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작에 몰두해 있는 IWC 샤프하우젠의 워치메이커

2. IWC 샤프하우젠의 포르투기즈 시데럴 스카푸시아

3. 어둠 속에서 자체 발광하는 다이아몬드로 문구를 만든 예거 르쿨트르의 101 망셰트 샤이니 나잇

4. 바쉐론 콘스탄틴의 주문제작 야심작 블라디미르

세상에서 단 하나, 나만이 소유할 수 있는 물건이라면 그 매력과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내가 원하는 모양과 디자인, 소재, 보석으로 만드는 주문제작품이라면 가보로 물려줘도 손색이 없다. 물론 주문 후 생산부터 수령까지 수개월이 걸리긴 하지만, 나만을 위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이를 감수하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가방부터 구두, 옷까지 많은 주문제작품이 있지만 특히 까다로운 극소수 하이엔드 고객들의 마음을 빼앗은 것은 시계다. 대량생산이 아닌, 전문 장인의 손길로 완성된 단 하나의 시계가 주인을 기다린다. 바로 당신이 그 주인이 될 수 있다.

A부터 Z까지, 원하는 무엇이든

가장 오래된 스위스 시계 브랜드 바쉐론 콘스탄틴은 지난 250년 역사 내내 주문제작 시계를 만들어왔다. 이른바 주문제작 시계 선두주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 샘이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한 번 시계를 구매한 고객에 대해서는 언제 구입했는지에 상관없이 평생 개런티를 보증한다. 나아가 정기적으로 그들을 위해 단순히 시계의 개런티 범주 이상의 매우 특별하고도 중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시계가 정말 심각한 손상을 입거나 작동을 완전히 멈출 때까지 서비스를 의뢰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겉으로는 수리가 불가능해 보이는 절망의 순간에서도 바쉐론 콘스탄틴의 워치메이커들은 평생 수리가 가능하다는 약속에 명예를 걸고 지켜나간다. 마치 중요한 서약과 같다. 실제로 러시아의 한 귀족의 이야기가 있다.

1917년 10월혁명 동안 러시아의 한 귀족이 자신의 소중한 시계들을 땅에 묻었다. 시계를 제대로 포장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그는 무턱대고 그냥 거친 환경 속에 묻어 두었고, 수십년이 흐른 후에야 이 시계들을 땅에서 꺼냈다. 물론 그 사이 시계들은 먼지와 녹이 끼어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냉전의 종식으로 마침내 러시아에서 제네바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렸고, 바쉐론 콘스탄틴의 워치메이커들은 최선을 다해 그 시계들을 복구했다고 전해진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이런 스페셜 오더 제품을 위해 특별히 2006년 아틀리에 캐비노티에를 오픈했다. 이곳에서는 때로는 터무니 없는 꿈도, 항상 불타오르는 열망도 현실이 된다. 업계에서 독특하기로도 손꼽히는 이 고객맞춤 부서는 이미 완성된 기성품이 아닌, 세심한 고객 의견 수렴 및 바쉐론 콘스탄틴 설립 전통의 최고급 시계 제작사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매우 예외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컬렉션도, 제품도, 카탈로그도 없고 고객의 요구를 경청하는 귀만 있을 뿐이다. 모든 것은 은밀하고도 친밀한 시계 제작을 의뢰한 고객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역사광인 한 고객은 다이얼에 그랑푀(Grand feu) 스타일의 에나멜로 걸작 미술품 중 하나를 복제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 다른 감상적인 고객은 1년에 한 번, 애인의 생일에만 큰 벨이 울리도록 요청했다. 최근 바쉐론 콘스탄틴의 아틀리에 캐비노티에에서 만들어진 ‘블라디미르’는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시계 중 하나다. 바로 그 점이 이 시계의 소유자가 원했던 바였기에 바쉐론 콘스탄틴은 이 야심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자원과 기술을 끌어 모았다. 수동 기계식 시계 블라디미르에는 무려 17개의 컴플리케이션 기능이 탑재돼 있으며, 모두 수공 제작 및 장식으로 4년의 작업 끝에 완성됐다. 이렇듯 바쉐론 콘스탄틴은 부품 하나부터 미적 요소 하나까지 소유자가 원하는 시계를 완벽하게 만든다. 시간을 시적으로 표현할 것인지, 엄청난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넣을 것인지, 다이얼을 기요셰 패턴으로 장식할 것인지, 에나멜로 장식할 것인지, 인덱스를 로마식 숫자로 할 것인지, 아라비아 숫자로 할 것인지, 초침을 중앙에 넣을 것인지,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추가할 것인지 등 소유자가 원하는 것을 완벽히 반영해 시계에 캐릭터를 부여할 때 그 어떠한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그 시계를 세상에 공개할 것인지, 자기만의 은밀한 비밀로 간직할 것인지도 소유자에게 달려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주문제작으로 만들 수 있는 바쉐론 콘스탄틴의 시계 외에도 많은 브랜드에서 열정을 가지고 오더 메이드에 힘을 쏟는다. 아름다운 주얼리 워치를 만드는 피아제에서도 고객의 스페셜 오더에 맞춘 테일러-메이드(Taylor-made)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다. 피아제가 기존에 선보인 제품과 매치할 수 있는 주얼리 및 시계 세트 제작, 특정 모티브 인그레이빙 및 에나멜링, 100% 창조 주문제작까지 광범위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이고 인상적인 시계가 ‘알티플라노 핑거프린트’다. 피아제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은 울트라 신 무브먼트를 대표하는 워치 라인 알티플라노에 고객의 지문이 다이얼에 새겨지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손가락의 지문을 찍어 신청하면 지문의 패턴을 그대로 반영한 다이얼에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전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나만의 DNA가 담긴 시계를 선사해준다. 알티플라노 핑거프린트를 소유하게 되면 세상에 동일한 지문이 없듯이, 이 시계와 동일한 디자인의 시계는 세상 어디에도 없게 되는 법이다. 전 세계에서 오직 한국 피아제 부티크에서만 주문할 수 있는 알티플라노 핑거프린트는 주문 후 생산 및 수령까지 약 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IWC 샤프하우젠에서도 원하는 다이얼과 재질, 컬러, 스트랩으로 나만의 시계를 만들 수 있다. 특히 ‘포르투기즈 시데럴 스카푸시아’는 200가지가 넘는 디자인 옵션 중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우리 돈으로 약 9억5000만원에 달하는 이 시계는 시리즈로 생산하지 않고, 원하는 고객과의 1:1 상담을 통해 제작한다. IWC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직접 고객을 샤프하우젠으로 초대하거나 혹은 IWC의 스페셜리스트가 직접 고객을 방문할 수도 있다.

1. 몽블랑의 주문제작 작업 모습

2. 오데마 피게 쥴스 오데마 이퀘이션 이브 타임의 인그레이빙

3. 피아제의 알티플라노 핑거프린트

더욱 특별한 문구 인그레이빙

몽블랑에서는 시계부터, 펜, 주얼리, 가죽 제품까지 전 카테고리의 제품에서 특별 주문제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이 개인적으로 지닌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와 선택한 소재에 따라, 모든 노력과 정확성을 기해 최고의 작품이 탄생할 수 있도록 작업이 이뤄진다. 어떤 고객들은 본인에게 아주 특별한 개인적인 의미가 있는 소재로 장인들에게 자신만의 제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원석들일 수도 있고 혹은 몽블랑 장인들도 고객과 함께 합심해 특별한 방법을 고안해 내야 하는 아주 어려운 소재인 경우도 있다. 몽블랑의 고객들은 그들만의 몽블랑 제품이 탄생하는 첫 시작인 제품 콘셉트 개발 단계에서부터 참여한다. 모든 단계마다 함께할 수 있으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고객들은 웹캠을 통해 창조 과정의 모든 절차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고객들은 이 제품이 탄생되는 마지막 단계를 직접 보기 위해 몽블랑 아뜰리에를 방문하곤 한다.

종전 출시된 제품들에 원하는 문구와 문양을 새겨 넣는 인그레이빙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들의 수는 셀 수가 없다. 2009년 바젤월드를 통해 선보인 여성을 위한 매혹적인 시계 ‘톡투미, 해리 윈스턴’은 맑고 경쾌한 느낌과 찬란하게 빛나는 눈부신 아름다움을 생동감 있게 담아냈다고 평가 받는다. 여성을 위한 시계인 만큼 옆면 페이스에, 예를 들어 ‘Marry Me’라는 문구를 새겨 청혼 반지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톡투미, 해리 윈스턴에서는 이 제품의 인그레이빙을 고객이 원하는 문구로 새겨준다. 28개의 글자로 인그레이빙이 가능한데 영어부터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중국어 등에서 선택할 수 있다. 또한 56개의 글자와 다이아몬드로 세팅이 된다.

오데마 피게에는 2100년 3월까지 4년마다 돌아오는 윤년 표기를 비롯해 날짜, 월, 문페이즈 변화를 한 치의 오차 없이 보여주는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을 탑재한 ‘쥴스 오데마 이퀘이션 이브 타임’이 있다. 그리고 이 시계의 로터 부분에는 고객이 원하는 인그레이빙이 가능하다. 심지어 한국어로도 원하는 문구를 새길 수 있다.

예거 르쿨트르의 ‘리베르소’에는 아주 특별한 인그레이빙 서비스가 있다. 간단한 문구 말고도 기념일, 명화, 가문의 문장 등 영원히 남기고 싶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180도 뒤집어지는 케이스 뒷면에 조각돼 아름답게 간직된다. 한 면은 시간을 알려주고, 다른 한 면은 개인의 추억과 멋을 위한 것이다. 예거 르쿨트르에서는 인그레이빙 서비스가 어려운 고객들을 위해 나만의 특별한 리베르소를 가상으로 제작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덕분에 주문 전 리베르소의 다양한 인그레이빙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몽블랑에서도 고객이 원하는 문구와 날짜를 시계의 백케이스에 새겨주는 등 그 밖의 많은 시계 브랜드들에서 인그레이빙 서비스를 하고 있다.

4. 예거 르쿨트르의 리베르소 인그레이빙 서비스

5. 예술의 경지에 오른 율리스 나르덴의 에나멜링, 클라시코 컬렉션

6. 보메 메르시에 리네아 컬렉션의 쉽게 교체가 가능한 브래이슬릿 시스템과 새틴 또는 카프스킨 스트랩을 장착한 모습

7. 해리 윈스턴의 인그레이빙 서비스

에나멜링부터 발광 다이아몬드까지

율리스 나르덴의 시계들 중에서도 보석 세팅과 디자인 추가 등 단 하나만의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고객을 위한 시계들이 있다. 특히 ‘클라시코’ 모델은 고객이 원하는 컬러의 다이얼, 보석으로 다이얼 베리에이션이 가능하다. 스위스의 몇 명 안 되는 에나멜링 세공사들의 손을 거친 에나멜링 다이얼로도 만들 수 있다. 율리스 나르덴은 오랜 기간 수준 높은 장식 기술과 에나멜링에 열정을 쏟아왔다. 에나멜은 각기 다른 금속 산화물에서 다른 색깔을 얻는데, 예를 들어 아연에서는 옐로와 그린 브라운을, 망간에서는 블랙과 바이올렛 등을 추출한다. 다양한 색과 톤은 소재의 비율에 따라 다르게 표현된다. 50회 이상의 예비 공정은 물론 12~24회 가마 작업이 필요하다. 마치 예술의 경지에 오른 듯 다채롭게 표현된 에나멜링 다이얼들을 본인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면 율리스 나르덴을 찾자.

예거 르쿨트르의 오더 메이드 시계 중에서는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시계가 있다. 예거 르쿨트르의 초소형 무브먼트 칼리버 101 무브먼트를 장착한 ‘101 망셰트 샤이니 나잇’은 총 4캐럿의 576개 최상급 천연 다이아몬드 및 18캐럿의 화이트 골드로 구성돼 있다. 이 시계의 가장 큰 특징은 어두운 곳에서 다이아몬드들이 빛을 발하며 비밀 메시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예거 르쿨트르에서 철저히 선별한 천연 발광 다이아몬드로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해 원하는 문구를 볼 수 있다.

원하는 스트랩으로 갈아 끼우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용자가 스스로 쉽게 교체할 수 있는 스트랩은 드물었다. 보메 메르시에는 편리하게 교체할 수 있는 스트랩 시스템으로 편하게 갈아 끼울 수 있는 ‘리네아 컬렉션’을 선보였다. 스틸 소재의 모델에는 블랙 컬러 스트랩이, 레드 골드 앤 스틸의 투톤 모델에는 브라운 컬러의 스트랩이 기본으로 추가 제공돼 있다. 리네아 컬렉션의 백 케이스에는 원하는 날짜나 문구를 인그레이빙해 간직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