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말전도(本末顚倒)’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뿌리와 잎사귀가 뒤바뀌었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과 사소한 것이 뒤바뀐 것을 말한다. 이런 일이 탈모치료 시 흔히 나타난다.

안드로겐형 탈모를 치료할 때 많은 사람들은 치료에 집중하기보다 작은 일에 집착해 일을 그르치곤 한다. 본말이 전도되는 것이다.

남성호르몬이라고 불리는 테스토스테론으로 인해 모낭에서 생성된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 탈모를 일으킨다. 이런 요인으로 머리가 벗겨지면 ‘안드로겐형 탈모’라고 하며, 남성형 탈모라고도 한다. 원인이 DHT이므로 탈모치료의 핵심은 DHT의 생성을 막는 것이다. 이런 경우 약물 치료가 효과적이다. 

흔히 ‘프로페시아’라고 부르는 피나스테리드가 대표적이다. 이 약물은 DHT 생성을 감소시킨다. 하루에 한 번 복용하는, 아주 간단하고 효과적인 안드로겐형 탈모치료법이다.

부작용은 발기 부전, 성욕 감퇴, 사정량 감소 등 성기능 장애와 피로감, 유방의 압통 등이 있다. 하지만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1~2% 이내로 극히 낮다. 또 복용을 중단하면 대부분 부작용이 없어진다. 기타 부작용으로는 브레인포그(머리가 혼란스럽고 안개같이 뿌예서 분명하게 생각하거나 표현하지 못하는 상태), 우울증, 고환 통증 등이 있으나 흔치 않다.


불안감 이용한 상술 판쳐

탈모 환자를 상담해 보면 발생 가능성이 낮은 부작용 때문에 피나스테리드 복용을 꺼리는 환자들이 제법 있다. ‘정력이 감퇴될까 두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나스테리드와 정력의 연관성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이론적으로 피나스테리드는 성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억제하지는 않으므로 발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매우 적다. 그런데도 현실은 인터넷상에서 부작용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해 탈모환자들을 불안에 떨게 만든다. 또 이런 심리를 이용해 모발 제품을 팔기 위한 상술이 판을 친다.

그렇다면 피나스테리드를 복용하고 정력이 감퇴했다는 사례는 왜 나타나는 것일까. 이른바 노세보 효과(nocebo effect) 때문이다. 노세보란 라틴어로 ‘해를 끼친다’는 뜻인데, 나빠질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정말로 몸이 나빠지게 되는 현상이다.

탈모가 시작돼 병원을 찾는 남성들은 40~50대가 많다. 이 연령층은 피나스테리드를 복용하지 않아도 점점 정력이 감퇴하는 시기다. 

이때 피나스테리드를 복용하면 왠지 모르게 발기력이 감퇴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고 그러다 보면 정말로 발기력 저하가 나타난다. 하지만 복용을 중단하면 발기력이 돌아온다. 다른 부작용이 나타나더라도 역시 약물 복용을 멈추면 증상이 개선된다. 간혹 부작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약물 때문인지 다른 원인 때문인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남성형탈모를 치료하려면 DHT를 반드시 억제시켜야 한다. 작은 부작용을 걱정해 피나스테리드 복용을 꺼린다면 마치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못 담그는 꼴이다. 만약 복용 후 부작용이 발생하면 멈추면 된다. 효과 없는 각종 탈모치료 방법에 눈을 돌려 시간과 돈을 버리지 말고 기본에 충실하자. 그게 바로 탈모치료의 지름길이다.


▒ 홍성재
원광대 의대 졸업, 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