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를 틀면 거의 매일 보다시피 하는 출연자들이 있다.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 프로그램의 결선 진출자 일곱 명, ‘TOP7’이다. 어떤 프로그램이든 TOP7이 출연하면 시청률이 곱절로 뛴다고 한다. 가히 신드롬이다. 그동안 많은 경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지만 이번 같은 역대급 인기는 처음이다. 특히 7080세대(1970~80년대에 20대를 보낸 세대)와 그 전 세대인 할머니·할아버지들이 푹 빠져있다. 미스터트롯 TOP7은 어떻게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의 아이콘이 되었을까.

이들의 가장 큰 인기 비결은 아날로그적인 감성의 복귀다. 한국적 정서가 깃든 순박한 가사와 따라 부르기 쉬운 리듬. TOP7은 트로트를 매개로 복고적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줄 알았던 1970~80년대의 감성이 인공지능(AI) 시대에 재등장한 것이다. ‘트롯맨’에게 빠진 것은 7080세대뿐만이 아니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신선한 열정에 자녀, 손주들이 동참하면서 3대가 함께 TV 앞에 앉아 트롯맨을 보는 집이 많다.

트롯맨 일곱 명이 가진 캐릭터도 아날로그적이다. 각자 힘든 인생사의 스토리를 갖고 있다. 부모의 이혼이나 사별, 가난과 오랜 무명시절. 하지만 그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실력을 키우고 자기 길을 걸어온 스토리가 뭉클하다. 가난한 환경에도 열심히 생활해서 자기 삶을 극복해온 7080세대와 인생사가 겹쳐지는 부분이다. 인성도 얼마나 순수하고 성실한가. 방송에서 드러나는 순박한 인성의 아우라가 푸근한 미소를 머금게 한다. 마지막으로 이들의 ‘케미’다. 일곱 명의 개성 있는 노래를 듣는 맛도 좋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도 독특하다. 나이 든 큰 형부터 어린 막내까지 함께 어울려 서로 돌보고 다투고 아웅다웅하는 모습이 마치 옛날 대가족의 일곱 형제를 보는 듯하다.

AI 시대에 불려온 아날로그적 감성은 7080세대에게 힐링의 역할을 하고 있다. 어떤 심리적 메커니즘일까? 정신분석학적으로 소통과 정화,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다. ‘소통’은 심리학적 용어로 환기(ventilation)라고도 한다. 막힌 것이 뚫린 것이다. 화·억울함·답답함 등 막힌 감정이 풀어지는 것이다. 트롯맨은 7080세대에게 새로이 나타난 문화적 분출구다. 기성 가수인 송대관, 태진아의 올드한 트로트에 열광하기도, 그렇다고 방탄소년단(BTS)을 좋아하기도 어려운 그들이 마침내 자신과 비슷한 감성을 가진 젊고 순수한 미래 세대를 만난 것이다. 역설적으로 젊은 트롯맨들 속에 있는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나이 든 7080세대의 젊은 문화적 감성이 소통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TOP7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다. 눈물은 바로 ‘정화’, 즉 카타르시스다. 울음은 깊은 한을 풀어주고 마음을 깨끗하게 해준다. 소통이 속풀이라면 정화는 한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트로트라는 익숙한 문화코드에 기대서, 젊고 순박한 아날로그적 청년들을 통해 지나온 삶의 애환을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도 속수무책인 이 우울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트롯맨들은 대국민 소통과 치유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 윤우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밝은마음병원 원장, ‘엄마 심리 수업’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