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리더는 조직원과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상과 현실의 격차를 좁힐 수 있으며 여러 관점을 고려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기업의 리더는 조직원과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상과 현실의 격차를 좁힐 수 있으며 여러 관점을 고려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드라마앤컴퍼니’를 창업한 지 어느덧 7년이 지났다. 한 기업의 대표가 된 창업 당시나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지금이나 의사결정의 순간은 늘 어렵게 느껴진다.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는 자리의 무게감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컸다.

여러 가지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순리대로 손쉽게 의사결정을 할 때도 있고 수많은 불확실성 속에서 결국 직관에 의존해 결정할 때도 있었다. 한 번의 의사결정으로 회사의 사업 방향과 전략이 정해지고 그로 인한 자원 분배가 이뤄지기도 한다. 이러한 의사결정의 무게감을 고려하면 그때그때 기분 내키는 대로 결정하면 안 되는 것은 당연하다.

회사의 큰 방향성을 결정할 때 회사 대표나 경영진의 ‘직관’이나 ‘의지’에 의존하는 경우도 있다. 정답이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신사업의 경우 더더욱 그러한 경향의 의사결정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업의 의사결정은 어떻게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한가. 성과는 결국 순간순간의 의사결정과 선택의 결과물이기에 어떻게 하면 의사결정이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를 늘 고민하게 된다. 기업의 의사결정에 특정 기준이나 방식이 있다면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다음의 세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는 고객 중심 사고에 기반한 의사결정 원칙이다. 회사가 추진해야 하는 일을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관점에서 바라본 뒤 더 나은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막상 현실에서 실무를 진행할 때 걸림돌이 되는 여러 관점과 요소를 함께 고려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고객 가치 제공이라는 관점을 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고객의 필요에서 시작하지 않고 기업이 구체화하고 싶은 상상이나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사업을 전개하다가 고객의 외면을 받게 되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역시 적지 않다.


데이터는 곧장 정답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데이터를 통해 기업은 현재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더 잘 정의할 수 있고 때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데이터는 곧장 정답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데이터를 통해 기업은 현재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더 잘 정의할 수 있고 때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아마존 회의실의 빈자리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아마존은 회의실에 항상 자리를 하나 비워두고 ‘저기 고객이 앉아 있다’고 가정하고 회의를 진행한다. 고객 관점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임직원들에게 주지하고 의사결정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기 위한 것이다. ‘고객이 필요해서 기업에 요구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위한다면 최선의 선택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부터 시작할 수 있는 기업은 의사결정의 문제를 생각보다 손쉽게 단순화할 수 있고 가장 바람직한 의사결정의 지름길을 걸을 수 있다.

둘째는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문화를 자리 잡게 하는 것이다. 사장의 ‘촉’도 부정확할 수 있고 실무 담당자의 ‘감’도 편향적일 수 있다. 결국 ‘느낌’이 아닌 ‘사실’에 근거한 데이터와 숫자를 보고 논의하고 의사결정 해야 한다. 물론 데이터는 곧장 정답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데이터는 현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는 데 가치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데이터를 통해 기업은 현재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더 잘 정의할 수 있고 때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구성원들이 데이터 기반 사고방식을 갖추는 것이다. 숫자로 파악할 수 있는데도 숫자를 보려고 하지 않는 자세를 가장 경계해야 하며 데이터를 보지도 않고 감으로 추측해 결정하는 것만큼 위험한 의사결정이 없다는 것을 구성원 모두가 인지해야 한다. 예를 들면 담당자가 “이번 주 고객센터로 ‘주문 신청이 불편하다’라는 문의가 많이 접수됐다”라고 말하는 것과 “이번 주 고객센터로 ‘주문 신청이 불편하다’는 문의가 60건 접수됐고 이는 이번 주 접수 건 중 30%에 해당할 정도로 가장 높은 빈도였다”라고 말하는 것은 안건의 중요도를 이해하고 문제의식을 느끼게 하는 데 천지 차이의 결과를 낼 수 있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서 필요한 또 한 가지는 조직적 체계다. 관련 역량을 가진 팀도 필요하고 데이터 확인과 분석을 위한 시스템과 업무 절차도 갖춰야 한다. 체계가 없다면 데이터 자체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의사결정에서 병목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평소 각종 사업과 서비스 현황 관련 모니터링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 또한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고 개선하는 일련의 과정이 ‘데이터를 통해 가설을 검증하는 일련의 실험’이라는 관점에서 필요한 시스템과 업무 절차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는 바로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문화다. 어떤 일에 대한 중요한 의사결정은 당연히 그 일을 책임지고 있는 리더가 해야 한다. 리더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매우 수평적으로 소통해야 하며 이는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한 핵심 방법론 중 하나다.

리더가 생각하고 있는 방향성에 대해 조직원이 궁금증이 있거나 이해되지 않을 때는 편하게 질문하고 설명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서로 다른 생각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논쟁할 수 있는 분위기도 중요하다. 리더는 조직원의 의견을 듣고 소화하면서 더욱 양질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리더는 고민의 깊이와 직관을 갖추고 있겠지만, 실무진이 느끼는 현실과 괴리감은 있을 수밖에 없고 여러 이해 관계자의 관점을 총체적으로 고려하지 못할 수도 있다. 조직원과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상과 현실의 격차를 좁힐 수 있으며 여러 관점을 고려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사장 마음대로 결정하지 못하는 회사가 좋은 회사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사장은 의사결정권자이며 그 책임을 오롯이 짊어져야 하는 고독한 자리다. 그렇지만 기업의 의사결정은 단 한 사람의 고독한 고뇌의 결과물이어서는 안 된다. 건강한 기업의 이상적인 의사결정의 모습은 고객 중심적 사고라는 방향성 아래 데이터를 가지고 치열한 논쟁과 토론이 이뤄지는 것이다.