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모델 Y SUV모델. 사진 연합뉴스
테슬라의 모델 Y SUV모델. 사진 연합뉴스

모빌리티(mobility)는 가장 주목받는 차세대 사업이자, 자동차 생태계 전체를 바꿔 놓을 혁명이다. 100여 년간 지속해 온 내연기관의 종식을 알리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용어다. 자동차가 운송 수단인 비히클(vehicle)에 초점을 맞춘 개념이라면, 모빌리티는 이동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총칭한다. 굳이 자동차란 표현과 구분 지어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순히 하드웨어(HW)가 아니라 내비게이션·음악·영상 서비스를 재현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모빌리티 중에서 가장 상징적인 단어를 고른다면, 그건 바로 자율주행(Autonomous Driving)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인간이 차량을 모두 제어하는 레벨 0부터 인간의 개입 없이 인공지능(AI)이 100% 운전하는 레벨 5까지 6단계로 구분된다.

아직 완전자율주행인 레벨 5 수준에 도달한 사업자는 없다. 정부는 레벨 4를 목표로 내세워 향후 7년간 1조974억원을 투입, 기술 확보에 나서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레벨 4가 되면, 고속도로뿐 아니라 일반도로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전기차 중에 자율주행차가 있을 수 있고, 내연기관 차 중에서도 자율주행차가 있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전기차 선두 주자 테슬라가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할 수도 있고, 현대차 제네시스 역시 자율주행 기능을 선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포지셔닝을 전기차로 하는지, 자율주행차로 하는지에 따른 반응은 다르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자회사 웨이모나 테슬라 모두 자동차를 생산한다. 아직 자율주행 기술과 운영 수준에서 보면 테슬라가 웨이모를 따라가지 못한다. 하지만 테슬라처럼 전기차를 앞세우면서도 자율주행 기술을 제공하는 사업자는 양산차 시장을 주도하지만, 웨이모처럼 자율주행차를 포지셔닝하는 사업자는 3조원의 벤처캐피털(VC) 투자만 받았다.

웨이모는 자율주행차 기술력 측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다. 공공 도로에서 자율주행 거리 1600만㎞를 달성하기까지 약 10년이 걸렸다. 지구를 약 800바퀴 돌며 1년 만에 주행 거리를 두 배로 늘리면서 테스트를 진행했고, 이제는 공공 도로에서 3200만㎞ 이상의 자율주행 테스트를 거쳤다. 웨이모가 자율주행 기술 레벨 3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양산차 업계의 자율주행 수준은 레벨 3 정도다.

자율주행 기술은 상용화 직전 단계까지 발전했다고 평가받지만, 여전히 각국 규제 환경이 여의치 않아서 상용화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 웨이모의 발목을 잡았다. 대부분의 국가는 레벨 2에 대한 규제까지만 마련돼 있다. 제조 업체 입장에서는 기술력이 레벨 3 수준에 도달해도 이를 공표하지 못하고 있다. 테슬라는 공식적으로 반자율주행차 정도의 레벨 2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결국 자율주행은 규제 환경이 여전히 초기 단계라 규정이 마련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눈에 보이는 양산차 대부분이 부분적으로 자율주행 기능을 선보이는 상황인데,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어차피 이 이상 상용화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규제 환경이 기술 발전 속도를 못 따라가는 것이 시장을 전기차로 포지셔닝한 사업자와 자율주행차로 포지셔닝한 사업자의 명암을 갈랐다. 자율주행차는 앞서 언급한 대로 다양한 규제 영역에 속한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낼 경우 그 사고의 책임을 자율주행차를 생산한 사업자가 질 것인지, 아니면 자율주행차에 있었던 운전자(혹은 탑승자)가 질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웨이모는 자율주행 기술력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 만큼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테슬라는 전기자동차를 내세우면서 자율주행 시스템인 오토파일럿 테스트 기능을 제공할 뿐이다. 자율주행 기능은 전기차의 보조적인 서비스일 뿐이다. 보조 기능이기에 사고가 나더라도 테슬라가 아니라 운전자가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배터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폭발 등 새로운 규제가 적용되기는 하지만, 양산차 범주에 있는 규제만이 적용될 뿐이다.


혁신 상품, 대중화 단계로 접어들기 위한 포지셔닝 필요

혁신은 자본을 필요로 한다. 혁신이 반영된 상품은 혁명적이기에 너무 비싸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 하더라도 대중화 단계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현재 이용 가능한 서비스 수준으로 가격을 낮춰야 하고, 이것이 제품 개발 속도와 함께 상용화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이 대목에서 웨이모와 테슬라는 서로의 포지셔닝이 달랐다.

테슬라는 고품격 전기 스포츠카라는 아주 작은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환경 기업과 혁신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덧붙였다. 초기 모델인 로드스터는 환경에 관심 있는 이들의 자발적인 관심을 이끌어냈다. 양산차 시장에서는 직접적인 광고 한 번 안 했지만, 구글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페이지나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가 자발적으로 차주 모임인 테슬라모터스클럽 회원이 됐다. 자본을 가진 이들이 테슬라의 가치에 주목했고, 핵심 고객층의 관심이 대중화하는 단계로 진화했다. 테슬라는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가격을 낮추기 위해 특이하게도 전기차용 대형 전지가 아닌 노트북 등에 많이 쓰이는 18650형 리튬이온 배터리 6800개 이상을 묶어서 사용했다. 테슬라의 첫 작품이었던 로드스터의 가격이 2억원대였지만 이후 나온 모델 S는 1억원대 초반이었다. 모델 3의 경우는 6000만원대로 가격이 낮아졌다. 일반인도 구매해 볼 만한 양산차 가격 수준이 된 것이다. 이때도 테슬라는 직접적인 광고를 하지 않았다. 테슬라는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없을 뿐만 아니라 광고 없이 직영 판매만으로도 매년 2만 대 이상 팔 수 있다는 사실을 또 하나의 홍보 포인트로 삼았다.

테슬라는 동시에 자율주행차에 대한 야망을 버리지 않았다. 오늘도 테슬라는 소비자의 손으로 공공 도로에서 자율주행의 역사를 만들고 있다. 자동차 디지털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테슬라다. 자율주행차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고급 전기차란 포지션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2020년 7월 2일에는 도요타를 제치고 시가 총액 1위 자동차 사업자가 됐다. 무려 251조원다. 웨이모는 외부에서 약 3조원의 투자를 받았을 뿐이다. 디지털 시장에서 주목받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포지셔닝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