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계절은 언제나 한 달 앞선다. 특히 패션 센스가 남다른 남자 사이 여름에 미리 가을·겨울 트렌드를 알아두는 것은 필수 항목이 됐다. 무더웠던 여름을 등지고 쌀쌀한 바람이 불어올 9월이 되면 남자들의 옷장도 순서가 바뀐다. 때문에 8월 가을·겨울 트렌드를 알아보는 것은 기본 에티켓이다. 남자들의 사랑을 받는 잇(It) 수트 브랜드 다섯 군데의 AW(Autumn·Winter) 트렌드를 살펴봤다.

ONE 구찌 ‘자연스러운 믹스매치’

그는 이브닝 재킷 포켓에 넣어둔 비밀스러운 기억과도 같은, 그의 글에서 배어 나온 블루와 레드 컬러 잉크로 흠뻑 젖은 그 장미의 이름을 찾고 있다. - 프랑스의 시인 C.보들레르의 시 <악의 꽃>

이탈리아 피렌체의 수트 브랜드 구찌(GUCCI)의 패션은 ‘자연스러운 믹스매치’가 강점이다. 2012년 가을과 겨울의 믹스매치는 19세기 풍에서 키워드를 따왔다. 악의 꽃(레 플뢰르 듀 구찌, Les Fleurs du mal), 시의 의미를 그대로 표현해 담아낸 프린트와 매우 복잡한 문양을 지칭하는 자카드 효과가 독특한 느낌을 준다. 동시에 1970년대 유럽 최고의 미남으로 불렸던 오스트리아 출신 배우인 헬무트 버거와 같은 반항아들을 위한 이지적인 고급스러움도 함께 담아냈다. 마치 꽃봉오리와 같이 여러 겹으로 레이어드했으며, 동시에 살짝 큰 옷을 입은 듯 오버사이즈 라인을 보여주는 코트, 프린트가 돋보이는 더블브레스트 블레이저, 박시(boxy)한 라인의 재킷까지. 구찌의 2012년 가을·겨울의 룩은 조금 특별하다. 퇴폐적인 느낌의 레드 컬러와 어두운 톤의 그린까지 화가의 붓이 캔버스가 아닌 천 위로 그어진 듯 드라마틱하고 강렬한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다.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프리다 지아니니는 말한다. “자연스럽게 믹스매치를 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내지만, 내면은 고통받고 있는 시인의 모습을 그려낸 컬렉션”이라고. 그래서 인지 런웨이에서 구찌의 모델들은 영화 <토탈 이클립스>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사람의 마음을 끄는 꿈꾸는 듯한 눈빛이다.

복잡한 문양과 프린트, 자연스러운 믹스매치가 강점인 구찌의 2012년 가을·겨울 컬렉션
브리오니 맨의 일상을 표현하기 위해 꾸며진 4가지 독립공간에서의 장면으로, 실제 브리오니의 최연소 마스터 테일러가 등장해 놀라운 테일러링 실력과 재단 테크닉을 시연했다.

TWO 브리오니 ‘고급스러운 브리오니맨의 일상 향유’

여유롭고 고급스러운 일상을 향유하며 진실하고 지적인 성격의 브리오니 맨을 위한 2012년 가을·겨울 컬렉션

브리오니의 2012년 컬렉션들은 지난 1월 이미 그 윤곽을 드러냈다. 이탈리아의 밀라노 패션위크 기간, 브리오니의 2012년 가을·겨울 컬렉션이 개최된 것. 패션모델들은 물론 예술과 패션, 사진, 글로벌 비즈니스 등 각각의 분야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젊고 능력 있는 멋진 남자들이 실제로 등장해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2012년 봄·여름 캠페인에서도 노르웨이 오슬로의 특수경찰국장인 베가드 빅과 유명 포토그래퍼 부 조지가 함께 브리오니의 트렌드를 광고로 보여주기도 했다.

2012년 가을·겨울 브리오니는 ‘브리오니 맨의 일상’을 주제로 한 다양한 패션을 선보였다. 결과적으로 강하고 자신감 넘치며, 자신만의 개성이 뚜렷하고 동시에 현대적인 스타일을 갖춘 브리오니 맨을 잘 표현해냈다. 여유롭고 고급스러운 일상을 향유하며 진실하고 지적인 성격의 남자가 바로 브리오니 맨이다. 매 시즌 새롭게 바뀌는 패션 트렌드에 발맞춰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데 거리낌 없어하는 남자들을 위해 태어났다.

도시의 탐험가들을 겨냥해 무드와 컬러, 텍스처는 모두 북극과 같은 한대지방으로의 여행을 표현해냈다.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어두운 톤을 바탕으로 북극의 그레이, 툰드라 브라운, 스카이 블루, 깊은 바다를 상징하는 블루 등 차가운 느낌의 컬러가 더해졌다.

Z 제냐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폴 서리지의 작업을 통해 탄생한 생동감 넘치는 2012년 가을·겨울 컬렉션

THREE 에르메네질도 제냐 Z 제냐 ‘매력적인 실루엣 탄생’

2012년 가을·겨울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Z 제냐 스타일은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폴 서리지와 함께 새롭게 정의를 내렸다. 폴 서리지는 용기와 소신, 결단력 있는 남자들을 위해 그들의 현재를 컬렉션에 담아냈다. 제냐의 역사와 테일러링 전통을 그대로 이어가면서도 동시에 정확하고 실용적인 기술력을 표현해냈다고 평가받는다.

컬러는 심플하다. 네이비블루, 차콜 그레이, 카키, 버건디 등의 깊은 느낌을 주는 컬러들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일렉트릭 블루, 사파이어, 레드-오렌지, 에메랄드 등 명쾌한 컬러들이 컬렉션 전반에 생동감을 더한다.

이번 시즌의 가장 돋보이는 점은 지금과는 또 다른 매력적인 남성의 실루엣이 탄생했다는 점에 있다. 클래식한 울 패브릭과 꼭 맞는 어깨, 유려한 실루엣의 테일러링이 돋보이는 재킷과 슬림 팬츠가 함께 매치된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독특한 요소들이 재미를 더했다. 코트와 팬츠 여밈, 액세서리 지퍼 등을 구리로 도금해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한다.

모험정신이 가득 담긴 발리의 가죽 컬렉션

FOUR 보스 블랙 ‘예술가의 우아함을 가득 담다’

2012년 가을·겨울 보스 블랙의 컬렉션은 비즈니스와 여가, 격식적인 행사들 모두에서 ‘모던 클래식’의 우아함을 보여줄 수 있도록 다양하게 구성됐다. 1950년대 뉴욕과 리차드 세라, 알렉산더 캘더, 찰스 쉴러와 같은 예술가들에게서 영감을 받은 이번 컬렉션 룩은 세심한 마무리와 유선형 구조의 컷 아웃으로 남성적인 분위기를 한껏 담고 있다. 클래식한 재단과 정교한 직물이 강조된 슬림 컷 투 버튼 수트가 이번 보스 블랙 컬렉션의 가장 중요한 점이다.

특히 라이트 블루 컬러의 버진 울로 제작된 몸에 착 감기는 듯 편안한 라인의 짧은 투 버튼 블레이저가 눈길을 끈다. 이는 더블 브레스트 수트와 같이 우아한 클래식 수트와 대조미를 이룬다. 컬러는 절제미를 갖췄다. 그레이에서 브라운으로, 또 클래식한 느낌이 강한 블랙으로 이어진다. 포인트가 되는 컬러는 머스터드 옐로와 강렬한 다크 레드 컬러다.

1950년대 예술가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보스 블랙의 2012년 가을·겨울 컬렉션

FIVE 발리 ‘모험정신과 낭만 가득한 가죽 컬렉션’

스위스에서 1851년부터 이어져 온 럭셔리 가죽 브랜드 발리의 2012년 가을·겨울 룩의 테마는 ‘어번 트래블러(Urban Traveler)’다. 장인의 기술력과 퀄리티 높은 다양한 가죽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살아 숨 쉬는 아웃도어 감각으로 충만한 기능적인 디테일과 트렌디함이 결합됐다. 특히 이번 컬렉션들은 상류 사회의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해 모험정신과 낭만이 담긴 럭셔리 트렌드를 표현해냈다고 평가받고 있다. 발리 특유의 고급스러운 모던함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보다 밝아진 느낌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