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머독 21세기 폭스 회장. / 블룸버그

세계적인 미디어 제국 ‘뉴스 코퍼레이션(News Corporation)’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글로벌 미디어 제국’의 ‘차기 황제’는 누가 될까?

21세기폭스와 월트 디즈니의 520억달러짜리 인수·합병의 적절성에 대한 미국 정부의 심사가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뉴스 코퍼레이션’의 미래 전략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관심은 여든을 훌쩍 넘긴 루퍼트 머독(87) 회장의 후계 구도에 모아진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제임스 머독(46) 21세기폭스 최고경영자(CEO)·스카이 TV 회장이 부친과의 두 번째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 가디언도 “제임스 머독 회장이 독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뉴스 코퍼레이션은 미국 2위의 지상파 네트워크 방송사 ‘폭스TV’, 아시아의 ‘스타TV’, 유럽 위성 방송 ‘스카이’, 영국의 권위지 ‘더 타임스’, 세계 최대의 유료 신문인 ‘월스트리트 저널’ 등을 거느린 세계 4위(2014년 매출 기준)의 미디어 기업이다.

루퍼트 머독 회장의 둘째 아들인 제임스 머독 회장은 뉴스 코퍼레이션의 주력 사업을 맡아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가장 유력한 ‘차기 황제’다.

제임스 머독 회장이 처음부터 유력 후계자였던 것은 아니다. 그는 하버드대 학부생일 때 친구 두 명과 스타트업 힙합 레이블 레코드사인 ‘로쿠스 레코드(Rawkus Records)’를 설립했다. 미국 뉴욕의 싸구려 음식점과 포르노 가게 사이에 위치한 허름한 사무실을 얻어 부친 그늘에서 벗어나 ‘맨손’으로 자수성가하겠다는 열정을 불태웠다. 자기 손으로 만든 회사를 키우겠다며 학업도 중단했다. 하지만 부친이 1998년 자신이 만든 회사를 인수하자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제임스 머독 회장은 2000년 아시아 위성방송인 스타TV 경영(2000~2003년)을 맡았다. 그가 28세 때였다. 31세 때 영국을 거점으로 한 유럽 위성방송 네트워크 ‘스카이 브로드캐스팅 그룹(B스카이B)’의 최고경영자(2003~2007년)가 됐다.

아버지에 대한 반항기 가득했던 아들은 ‘부친의 품’에 들어간 뒤 뛰어난 경영 능력을 발휘했다.

중국에 편중된 스타TV 구조조정에 착수, 인도의 비중을 늘리는 대신 중국 비중을 줄여 시청자 증가와 수익성을 높였다. ‘B스카이B’ 경영자로 ‘온디맨드(on-demand) 방식’과 디지털 녹화 기능을 도입했다.

시청자가 획기적으로 늘었고 회사 순이익도 순식간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유럽과 아시아 사업 구조조정을 지휘하면서 더 타임스 유료화, 동유럽 무료 방송 사업 철수도 주도했다.

제임스 머독 회장이 순탄한 성공 가도를 달린 것만은 아니다.

2011년 뉴스 코퍼레이션 산하 영국의 주간지 ‘뉴스 오브 더 월드’의 도청 스캔들이 터지자 경영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더 타임스 발행인을 포함 뉴스 인터내셔널(NI·News International) 회장직을 사퇴했고 B스카이B 회장 자리도 내놔야 했다.

그가 기자들의 조직적인 도청에 직접 개입한 혐의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경영진들이 오랫동안 전화와 이메일 도청 등 불법적인 취재 관행에 대한 적절하고도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영국 정부의 판단이 발목을 잡았다.


‘도청 스캔들’로 타격

‘판매 부수를 늘리기 위해 불법 취재를 묵인했다’는 오명을 쓴 제임스 머독 회장은 본거지를 미국으로 옮겼다. 그가 새로 맡은 자리는 ‘21세기 폭스’ CEO였다. 2년 뒤에는 뉴스 코퍼레이션 이사회 멤버가 되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스카이 방송을 완전 인수하려는 그의 시도는 ‘영국이 머독이 건설한 미디어 제국의 식민지가 될 우려가 있다’는 비판 여론에 밀려 좌초됐다.

파이낸셜 타임스 등 외신들은 “제임스 머독 회장이 부친과의 우호적인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부친의 사업 재편 과정에서 막내아들의 자리가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정치 이념을 둘러싼 부자간 갈등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보수 성향인 루퍼트 머독 회장과 자유주의자인 제임스 머독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보도 방향과 논조를 놓고 마찰을 빚었다는 지인들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

제임스 머독 회장이 사석에서 “미국에서는 나를 진보 성향의 환경주의자로 보는데 영국에선 극우 성향의 여론 조작자로 통한다”며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놨다는 얘기도 나온다.

제임스 회장은 2017년 전기 자동차 회사인 테슬라 이사회 멤버가 됐고, 최근 캐나다 오지에 태양광 발전과 식수 등 ‘완전한 자급 자족 시설을 갖춘 집’을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임스 머독 회장은 1972년 영국 윔블던에서 루퍼트 머독과 스코틀랜드 출신 기자였던 안나 마리아 만 사이에서 태어났다. 1991년 뉴욕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 입학해 역사와 영화를 공부했다. 1995년 힙합 레코드 회사를 설립했고, 대학을 자퇴했다.

2000년 캐서린 머독과 결혼, 세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가라테 검은 띠 보유자이며 사이클이 취미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세운 기부 재단의 주요 기부자로 알려져 있다.


Plus Point

후계자로 급부상한 장남 라클란

루퍼트 머독(왼쪽)과 그의 후계자로 떠오른 라클란 머독 회장. / 블룸버그

1972년 부친에게 물려받은 호주 작은 신문사의 경영자로 시작, ‘미디어 왕국’을 건설한 루퍼트 머독 회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자녀들 중 한 명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누구에게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루퍼트 머독 회장은 여섯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첫 결혼에서 프루던스 머독(60), 두 번째 결혼에서 엘리자베스(50), 라클란(47), 제임스 머독을 얻었다. 세 번째 부인인 중국계 미국인 웬디 덩(2013년 이혼)과의 사이에선 두 딸을 두었다. 2016년 제리 홀과 네 번째로 결혼했다.

루퍼트 머독 회장 후계자로는 장남인 라클란 머독 뉴스 코퍼레이션,  21세기폭스 공동 회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당초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되며 뉴스 코퍼레이션 텔레비젼 사업 분야를 맡았던 그는 2005년 전격적으로 회사를 떠났다. 최근 사망한 로저 에일스 전 폭스TV 회장의 노골적인 견제와 알력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에서 라디오 회사인 노바 엔터테인먼트를 경영하던 라클란 회장은 2014년 21세기폭스와 뉴스 코퍼레이션 공동 회장에 전격 복귀했다.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월트 디즈니에 매각키로 한 뉴스 코퍼레이션이 향후 뉴스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더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경영에 관여하는 그가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제임스는 루퍼트 머독 회장의 자녀 가운데 가장 명석하지만 라클란은 ‘가장 사랑받는 아들’”이라고 루퍼트 머독 회장의 지인들이 전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