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리더일수록 ‘나는 다 안다’ ‘나는 결코 틀리지 않는다’며 신(God)을 자처하기보다 ‘모른다’고 말한다.
성숙한 리더일수록 ‘나는 다 안다’ ‘나는 결코 틀리지 않는다’며 신(God)을 자처하기보다 ‘모른다’고 말한다.

예전에 ‘공항 대기실에서 생긴 과자 습격사건’이라는 재미있는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한 중년 여인이 공항 대기실에 앉아 잡지를 보며 과자를 먹고 있다. 과자를 먹는데 옆에 앉은 신사가 천연덕스럽게 여인의 과자를 먹는다. 한마디 양해의 말도 없이. 여인은 한 소리 해줄까 하다 꾹 참는다. 신사는 마지막 남은 과자 반쪽을 부러뜨려 먹는다. 더구나 미안해 하기는커녕 씽긋 웃으며 일어선다. 여인은 화가 나는 마음을 억지로 참는다. 반전은 그다음이다. 비행기 탑승 후 안경을 닦기 위해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려는데, 자신의 과자 봉지가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신사가 여인의 과자를 먹은 것이 아니라, 여인이 그의 과자를 먹은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일은 우리 일상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자신은 틀림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내 잘못, 편견, 선입관인 경우가 많다.


직원 무시하면 자기 돌부리에 넘어져

‘너 자신을 알라.’ 고대부터 반복된 말이지만 여전히 유효한 것은 왜이겠는가. 그만큼 실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뒤집어 말하면 나 자신을 아는 사람이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세상에서 자신을 만나는 게 제일 어렵다는 말을 하겠는가. 삶의 역설은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이 더 지혜롭다는 사실이다. 성숙한 리더일수록 ‘나는 다 안다’ ‘나는 결코 틀리지 않는다’며 신(God)을 자처하기보다 ‘모른다’고 말한다. 내 지식의 한계, 편견을 간과하지 않고 의심해서 봐야 실상을 간파할 수 있다. 망치를 쥔 사람은 모든 것을 두드려야 할 못으로 본다. 자신에게 익숙한 가치관이나 도구의 관점에서 문제를 보는 것을 탈피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미국의 대문호 마크 트웨인은 “인간이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자기중심의 착각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공자 역시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지혜”라고 설파한다.

이는 리더십에도 통한다. 자신이 무엇을 아는지 모르는지,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궁극의 리더십이다. ‘나도 틀릴 수 있다’ ‘모를 수 있다’라는 무지, 실패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으면 자신만의 지식과 경험에 빠지게 된다. 많은 정보 중에서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선택적으로 취하면서 선입관을 강화한다. 자신의 가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만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반대되는 근거는 무시한다. 남의 돌부리보다 자신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경우가 많다.

당신은 직원 덕에 먹고 산다고 생각하는가, 직원들이 당신 덕에 먹고 산다고 생각하는가. “내가 해봤는데…”라는 말을 습관처럼 하며 나만이 맞고, 최고라는 망상에 갇히지 않는가. 늘 당신이 일당백으로 일한다고 생각하면서 직원들이 당신 한명만 못하다고 생각해 무시하거나 못마땅해 하진 않나. 그렇다면 당신은 확증편향(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에 빠진 리더일 확률이 높다. 셸 실버스타인의 동화 ‘잃어버린 조각’을 보면 완벽함의 불편함을 볼 수 있다. 한 치의 빈틈없이 완벽한 원은 떼구루루 굴러만 가느라 사이사이 어울릴 겨를도, 주위를 관찰할 시간도 없다. 한 조각이 비어야, 아니 일부러라도 비워놓아야 잃어버린 조각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고 둘러볼 수 있다.

“당신이 나라면, 내가 당신이라면…이런 것 좀 가르쳐주시겠습니까.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합니까”가 이들의 관용어구다. 상대의 말을 들을 준비를 갖춰야 한다. 혼자만 떠들지 말라. 대화를 먼저 유도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귀담아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나만 잘났다고 생각하는 리더가 아닌, 남이 잘하는 것을 알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리더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명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내 주장에 반대되는 논리 환영해야

첫째, ‘나는 모른다’는 말을 기꺼이 하라. 취약점을 드러내라. 신뢰도 높은 리더는 직원들에게 일을 시키기만 하는 게 아니라 도움도 청한다.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옳다고 자신하지 않는다. 무지를 널리 알리라. 도움을 청한다는 것이야말로 실력과 인품을 갖춘 리더라는 것의 방증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 전체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전제 조건부터 다시 질문해보라. 전문가는 다 아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이다. 글로벌 화학 기업 듀폰은 주요 고객의 피드백을 받을 때 생산, 영업, 마케팅 부서 직원들이 같이 만나서 인터뷰를 한다. 고객의 소리 중에서 듣고 싶은 것만 골라 듣게 되는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다. 나는 보통 사람과 다르다고 생각하지 말라. 오류를 막기 위한 장치를 의도적으로 고안하고 실행하라. 나의 생각은 물론 기존 주장의 전제 조건도 재검토해보라. 우리가 만일 다른 결정을 선택한다면 어떻게 전개될까 등 ‘만약에’라는 생각을 해보라.

셋째, 나의 주장에 반대되는 논거와 증거를 환영하라. 우리는 어떤 행동 방침이 옳다고 생각하면 모든 정보가 그것을 뒷받침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시간과 열정, 비용이 투입되고 나면 돌아서기 힘들다. 전진만 하지, 후진하길 싫어한다. 나의 생각에 배치되는 정보가 나오더라도 일부러 무시하고 배제한다. 진화론자 찰스 다윈은 젊은 시절부터 확증편향에 맞서 싸우는 것을 습관화하고자 했다. 관찰 결과가 자신의 이론과 어긋날 때면 언제나 그 점을 가장 진지하게 고민하고 수첩에 그 결과를 기록했다.

자신의 이론이 옳다고 확신할수록 그와 모순되는 것을 더욱 더 찾아 나섰다. 어떤 개념이나 아이디어, 이론도 신성불가침의 것은 없다고 생각하라.


▒ 김성회
연세대 국문학과 석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경영학 박사, 주요 저서‘성공하는 ceo의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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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증편향(confirmatory bias)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을 말한다. 확증편향은 현실 세계의 정보와 증거가 복잡하고 불분명한 가운데, 새로운 문제를 사실을 토대로 이해하기보다는 과거의 문제와 유사한 쪽으로 이해하려고 할 때에 주로 나타난다. 확증편향과 관련,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은 “사람들이 가장 잘하는 것은 기존의 견해들이 온전하게 유지되도록 새로운 정보를 걸러내는 일이다”고 했다. 심리학자 레이먼드 니커슨은 “확증편향은 상당히 강력하고 침투력이 좋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편향이 개인, 집단 또는 국가 차원에서 발생하는 온갖 마찰과 논쟁, 오해의 중요한 부분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간과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