느끼기 쉽다. 전문가들은 여름철 청량음료 섭취가 잠시 동안 더위를 쫓는 데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건강에는 백해무익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미영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청량음료에는 흡수한 당을 에너지로 만드는 데 필요한 비타민과 무기질 등의 영양소가 없어 오히려 우리 몸 안의 비타민을 빼앗는다”며 “결과적으로 비타민과 미네랄이 부족해지면서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되고 입맛이 떨어지는 반면 에너지가 되고 남은 당은 지방으로 전환돼 비만의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청량음료 속에 들어 있는 인산은 우리 몸의 칼슘 흡수를 방해하며, 소변으로 칼슘 배설을 촉진해 우리 몸을 칼슘 부족상태로 만들기도 한다.

2008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진은 청량음료를 많이 섭취하는 남성에서 통풍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청량음료에 다량으로 들어 있는 과당 섭취와 통풍과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청량음료 섭취가 가장 많은 군에서 통풍 발생이 가장 많았다는 것. 통풍은 혈액 내에 요산(음식을 통해 섭취되는 ‘퓨린(purine)’이라는 물질을 인체가 대사하고 남은 산물)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요산염(요산이 혈액, 체액, 관절액 내에서 존재하는 형태) 결정이 관절의 연골, 힘줄, 주위 조직에 침착되는 질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