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며, 구성원들과 솔직하고 투명하게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리더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며, 구성원들과 솔직하고 투명하게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동료로부터 다소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회사 프로젝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데, 차마 하지 못했다”라는 것이었다.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 이유를 묻자 “내가 뭐라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지위나 역할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였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만약 우리 회사 동료들이 문제를 제기하기 위한 ‘조건’이 있다고 느낀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군 복무 시절에 들었던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너무 잘해도, 너무 못해도 군 생활이 피곤하니 눈에 띄지 않게 적당히 있으라는 의미다. 이 말은 안타깝게도 회사 생활에서 ‘꼭 해야 할 말과 행동이 아니라면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말라’는 의미로 종종 통용되는 것 같다. 인간관계가 나빠질까 봐, 내 의견에 자신이 없어서, 나의 안위를 보호하기 위해서 등 여러 이유로, 이견이 있어도 섣불리 입을 떼지 못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묵묵히 따르는 것이 미덕인 시대도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기업이 직면한 환경은 점점 복잡해지고 변수가 많아졌다. 침묵이 만연한 조직은 이 같은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다. 회사에는 항상 많은 문제가 있다. 사업 성과든 기업 문화든 조직 구조든 업무 프로세스든 항상 문제가 상존한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문제 유무가 아니라, 그 문제를 해결해서 현재 상황이 나아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 출발점은 문제 제기여야 한다. 그래서 ‘침묵의 조직’에서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기 어렵다. 생각해 보면, 화두를 던져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으로 바꾸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구성원들의 목소리는 기업 변화의 추진력이 될 수 있다. 즉, 문제 제기의 힘이 조직의 변화와 사업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문제를 제기하기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만연한 조직이 더 많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근본적으로 조직 내 신뢰가 무너져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필자의 회사 역시 시기별로 또는 조직별로 구성원들의 조직에 대한 신뢰 수준에 따라 문제 제기 발언의 빈도와 깊이가 달랐다.

이러한 조직 내 신뢰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리더의 태도다. 리더가 구성원들이 얘기하는 문제 제기의 말을 경청하며 수용하는 자세를 계속해서 보여주지 않으면 그 누구도 먼저 문제를 제기하지 않게 될 것이다. 즉, 상사가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 경험이 반복되면 구성원들은 침묵하게 되는 것이다.

리더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며, 구성원들과 솔직하고 투명하게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자신의 약한 모습과 실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른 구성원들도 본인의 어려운 점과 실수를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과거에 있었던 의사 결정의 실수와 오판에 대해서 회사 구성원들에게 솔직히 고백하고 사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7월 3일 명함 애플리케이션 ‘리멤버’를 운영하는 드라마앤컴퍼니의 창립 7주년 기념 ‘CEO톡’ 행사에 참석한 직원들이 손뼉을 치고 있다. 사진 드라마앤컴퍼니
7월 3일 명함 애플리케이션 ‘리멤버’를 운영하는 드라마앤컴퍼니의 창립 7주년 기념 ‘CEO톡’ 행사에 참석한 직원들이 손뼉을 치고 있다. 사진 드라마앤컴퍼니

문제 제기를 위한 ‘멍석’

누군가가 불편할 수 있는 문제를 제기했을 때 불이익을 받지 않고, 오히려 그러한 행동을 장려하는 조직 문화 역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기존의 업무 관행과 프로세스를 개선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냈다면, 기존의 프로세스를 설계한 사람은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조직 내에서 감사한 행위로 인식해야 한다.

필자가 과거 회사와 나에 대한 진솔한 피드백을 해달라고 전사 임직원에게 공식적으로 요청한 적이 몇 번 있었다. 그 당시 30명이었던 구성원들이 보내온 내용을 모두 합하니 A4용지 30장의 분량이었다. 그 내용을 잘 소화하고 일일이 답장을 보내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또한 그 내용을 회사 운영에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그 후 1년 뒤 또다시 비슷한 피드백을 임직원에게 요청했을 때, 한 사람당 보내온 피드백의 양이 훨씬 더 많았다. 그 전 해의 경험을 통해 불편한 피드백을 전달한 동료들이 불이익을 받기보다 회사에 더 많은 애정이 있는 동료로 인식됐고, 또한 피드백이 조직 운영에 반영되니 신뢰와 안정감을 가지고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당시에 팀 구성의 핵심 철학으로 ‘회사 내 문제에 대해서 침묵하고 방관하지 않는 적극적인 동료가 좋은 동료다’라는 것을 명시하고 지속해서 강조했다.

특별한 소통의 장을 만드는 것도 문제 제기의 허들을 낮추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우리 회사의 경우에는 프로젝트나 팀별로 ‘회고’ 문화가 있고, 또 매달 진행하는 ‘타운홀 미팅’, 인사팀과 함께 진행하는 ‘피플톡’ 등 제도를 통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다양한 창구를 열어뒀다.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적정 주기별로 회고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현재의 문제점에 대한 생각을 서로 나누고 개선 방향을 함께 모색한다. 타운홀 미팅에서는 익명으로 질문을 받아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답변하면서 소통한다. 회사의 향후 사업 방향성에 대해 질문하거나 최근 회사의 의사 결정 중에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 회사 운영 방식에 대한 아쉬운 점 등에 대해 가감 없이 토로하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평소 언제 어디서든지 편하게 소통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지만, 때로는 멍석을 적재적소에 잘 깔아두면 문제 제기의 허들을 좀 더 낮출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직원 피드백은 회사 성장의 자양분

과거를 돌이켜보면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던 변곡점에서 언제나 회사 구성원들의 가감 없는 피드백과 문제 제기의 목소리가 있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가는 것이 아니라, 고객 만족에 실패하는 무능한 조직이 된다. 결론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조직이 아닌, 고객 만족에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필자의 회사가 지닌 문제를 더 잘 해결하기 위해 곧 다가올 타운홀 미팅에서 동료들이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가감 없이 꺼낼 수 있도록 잘 준비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금 하게 된다. 사업과 조직 운영의 돌파구는 결국 회사에 큰 애정을 가진 동료들의 진정성 있는 문제 제기에서부터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