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은 일상에 활력을 주고 재미를 주지만, 지나치게 빠져드는 ‘병적인 덕질’은 경계해야 한다.
‘덕질’은 일상에 활력을 주고 재미를 주지만, 지나치게 빠져드는 ‘병적인 덕질’은 경계해야 한다.

지난 일요일에도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 재방송을 보고 있자니, 대학생 딸이 한마디 한다. “아빠, 지금 미스터트롯 덕질하는 거 같은데?” 덕질? 들어 본 단어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해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찾아보는 행위다. 돌이켜보니 인터넷에서 ‘미스터트롯 TOP7’이란 단어만 나오면 검색해 보고 유튜브에서도 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있다. 내가 생각해도 덕질을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살면서 어떤 연예인에 대해서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내가 좀 이상하긴 하다. 그런데 나만 미스터트롯 덕질을 하는 것이 아닌가 보다. 기사를 보니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의 미스터트롯 출연자들에 대한 덕질이 유행이라고 한다. 특히 미스터트롯에서 진을 차지한 임영웅의 인기가 대단하다. 할머니가 손녀에게 ‘유튜브 보는 법을 알려달라’고 하더니 임영웅 영상을 매일 찾아본다고 한다.

덕질은 일본어 ‘오타쿠(お宅)’에서 유래된 신조어다. 오타쿠는 본래 일본어에서 상대방을 높여 부르는 호칭인 ‘댁’이란 뜻이다. 그러다 1970년대 일본에서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동호회에 모여 서로를 ‘댁(오타쿠)’이라 부르며 ‘한 분야(특히 서브컬처나 대중문화)에 깊게 심취한 사람’이라는 현재의 의미가 만들어졌다. 오타쿠가 국내로 들어오면서 ‘오덕후’로 변했고 줄여서 ‘덕후’로 불리게 되었다. 덕후가 하는 행동을 덕질이라고 한다.

임영웅 덕질에 빠진 어르신들은 인생에 살맛이 생겼다고 좋아한다. 아침에 내 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가수의 동정을 찾아보고 즐긴다. 덕질이 일상에 활력을 주고 재미를 주고 살아갈 낙을 준다.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고 재미를 느낀다면 살 만한 인생이 된다.

하지만 지나치게 빠져드는 ‘병적인 덕질’은 경계해야 한다. 건강한 덕질과 병적인 덕질의 기준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소통이고 둘째는 덕질하는 대상에게 득이 되는지 여부다. 현실 세계에 적응을 못 하고 도피처로 덕질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은둔형 외톨이 같은 방구석 폐인이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주변 사람들과 즐겁게 나누어야 한다. 물론 돈과 시간의 낭비로 현실 세계에서 문제를 일으켜서도 안 된다.

덕질은 현실과의 소통을 막는 게 아니라 소통의 창구가 되어야 한다. 또 관심의 대상에게 해가 되면 안 된다. 관심이 집착이 되고 나의 즐거움이 상대의 고통이 되는 경우가 있다. 연예인의 사생활까지 쫓아다니는 사생팬이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집착하는 스토커가 병적인 덕질의 모습이다.   

좋아하는 대상을 빛나게 해주고 이웃과 소통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덕질이다. 건강한 덕질은 인생을 살맛 나게 해주고 마음을 건강하게 해준다. 젊은 신인 트롯맨들이 많은 사람에게 삶의 활력을 주고 정신까지 건강하게 해주고 있다. 대단한 일이다. 당분간 그들에 대한 나의 덕질은 계속될 것 같다.


▒ 윤우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밝은마음병원 원장, ‘엄마 심리 수업’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