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그의 부친인 정몽구 회장을 이어 현대차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현대차

최근 들어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영승계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경영권을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장손이다. 어려서부터 할아버지와 아침 식사를 하며 인성과 기본예절을 배웠던 ‘준비된 후계자’다. 필자 주변에는 현대차그룹 출신 지인들이 다수 있다. 정 부회장에 대해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겸손하고 예의 바르다’고 한다. 그룹 오너 후계자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얘기는 빈말이 아니다.

정의선 부회장은 비교적 젊은 시절부터 탈모가 진행됐다. 그런데 탈모 덕분에 필자는 그의 정수리 가운데 솟아오른 도덕골(정수리 부분)을 볼 수 있었다. 겸손과 예의범절 등 정 부회장의 바른 성품은 이 도덕골에서 나온 것이다.


신중하고 멀리 내다보는 눈

정 부회장은 1999년 현대차에 입사, 자동차의 기본인 부품 구매 분야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정 부회장이 가장 존경하는 두 어른, 조부 정주영 회장이 부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적용했던 경영수업 코스를 그대로 밟았다. 편편한 이마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체득해나가는 현대가의 현장 경영 철학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의 기업 DNA는 창업자 정주영 회장과 이병철 회장의 인상 차이에서 확연히 구별된다. 얼굴선과 피부가 고운 이병철 회장의 삼성은 작고 섬세한 산업이 어울린다. 한편 뼈가 굵고 피부가 까무잡잡한 정주영 회장의 현대는 굵고 거친 산업이 어울린다. 정의선 부회장 경우도 피부가 까무잡잡해 자동차가 본인에게 어울리는 사업 아이템이다. 경영을 전공했지만 공업 관련 일이 인상과 잘 부합된다.

정 부회장의 덕장(德將) 기질은 눈두덩에서 더 보강된다. 눈두덩이 넓어 배려심이 많고 사람을 믿으며 잘 밀어주고 끌어준다.

눈에는 지장(智將) 기질이 담겨있어 덕(德)과 지(智)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정 부회장 눈은 가늘고 가로로 길어 멀리 내다본다. 젊은 사진 속 그는 양쪽 눈 끝이 위로 향해 지는 걸 용납하지 않는 정주영 회장의 후손다운 눈이었다. 그런데 요즘 눈 끝이 한결 부드럽게 내려왔다. 눈 끝이 내려와 눈이 가로로 더욱 길어 예전보다 더 신중해지고 더 멀리 내다본다.

지난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 2018’에 참석한 정 부회장은 기자들에게 “경쟁자보다 미래를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사느냐, 죽느냐가 갈린다”고 말했다. 이 길어진 눈으로 그는 지금 현대차의 미래를 더 멀리, 더 크게 그리고 있다.

그의 눈꺼풀 선은 각을 그려 예리하고 분석적이다. 눈꺼풀 위에 생긴 줄은 신중하게 계획을 세우는 세심한 품질 경영의 뿌리다. 그런가 하면 눈 크기에 비해 눈동자가 커 멋을 아는 사람이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영입, 자동차 디자인 혁신을 꾀한 그의 미적 안목은 바로 이 눈동자에서 비롯됐다. 까만 눈동자는 기업가의 필수 덕목인 현실 감각의 보고(寶庫)다.

귓바퀴가 적당하게 오목해 경청을 잘한다. 귓바퀴 윗부분 붉은 기운을 보면 일이 많아 몸이 피곤한 상태다. 사업가라면 귀가 살짝 붉어야 정상이나 이보다 더 붉으면 건강에 적신호가 오는 것이므로 스스로 몸을 잘 살펴가며 컨디션을 조절해야 한다.

코가 시작되는 자리인 산근(콧마루와 두 눈썹 사이)이 약간 들어가 40대 초반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대차의 PYL(Premium Younique Lifestyle) 프로젝트 실패가 정 부회장의 경영 능력 평가에 악재로 작용했던 그 시기다. 하지만 관골(광대뼈)이 튼튼해 46~47세 운기와 명예운이 좋았다. 코가 반듯하고 두꺼워 체력이 좋고 추진력도 있다. 둥근 코끝에는 정이 듬뿍 담겨있어 주변 사람들을 따뜻하게 챙긴다. 다만 콧방울이 약해 49~50세 즈음에 바람을 탈 수 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파동으로 겪고 있는 중국 사업 부진 등 요즘의 위기가 이 콧방울에 담겨있다. 콧방울이 약하다는 것은 당장은 손해인 듯하지만, 그래서 인심을 얻을 수 있으니 멀리 보면 이득이 되는 경우도 많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요즘 유행어가 정 부회장의 콧방울 기질에 맞는 표현이다.


강한 의지로 튼실해지는 턱

인중이 두둑해 50세가 지나면 다시 운기가 상승한다. 미소선인 법령이 아직은 희미하지만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널찍하게 터를 잡았다. 미소선이 넓으면 그만큼 자신의 세력과 마당이 넓어진다.

아직 아버지 턱에는 못 미치지만 젊은 시절에 비해 턱이 한결 튼실해졌다. 참고 인내해온 세월이 만들어낸 근육으로 현대가의 장자로서 가문을 지켜내겠다는 강한 의지가 턱뼈를 발달시키고 있다. 턱 아래 가운데 근육이 둥글게 솟아 자기 분야에서 일가(一家)를 이룬다.

할아버지가 시작하고 아버지가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현대차그룹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크나큰 사명과 책임을 지고 있는 정 부회장은 앞으로 인상학에서 턱이 의미하는 얼굴 경영을 잘 해내야 한다. 턱살이 빠지지 않고 더 단단해지려면 많이 베풀어야 한다. 도덕골이나 넓은 눈두덩으로 미루어보아 이미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고 있겠지만 베풂은 늘릴수록 좋다. 턱은 자신을 받쳐줄 아랫사람의 자리이기도 하다. 인재 경영을 잘하기로 정평이 나 있으므로 앞으로도 턱이 벽돌처럼 더 단단하게 자리 잡을 것이다.


▒ 주선희
국내 첫 인상학 박사, 20여 년간 대학교·정부·민간 기업체에서 강의, 주요 저서 ‘얼굴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